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 바 위 4 "어디에 불났남 왜 그리급히여" 까치골에 강 영감이 논뚝에 서서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다가 허둥대며 뛰어가는 사공을 보고 말을 걸었다 "아 비가와서유" "들 일보러 오셨남유" "거듬이가 멀지 않았는디 웬 비가 오네그려?" "논에 물들께비 도랑 치는겨" "아 ~ 그러셔유 가을비가 제법 오내유 그럼 일하셔유" 사공은 비 핑계를 댔지만 마음속은 그게 아니였다 "이봐!" "이봐!" 사공은 마당을 들어서면서 아내 급히 불렀다 부엌문 삼아 달아놓은 거적대기가 들리면서 아내가 베시시 웃엇다 사공은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부엌으로 갔다 감자를 찌고 있었다 가끔은 정신이 돌아오긴하는데 사공은 그런 아내가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언제인가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다가 머리카락을 다태워 눈만 빠꼼이 귀신형상을 하고 있어 놀래킨 적도 있었고 부엌바닥에 나뭇단을 풀어놔서 불이 난적도 있었다 다행이 들 일하던 동네 사람들에 눈에 띄어 금방 끄긴했지만 .....그에 집은 외딴데다가 근방에 논밭이 많지않아 사람에 발길이 뜸한곳이다 사공은 오랫만에 아내가 삶아준 감자를 먹으며 행복했다 날마다 이렇게 살수만 있다면..... 사공은 아내에 얼굴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는 일어났다 가을비가 내리는들녁을 참 좋았다 누렇게 일렁이는 벼이삭... 수수밭사이로 키 낮은 곡식들이 도란도란 정겹게 익어가고 ... 자신에 몫을 다하기 위해 계절이 오는대로 순응하고 비 바람이 흔들어도 가지를 꺽일지언정 뿌리를 지키는 인고의 결실들인 곡식과 이름모를 초목들이 서리가 내리기전에 마지막 세수를하는것 같았다 사공은 혼자말처럼 ... "아 그래야제" 멀리서 아이들이 재잘대는소리에 현실로 돌아온그는 올 가을엔 삯을 받으면 떨어진 고무신도 사고 아내에 치마도 하나 사줘야제..... 혼자만이 가을을 맞이한것처럼 뿌듯했다 그러나 이 맘때면 늘 걱정이 생긴다 이제 서리가 내리고 멀지않아 얼음이 얼면 사공질도 못한다 뱃길이 얼어 배가 뜨지를 못할뿐더러 강물이 바짝 마른 겨울에는 지름길에다 다리를 놓고 건너 다니기 때문이다 이동네 저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다리를 세우고 위에는 솔가지를 가로질러 얹고 흙을 덮는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다리는 아이들에 놀이터이기도 했다 심술꾸러기 들이 이를 놓칠세라 또 여자 아이들을 골려 먹는다 짖꿋은 머스마들이 먼저 건너가는척하다가 계집아이들이 와서 건너면 이쪽끝에서 빈둥대던 녀석이 건너기 시작한다 다리를 흔들며 가운대로 몰아 놓고는 시비를 거는것이다 가운데 갇힌 여자아이들은 꼼작을 할수 없어 동동거리다가 끝내는 울음보를 터트리고 만다 그런 일이 잦아지자 여자아이들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어른들을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것이다 다가올 겨울 걱정이 어깨를 누르듯이 힘겹게 그에 가슴을 파고들었다 겨울바람이 씽씽 부는 산골짝을 옥수수 이삭이라도 주워볼 냥으로 나서보기도 하지만 운 좋으면 몇통 건질까 "휴 우" 만득이네 가마니짤 일이라도 있어야할데... 사공은 나오는 한숨에 공허한 웃음만 흘렸다 "아저씨? 아저씨네 집에 미친년 살지유" " 그런말 하문 못쓴다" 학교갈때는 급해서 즈들끼리 실랑이를 하다가는 오후에 한가해지면 장난을 거는것이다 그는 10년이란 세월을 노를저으며 살았다 그런대도 아내 얘기가 나오면 가슴 밑바닥이 날을 세우는것 같다 이젠 아무렇치 않은듯 대꾸도 안하지만 속은 그게 아니다 계속해서 가을비가 내렸다 몇 차례나 오갔을까 잡념에서 벗어나니 강물이 흙탕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윗 녁에 비가 많이 오나?" 강 줄기가 길어서 이곳과는 상관없이 흙물이 내려올때도 많다 사공은 시뻘겋게 내려오는 흙물위에 귀신바위가 떠내려 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물이 점점 불어 귀신바위가 조금밖에 남지않아 손으로 슬쩍 밀면 정말 떠내려 갈것만 같았다 그는 저녁만 되면 귀신바위가 싫었다 사공은 잡 생각을 떨쳐버리며 내일 아침 걱정을 했다 밤새 비가 내리면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수면위로 떨어져 내리며 퍼져나가는 동그라미를 보자 감자를 쪄주며 베시시 웃던 아내가 생각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내가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영월에 가있는 딸아이를 대려다 오순도순 살수도 있으련만 ... .... 4회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철부지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