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 바 위 3
사공은 오늘도 아내에 머리를 빗겨
쪽을 찔러주었다
하루종일 산비탈을 헤메이다 오는지
저녁이면
늘 미친년처럼 머리카락이 헝클어져있다
그래도
저녁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아내가 늘 고마웠다
날씨가 추워지려는지
아침부터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린다
멀리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는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나가지말구 꼭 집에있어 비맞지말구"
그는 중얼거리듯이 이야기 했다
아내는 베시시 웃으며 천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으로서 아내의 그런 얼굴을 보는게
유일한 낙이였다
"서둘러야겠어 "
아이들의 목소리가 다가오자
사공은 밀집 모자를 집어들었다
비가오는 봉당을 나서려다가 문득
지난 장마때
어느 상인이 주고간 비닐보자기가 생각났다
그 천쪼가리는
번질번질한게 비를맞아도 옷이젖지 않았다
"귀한거라 깊은데다 꽁꽁 감춰두었는데"
사공은 혼자 중얼거리며
이구석 저구석을 뒤졌다
"옳치 여기있구먼 그려"
애써 찾은 비닐 보자기를 들고 일어나려는 순간
사공은 전에 보지 못했던
누우런 종이 봉투를 발견 했다
"이게 뭐여"
"도대체 이것이 뭐여"
사공은 글을 읽지못했다."
몇일전에 꾼 괴이한 꿈이 사공의 뇌리를
번개같이 스쳐갔다
순간 사공은 꿈에본 아씨에 편지 봉투와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해졌다
"아저씨 배 건너줘유"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그는 비닐보자기를 들고 뛰였다
아이들이 학교가는 이 시간이 제일 바쁘다
집으로 갈때는
한꺼번에 배를타러 오질 않지만<
아침 등교시간에는 떼로 몰려와
서로 먼저 타려고 난리다
"야들아 오는데로 줄을 서야재"
짓궂은 머스마들이
계집아이들을 놀려먹느라 더 시끄럽다
"야 옥순아 니가 물 퍼내라"
윗골에 사는 덕칠이가 배를 타자마자 시비를 걸었다
"야 너는 왜 옥순이를 시키니?"
꼼지가 옆에서 성깔을 칵 부렸다
"어라 니 얌전빼기가 웬일이여 ?
해가 서쪽에서 뜨것다"
"아 ~ 그라서 오늘 비가 오는개비여 킥킥킥"
덕칠이가 비아냥거리자 꼼지가 벌떡 일어났다
깜짝 놀란 덕칠이도
얼떨결에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배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래 같이 조리박족 한번 해볼가벼....
덕칠이는 배 가운대 서서 발을 구를자세를 취했다
"야들아 장난은 핵교 파한 담에 하는겨
느들 지각한데이"
그러자 덕배는 슬그머니 앉았고
성깔난 꼼지는 덕배를 노려보다가
"너어 두고보자"
하고는 옥순이 손에 있는 바가지를 뺏어서
뱃 바닥에 고이는 물을 퍼냈다
나무를 이어서 만든 배라 이음새 사이로
물이 삐집고 들어왔다다
꼼지는 일부러 덕칠이쪽으로 물을 버렸다
그러는 꼼지가 밉지 않은지
덕칠이는 흘금흘금 꼼지를 훔쳐봤다
아버지 없이 대포장사하는 홀어미 밑에서 사는
덕칠이도 안됐고....
얼마전에 엄마를 잃고 동생들을 데리고
살림을 해가며 학교를 다니는 옥순이는 더욱 가여웠다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부쩍 말이 없어진 옥순이가 안쓰러워
누가 찝적거릴라치면
쌈닭이 벼슬을 세우고 달겨들듯 덤비는 것이다
학생회장인 오빠에 빽이 든든한 꼼지는
항상 얌전 하지만 의리파였다
언제인가는
그런 꼼지를 골려주려고
동네 머스마들이 작전을 짰다
학교를 파하고 오는길에
사공이 없는틈을 타서
배를 귀신바위로 몰고 올라갔다
그쪽은 물이 더깊고 시퍼랬다<br><br>
"어 배가 왜일루 가냐?"
"야 ! 종호야 노를 잘 저어야지!"
일부러 귀신바위쪽으로 몰고 가면서
꼼지와 몇몇 여자애들을 싣고는
장난을 시작했던것이다
여자애들이 파랗게 질려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사람살려요"
"사공아저씨"
꼼지는 무서워서 심장이 마구 뛰었지만
체면에 울수도 없고........
한참 손에 땀을쥐고 어찌할줄을 몰라 당황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우리 조리박족하자"
그러면서 꼼지는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머라구?"
이번에는 남자애들이 겁에 질려 야단이다
꼼지는 더욱세게 발을 굴렀다
배가 더 많이 움직이면서
뱃 전으로 물이 막 쏟아져 들어온다
정말 배가 뒤집힐것같다
꼼지는 심장이 터질것같이 무서우면서도
조리박족을 계속하고 있었다
결국 머스마들의 항복으로 조리박족은 멈추었고
그후 남자 아이들은 다시는 귀신바위쪽으로
배를 몰고가지 않았다
사공은 손에 땀이 나도록 몇번을 오가며
모든 아이들을 강 건너에 실어다주고는
땀인지 빗물인지 이마에 질펀하게 흘러내리는 물기를 닦으며
빗줄기 사이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비닐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가는 아이.
그대로 비를 맞으며 가는아이.
어깨에 둘러메고 가던 책보따리가
비에 젖을까봐 꼬옥 안고가는 아이.
고운 치마가 흙 물이 튈까봐 조심조심 걷는아이
말머리의 큰 리본을 묶은 계집아이뒤에서
장난을 치는 짓굳은 머스아이들......
이 모든것들이 들꽃이 바람에 흔들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 화연이는..........
사공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딸아이의 모습을 찾으려 애를 썼다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까?
그는 벌써 3년째 딸아이를 만나지못했다
입학할 무렵 1원자리 연필 몇자루와
2원짜리 공책 서너권을 사가지고 갔는데......
딸아이는 공주파스가 갖고 싶다고했지만
40원짜리를 사줄수가 없어
10원짜리를 사주고 왔다
딸아이는 아내를 닮아 밉상은 아니였다
어릴때부터 남에 손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외가댁에서도 잘 지내고 있다
눈치껏 물 심부름도 잘하고 청소도 곧 잘 하나부다
그래도 가슴한구석이 허전함은
어미의 안부를 묻지 않았었던게...
아직은 어린탓이겠지
허지만 어릴수록 에미를 ?는 법이거늘....
사공은 밀집모자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서
가여운 아내를 생각했다
그는 갑자기 아침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러자
그의 눈길이 귀신바위에 쏠렸다
몇일 전 괴이한 꿈 속에서 본 아씨 편지와
아침에 본 그 봉투는....
순간 사공은 신경이 곤두섰다
보름전 그 비닐 보자기를 넣어둘때는
분명히 없었는데...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아내가 어디서 집어왔을까?
사공은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귀신바위 위에 파란 물 잠자리가 비를 피하지 못하고
힘겹게 날고 있었다
사공은 구멍난 까만 고무신에 빗물이 굴적굴적
올라오는것도 잊은체...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를저었다
그는 다시한번 귀신바위를 쳐다보았다
힘겹게 날던 물잠자리가 가까스로 귀신바위에 앉았다
삼년에 한번씩 귀신바위 근처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올해가 삼년째라서 마을사람 모두가 긴장을 했지만
별일 없이 여름이 갔던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사공은 황급히 노를 놓고
집으로 달려갔다
귀신바위 3회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철부지 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