귀 신 바 위 6 떠내려가는 배를 본 순간 사공은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장마철이나 소나기가 오는 날에는 큰바위가 아프다고 엄살을 떨 만큼 꽁꽁 밧줄을 묶어두었건만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란 긴 세월 속에서도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사공이 퍼 질러 앉아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배를 따라 강줄기로 내려가고 있었다 사공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정신없이 뛰었다 불현듯 나룻배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시뻘건 강물 속에서 나룻배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몸을 떠맡긴 체 이리저리 부딪치며 거센 물살 속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의붓어미가 휘두르는 몽둥이아래서 처분만 바라는 가여운 자신에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배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난 짐승처럼 물 속으로 뛰어드는 사공을 마을 사람들은 겨우 발목을 잡아 앉혔다 사공은 터질 것 같은 가슴속을 울음으로 토해냈다 어미가 떠나던 날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의붓어미가 낯선 곳에다 버렸을 때도.... 딸아이를 처가 집에 두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속으로 삼킬 수 있었던 설움이 였는데.... 갓난아기가 허기진 배를 채우려 온 힘을 다해 빨던 젖줄을 놓쳐버린 것 마냥 사공은 온통 세상을 다 잃는 것만 같아서..... 아니 지금까지 참았던 설움들이 봇물 터지듯이 앞을 다투며 쏟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름 모를 낯선 짐승이 갈곳을 잃어 표호하듯이 그렇게 울었다 "아 그러게 잘 묶어두지 않고서 쯧쯧" "그게 아니 구먼유 지난여름부터 밧줄이 낡았다구 말을 했는 데두...." "하기사 밧줄도 한 10년은 썼지?" 마을 사람들에 위로에 말들을 했지만 사공은 점점 멀리 떠내려가는 배를 바라 볼 뿐 이였다 태어나서 세월이라는 강물줄기에... 자신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온 인생처럼 주인을 잃은 나룻배가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며 자신에 삶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 전쟁 때 부모님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홀홀 단신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정한 수 떠놓고 시작한 결혼 생활 5년도 체 못되어 딴 여자를 보았다 따스했던 아버지의 눈빛과 어머니의 손길. 그런 대로 정겹던 울타리가 한순간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한방을 같이 쓸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아버지는 괜스레 트집을 잡아 어머니를 폭행하기가 일쑤였고 그런 다음날은 그의 얼굴이 고양이 얼굴처럼 얼룩이 져있었다 아마도 어머니는 쏟아내는 눈물로 밤새 아들과의 인연 줄을 조금씩 끊어 내셨던 게 아니 였을까? 낮선 곳에서의 생활은 그런 데로 잘 견디었다 다만 언제인가는 어머니를 꼭 만날 것만 같아서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것만이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버티게 해준 기둥 이였지만....... "이봐 사공?" "어서 일어나 정신차리게" "그런다고 배가 다시 돌아오겠나?" 마을 사람들에 근심 어린 위로의 말에 현실로 돌아온 그는 내일을 생각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해가 나고 있었지만 배가 없으면 아이들 학교길이 막히는 것이다 아랫마을 나룻배를 얻어 타려면 험한 산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른들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아이들이 걱정이다 그가 정신을 가다듬을 즈음 나룻배는 보이지 않았다 사공은 천근같은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머리가 몽롱 해지면서 발끝까지 맥이 쭉 풀려 밭뜨럭에 주저 앉았다 장선생댁 머슴으로 있는 만득이가 지나가다가 부축을 해서 데려다 주고는 " 딴 생각 말고 한잠 푹자둬" "저녁에 막걸리나 한 잔 하세" 사공은 고개를 끄떡이며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유일하게 말동무를 해 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사공이 잠에서 깨어 보니 이미 어둠이 깊은 듯했다 점심시간이 넘어서 잠이든 것 같은데 사공은 더듬 더듬 성냥을 ?았다 호롱불에 불을 붙이고 밖을 내다 보니 칠흑 같은 어둠이 저승사자 같은 모습으로 온 마을을 내려 누르고 있었고 을시년 스럽게 바람이 일고 있었다 집집마다 불빛이 없는 걸 보니 한밤중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사공은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둘러보았다 아내가 없었다 저녁 먹으러 올 때는 없어도 일을 마치고 온 자정쯤이면 늘 제 멋대로 너부러져 자고 있었는데....... 사공은 불길한 예감이 스치며 간밤 악몽이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허둥대며 아내를 찾아 나섰다 호롱불을 들고 나서기는 했으나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사공은 뒷산으로 올라갔다 늘 뒷산에서 꽃을 따먹기도하고 딸기나 오디 께금을...... 따며 놀기도 하기때문이다 아니야 오늘은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는데 사공은 뒷산을 헤메며 아내를 불렀다 " 이 봐" " 이 봐" "어디 있어"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바람소리에 눌려 멀리 가지를 못했다 바람소리에 놀랬는지 산새들도 모두 고요하기만 했다 여우가 따라 다닌다는 후후새 만이 바람소리에 질세라 목청을 돗구며.... 후우 후후후 후우 후후후...... 사공은 정말 그 새가 싫었다 귀신바위에 소쩍새가 앉아 울기만해도 웬지 싫은데 후후새가 울면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었다 아무리 베짱이 두둑한 남자라도 이런 밤은 정말..... 그런 생각을 하며 강 쪽으로 가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히 발길을 돌리는데 무엇인가 발목을 확 잡았다 으~악 7회에서 만나요 감사합니다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