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네온사인은 참으로 유혹적이었어. 러브호텔로 뒤덮인 안마당.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안한채 초록은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병을 꺼내 들었지. 그러면서 생각했어.
'소주안주엔 뭐가 어울릴까?'
문득 혼자 있는 집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남편은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지. 참 잘생긴 남편이었어 키도 크고 덩치도좋고 그리스조각같은 얼굴을 쳐다보다 초록은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남편의얼굴을 쓰다듬고 있음을 깨달았지.'난 이 남자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초록의손길에 남편이 눈을 떳어.
"뭐야. 자는사람 깨우고"
"술 한잔 같이 하자."
"술? 이여자가 미쳤나. 임신해서 술먹으면 안되는 것 몰라?"
"임신? 아 그래 나 임신중이었지. 나 애기엄마라는 것 잊어버렸었어. 자기는 애기아빠라는것 잊어버리고.우리 애기 정말 불쌍하다.그치? 세상에 나오기도전에 모두에게 잊혀진 아기가 되버렷네."
"왜 또 그래.아무일도 아니라니까"
"정말 아무일도 아니었음 좋겠어.이렇게 슬픈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었음 좋겠어"
초록 남편은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더니 식탁의소주병을 따고 있었어.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던 초록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식탁으로 비실비실 다가갔지.
남편은 아무말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어.
베란다 불빛은 더욱 현란하게 온 집안을 휘돌고.
"파라다이스, 꿈의 궁전... 모텔 내부도 이름처럼 환상적이야?"
"아무관계도 아니야. 육체관계는 생각도 못해봤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있어?"
"그냥 동료일 뿐야. 넌 예뻐 다시 태어나도 너하고 살거야."
"거짓말 많이 늘었다. 그저 동료일뿐인데 수첩에 사진을 넣어가지고 다녀?그것도 처녀때 사진 까지 그렇게 사랑해?"
"아니야.정말 아니다.사진은 그냥 주길래 수첩에 넣고 다닌것 뿐야.아무생각없이 정말 아무관계도 아니야"
"우리 애기 7년 만에 가진 거야. 당신도 기다렸잖아 , 그런데 어떻게 이럴수있어? 어떻게?"
"아니라니까. 너가 상상하는 것처럼 더러운 관계 아니라잖아 왜 못 믿고 이 야단이야"
일관된 남편의 부정너머에 사진속의 여자를 품에 안는 모습이 그려져온다.섬세하고 따뜻한 손길. 부드러운 키스.그리고 격렬한 몸짓...
초록은 한기를 느낀다.아마 사진속의 여자는 가슴이 빈약한 여자일거야.
"이 여자 가슴 없지?"
"무슨 말이야?"
"자기 요즘 부부관계도 별로 원하지 않지만 많이 달라졌어. 애무스타일이 변했어. 내가 아스팔트위의건포도야? 젖꼭지만 비틀잖아. 예전에 안그랬어.자기는 내 풍만한 가슴을 만지는 걸 좋아했지,젖꼭지에 중점적으로 애무하지는 않았어.분명 사진속의 이 여자는 아스팔트 위의 건포도 일거야. 육체관계 없다고? 깊은 사이가 아니데 외간남자에게 사진을 주니?유부녀가?그렇게 헤픈여자니?맞아 헤프니까 더욱 섹스를 원했겠지."
"더이상 대화가 안된다.너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니? 고작 상상한다는 것이 이정도 수준이었니? "
초록남편은 욕실로 들어가 버렸어. 휑하게 불어오는 찬바람
'추워. 아가 엄마 너무나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