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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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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박성숙 2000-11-17

눈앞이 캄캄함을 느끼면서 오늘도 책상에 앉았다.
하고싶은 일도 많고 배울것도 많은데 나이는 벌써 마흔다섯이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
그런 압박속에서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면 성숙씨는 더욱도 달력에 남은날들이 야속하다. 부지런히 산다고 살았지만 남은것은 없고 세월은 흐른것이다.
그녀가 바라는 삶이란 거창한것도 아니다. 봉사를 하기위하여 더욱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늘도 복지관에서 강좌하는 강의를 듣고 돌아왔다. 직장도 다녀야 하는데 그나마도 1주일에 3번하는 강의시간을 뺀 그 나머지 시간에 직장을 다녀야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짬짬이 봉사도 해야 하고 말이다.
그녀는 조그만한 실버텔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되어서 정말로 소외된 자들과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사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고등학교 졸업자로서는 쉽지는 않은 것이고 그녀 나이 사십오세도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하는 그녀는 오늘도 지쳐있다.
오늘도 성숙씨는 강의 도중에 딴전을 피웠다. 그들이 말하는 세계는 성숙씨가 생각하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봉사하는 대상자는 더욱더 아닌것이다.
당신의 자녀 유학보낸얘기와 46세의 동생이 프리랜서로 부터 일어강의를 듣는다며 늦지 않은 나이라고 하는 그 강사의 강의에 뭔지 모르는 것이 치밀어 올라 그 다음부터는 강의도 안듣고 수첩을 들여다 보면서 장녀의 학자금 융자받은것 갚을날을 체-크하고 있었다.
우수한대학에 우수한 학생인 딸을 보면서 남들이 다 해주는 학원이나 교환학생의 기회를 열어 주지 못하고 그 많은 아이들이 특히 영문과에서는 더 많이 간다는 단기 유학도 못 보내서 가슴이 쓰린 상태여서 일것이다.
그러면서도 여태껏은 자신의 도움을 받는 정말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삶은 그래도 축복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성숙씨는 강남과 강북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책상에 앉은 성숙씨는 먼저 벼룩시장및 많은 지역신문을 펴서 자세히 읽고 있었다.
케어 복지사 수업을 듣는것 조차도 사치인 것이다. 성숙씨가 책임져야할 생활비가 100만원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강의를 듣는것은 자격증이 주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맨 처음에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그 방향이 고급 간병인처럼 흘러나가서 실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 두자니 남편에게 쓸데 없는 일에 시간만 낭비한다고 할것같고 중간에 그만두면 자녀들 보기도 민망한 것이다.

전화 벨 소리에 성숙씨는 놀란다.
아직도 열병처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아들에게서 연락이 온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전전긍긍한다. 수능이 끝나고 오늘은 장사를 나갔지만 그래도 불안해 하는 성숙씨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렇게 좋은지 아직도 어린에 티를 못 벗은 자식이 예쁘기도 하면서 불안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