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 바 위 5 간밤의 꾼 악몽과 물 소리에 잠을 설친 사공은 눈을 뜨자마자 강가로 나갔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긴 했으나 윗녁에서 비가 많이 왔는지 물이 불어 있었다 시뻘건 강물이 노도와 같이 넘실대며 강가에 서있는나무들까지도 휩쓸어 갈 냥으로 거세어졌다 보슬보슬 소곤소곤...... 아가에게 젖을 받아먹이는 어미의 따듯한 눈길처럼... 온 산과 들녁에 손 아니닿은곳 없이 골고루 단비를 뿌려주던 빗님이..... 오늘은 소나기라는 빗자루를 들고 산 꼭대기부터 대 청소라도 하듯이 잔 나뭇가지를 쳐내고 삭정이 가지는 쓸어내며 여름내 온 산천에 쌓인 먼지를 씻어 내리기라도 하듯이.... 강물로 쓸어 내리고 있다 긴 강줄기 따라 물 구경 나온 사람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아마도 곡식들이 걱정되어 밤잠을 설치고 아이들 학교를 보낼수 있는지 살피러 나온 아버지들도 있을것이다 어제 만 해도 오전에 잠깐 날이 들어 배를 건너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두어시간 끝날즈음.... 담임선생님 인솔하에 모두 되돌아오고 있었다 선생님은 걱정스런 모습으로.... "조심해라 야들아 뱃바닥에 납작이 앉아라" 아이들은 교실에서 해방됐다는 재미로 시끌시끌하다가 배 를 타면 모두 조용하다 물힘을 이기지 못해 나룻배가 자꾸 출렁이며 시뻘건 흙탕물에 뒤집힐 것 만 같기때문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가기 힘들것같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내는 오늘도 정신이 돌아왔는지 부엌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거적대기를 젖히고 들어서니 보리쌀을 씻고 있었다 사공은 얼른 나뭇단을 안고 왔다 의지간이 없어서 처마밑에 세워둔 나뭇단이 전부 젖어서 쉽게 불이 붙질않았다 사공은 나뭇단을 풀어헤쳐 젖지 않은 솔잎 한웅큼을 집어 다시 성냥을 그었다 젖은 나무는 연기를 더 많이 뿜어내며 타들어갔다 "이봐 여기앉어봐" 오랫만에 아궁이앞에 나란히 앉았던 그는 벌떡 일어나 감자를 몇개가져다 부지깽이로 아궁이에 밀어넣었다 사공은 비가 내린덕에 오늘 아침은 늦장을 부려도 될것같아 여유를 부렸다 간밤 꿈 속에서 아씨에 손에 끌려가던 흉몽이 생각나 사공은 나무를 꺽어 아궁이에 밀어 넣으며 흘낏흘낏 아내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표정은 거의 없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눈과 마주치면 베시시 웃는것이다 그는 마주보며 씨익 웃었지만 꿈길에 ?아오는 아씨에 대한 불안함을 떨칠수가 없었다 날이 밝을 무렵이니까 개꿈이겠지...스스로 위로하며 사공은 아내의 손을 잡아 불앞에 나란히 세웠다 손이 시린 날씨는 아니였지만.... 아내가 사공을 흘낏 쳐다보며 베시시 웃었다 아 ~ 이 얼마만에 누려보는 편안함인가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불빛에 비친 열개의 손가락 사이로 비치는 붉은 핏빛이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사공은 아내를 다시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아내에게 무슨 성욕까지......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격었던가 그 후로는 성직자처럼 살아왔는데 오늘 아침은 내가 왜이러지? 혼자만에 질문과 대답으로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좋은것도 나쁜것도 모르는 여자 욕심도 없이 티없이 맑기만 한 이 여자한테 미친년이라고 사람들은 왜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공이 보기에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미친 사람같았다 봄 논에 물을 대면서 물길를 잡으려고 밤새워 싸움질하기가 일쑤였고 아예 6, 7월에는 반디불이 밤하늘을 날아다니듯이 논둑에는 담배불이 뻐끔거리며 밤을 세는것이다 물의 양은 어차피 정해져 있건만....... 밤새 물길을 따가기 때문에 이러지 않고는 모를 낼수도 키울수도 없는것이라서 이해는 하지만..... 하기사 일년내내 농사철인지라 항시 윗집 아랫집 밭일 논일을 정답게 나누어 하다가도 봄 논에 모를 낼때 쯤이면 이웃지간에 으르렁거린다 몇 년전에는서로 물길을 잡으려고 다툼을 벌이다가 삽으로 사람을 쳐서 다친적도 있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게 닷새에 한번씩 장이 설때마다 아낙네들은 찬거리나 옷가지를 바꾸어 올 량으로 곡식들을 머리에 이고 장으로가고 남정네들도 일 손을 놓고 ...농사지을때 필요한 농기구도 바꾸고 막걸리 한사발이라도 푸짐히 먹을 량으로 나뭇짐을 한짐지기도 하고 누렁이를 끌고 나서기도 하고 닭그새끼들을 세끼줄로 묶어들고는 ...... 또 지난장에는 까치골에 사는 곽서방은 아들놈 월사금때문인지 몇년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황소를 끌고 가며 아까운지 자꾸만 소등을 쓸어내리기도 하며..... 그들은 참으로 순박한 인심들이었다 어저께 등치고 싸운들 무엇하랴 오늘은 김치쪼가리 하나 놓고 바지자락 다 젖도록 퍼 마시는 막걸리 친구인것을...... 사공이 유일하게 귀신바위를 무시할수 있는날은 바로 장날이다 밤 늦도록 술에 취한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강가에서 마중도 하고 귀신바위쪽을 쳐다볼 여가가 없다 순간 그는 그들의 삶속에 끼어들지 못하고 떠나버린 어미를 생각했다 7살난 아들을 두고 떠날수밖에 없었던 어미를........ 그날따라 하얀 쌀밥을 한그룻 수북히 담아주며 자꾸만 그의 입만 쳐다보던...... 나물뜯으러 간다며 대리키를 옆에차고는 새수를 한번 더 씻겨주시던 따둣한 손길...... 그 대리키속에 들어있던 어미의 봇짐...... 그는 자기를 두고 모두 떠나버린 빈 자리에 남아있는 아내가 고마워 살포시 손을 잡았다 "사공 ! 사공! 뭘하는겨? 지금 배가 떠내려가고 있다는구먼?" "예? 사공은 깜짝 놀라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는 강으로 뛰었다 5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철부지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