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십니까?
저는 원래 수필 작가(?)인데 소설을 쓰고 싶고, 소설 쓰는 분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끼워 주십사 하고 이곳에다 저의 출간된 수필 60여편중에 하나씩 올려 볼까 하오니 잘 부탁 드립니다.-
제목: 껌.
30대 중반 이상의 연령층에 있는 사람들 중엔 껌에 얽힌 나름의 추억이 없는 이가 거의 없을 것 같다. 60년대 초만 해도 껌은 무척이나 귀한 물건 이었다. 오죽하면 밀 이삭을 잘라 그걸 껌처럼 씹었으며, 소나무의 끈끈한 송진을 긁어 우물거리며 거리기 까지 했을까?
지금은 동전 몇 개면 달콤하고 향기 좋은 갖가지 껌을 고를 수있으니, 생각 하면 이 좋은 대명 천지를 보지 못하고 앞 서간 사람들만 불쌍할 뿐이다. 길을 가다 보면 인도 불럭이나, 콘크리트 바닥에 덕지덕지 나있는 검은 점이 껌이련만, 그때는 왜 그렇게 귀했는지....요즈음 젊은이들은 사랑을 하다가 상대 방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혼자 남은 자신을 가리켜 "씹다 버린 껌"신세라고 한다던데, 그때는 씹다 버린 껌도 톡톡히 대접을 받았었다.
잠 잘 때 머리맡 벽에 붙여 놓았다가 다음날 눈 뜨자마자 찾는 물건이 바로 껌이었다. 벽지 까지 함께 뜯겨진 껌을 떼어 씹으면서도, 그때의 우리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하도 귀하다 보니 부지런한 작은 오빠에게 도둑질 당한 적도 많았다. 제일 먼저 일어나, 벽에 붙은 껌은 모조리 떼어 혼자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일쑤 였으니까.그때의 약 오름이란..
울면서 대들면, 선심 쓰듯 밤톨만한 껌을 앞니 사이에 물고 손으로 뚝 떼어 내 주곤 했다. 그것을 좋아라 받아서 입에 넣었으니 지금 생각 하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아닌지. 친구끼리도 이런일은 다반사 였다.
며칠씩 붙였다 다시 씹고 하다보니, 껌이 완전히 삭아 고무냄새가 날 정도 였다. 더구나 껌의 끈기초차 완전히 없어져 는정는정 할때도 있었으니, 정말 어지간 했다.
껌을 씹는 방법도 다양하여, 별별 장난을 다했다. 앞 이빨 사이에 물고 잡아 당겨 늘이기, 뱉어서 집게 손가락으로 납작하게 접어 사각으로 만들어 다시 입에 넣기, 입술에 대고 쪽쪽 빨아당겨 똑똑 소리내기, 혀끝으로 접어 내밀고 입김 불어 넣어 풍선 만들기,... 그중 가장 세련 되게 씹는 것은 딱딱 소리 내는 것이었다. 이건 누구나 할 수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재주 꾼들이나 하는 거였다. 턱뼈가 뻐근하고 허기가 지도록 씹다보면, 껌의 색이 회색을 거쳐 거의 연갈 색으로 변했다. 그러면 크레파스를 갉아내어 섞어 씹었다. 하늘색, 노란색, 분홍색.
참으로 껌의 운명도 어지간 했다.
종류도 그때는 다양하지 못했다.
담배 처럼 생긴 담배껌, 박하 향이나는 박하껌,그리고 제일 고급이 "쿨 민트"라는 거였는데 청색 바탕에 초승달이 그려 져 있고, 별이 총총한 아래 팽귄이 한마리 있었다.
껌의 질도 형편이 없어서 씹을 수록 딱딱해 지는 것이 있는 가하면, 아예 단물도 빠지기 전에 흐물거려 목으로 넘어 가 버리는 것도 있었다.
우리 동네 영자 할머니는 아이들이 껌씹는 모습을 보고"망측 하데이,소새끼 되새김질하는 것모양 무슨 짖인고? 배도 않부른걸, 쯧쯧"혀를 차곤 했다.인간의 본능 적인 욕구중에 무엇을 힘껏 씹을때의 만족감이나, 치아 건강 상 껌이 도움이 된다는 걸 그분이 알 턱이 없었으니까...
어느날은 벽에 붙여 ?炷?그것이 잠버릇 고약한 동생의 머리 칼에 늘어 붙어 애를 먹었던 적도 있다.뗄려고 잡아 당길 수록 찰싹붙어 아프다고 소릴지르며 우는 바람에 아예 머리카락을 가위로 싹뚝 잘라버렸었다.
어디 그뿐인가. 밥먹을 때 상위에 뱉어 놓았다가 뜨거운 국그릇에 엉겨붙어 어머니한테 혼난일. 나역시 오빠의 껌을 몰래 훔쳐 입에 넣었다가 들켜서 실랑이 벌인일.
어떻게보면, 가난한 시절의 웃지못할 기억의 한 조각 같지만 결코 잊고 싶지는 않다. 비 위생적이니 뭐니 그때의 우리들을 원시인 처럼 생각 할지라도, 사람다운 향기가 그득한 시절이었다.
모든것이 풍부하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있는 시대이지만 , 사실 돈으로 살 수없는 진짜 소중한 것은 잃어버렸다.
돈으로 사는 것은 영원한 것이 못된다는 걸 우리들 중 몇 사람이나 깨닫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