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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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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noma 2000-11-13

9
[ 어머니가 가셔셔 집이 텅 빈 것 같애요 ]
그와 사랑을 나누고 난후 그의 품에서 그녀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 엄마 하고는 너무 달라. ...나, 어렸을땐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줄 알았어요. 오히려 일하는 아줌마가 엄마같았으니까... 아빠한테 언제나 그렇게 쌀쌀맞게 구는 엄마가 너무 미웠어요. 아빠는 엄마의 어디가 좋았을까? ... 나쁜 엄마야, 아빠한테 그렇게 사랑받았으면 행복했어야 되는데 그렇지않았어... ] 자꾸 눈물이 흘러 내려 그녀의 말이 끊기자 가운이 그녀의 등뒤에서 포근히 감싸안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크리스마스에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
그의 말에 놀라 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의 따뜻한 미소를 보는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 어머니 집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정말 너무 예쁜 집이었어. 그집에서 살 때 너무 행복했을 것 같애 ]
[ 모르겠어, 그때는 불편한 것 투성이였으니까. 집은 다 지어지지도않고 늘 그림도구들 때문에 어질러 있어서, 그리구 학교는 얼마나 멀었던지 늘 불만이었어. 아, 친구들은 무척 좋아했던 것 같애. 놀기에 좋았으니까 ] 그가 웃었다.
[ 어머니가 재혼한다고 하셨을 때 아무렇지 않았어요? ]
[ 우리 어머니는 혼자서 못 살 분이야. ...외로움을 너무 많이 타서. 아버지한테 항상 보살핌을 받아선지 누군가 곁에 있어야 됐어. 그것도 예술가적 기질인건지 ... 어차피 내가 해내지 못할바엔 어머니 인생을 막을 권리는 없는거니까, 그리구 파리에 계시는 아버님도 좋은 분이셔.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사랑들 하고 계시지. ... ....그런데 당신이 그집을 좋아 하는 줄 몰랐어. 그땐 .... ]
그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잠들어 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으며 그의 가슴에 끌어당겨 안았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골집에서 꿈같은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연말엔 송년파티다 뭐다 해서 그와 부부동반 외출이 잦아졌다. 간혹 그도 그녀를 사랑하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두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져 있었다. 가끔씩 두사람의 고집 때문에 싸울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처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쇼파에 누워 사과를 깎아 먹으며 비디오를 보는 그녀 앞으로 샤워를 마친 그가 머리를 털며 앉았다.
[ 무슨영화? ]
[ 4월이야기라고 일본영화야. ]
그가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화면에 시선을 두자 그녀가 영화의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짝사랑하는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기위해 선배가 다니는 대학에 기적같이 들어와 자취를 하며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책방에 얼굴만이라도 보기위해 빠짐없이 들리는 여주인공의 순수함이 가득 담긴 그런 영화였다.
영화는 이제 주인공이 드디어 선배를 만나고 그가 그녀를 기억해내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 당신도 저런때가 있었지? 저렇게 남자한테 순진하게 마음을 빼앗긴때가.... 그런데 지금은
...]
[...지금은 ? ] 그의 말에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져 그녀는 쇼파에서 일어나 앉으며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왜그래? 그냥 지금은 당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
[ 순수하지 않다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편하게 살려고 결혼했다고?... ]
[ 별뜻없이 한 말 갖고 진짜 왜그래? 어쨌든 그때와 많이 달라진건 사실이잖아....혹시 아직도 그사람을 사랑하는거야? ] 이젠 그도 화가 나 있었다.
[ 당신은 몰라, 자기하고 결혼한 나를 경멸했으면서.... 마음을 열수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다시 나를 비참한 기분이 들게 하지. 정말 지겨워 ]
그녀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있는 힘껏 닫았다.
[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거야? ] 그가 그녀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 소리치자 그녀는 침대위에 있던 베게를 그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 나가, 나가라구요, ...이젠 지겨워 ]
그가 씩씩거리며 그녀를 노려보다 나가자 그녀는 침대위로 쓰러져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 누구세요? ] 밤새울어 퉁퉁 부운 눈으로 그녀는 초인종 소리에 힘없이 방에서 나와 배달이라는 말에 현관문을 열었다.
젊은남자가 간단한 확인절차와 그녀의 싸인을 받은후 금색 리본을 두른 짙은 녹색의 상자를 건네주고는 돌아갔다.
식탁위에서 상자를 연 그녀가 탐스러운 빨간 장미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 미안해... ]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아니...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꽃... 고마워요 ]
잠시 아무말 없이 그가 숨을 훅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번주에 미국에 다녀와야 될것같애.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어. ...같이 갈래? ]
[ ... ...아니. 별루 가고 싶지 않아요. 집에 있을래 ] 그녀가 망설이다 대답했다.
[ 그래, 그럼...]
그녀가 먼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 신랑이 며칠 없다고 그렇게 풀이 죽냐? 정말 못 봐주겠다. ...어휴 나도 빨리 연애를 하던지 해야지 ]
친구의 불만섞인 목소리에 그녀는 씁쓸히 미소지으며 곁에 있는 붓들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은이는 그녀가 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고 그녀의 화실은 그녀가 언제고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찾는 장소였다.
[ 전화가 안와서 그래? ]
그는 도착한지 이틀정도 연락이 있었을뿐 며칠째 연락이 없었다.
[ 바쁜가보지 뭐 ]
[ 니가 먼저 연락해보면 되잖아. ... 너 옛날하고 많이 달라졌다. ...혹시 그때일땜에 남편한테 고백도 못하고 사는거 아냐? ]
친구의 가슴을 찌르는듯한 질문에 그녀는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 너, 가끔씩 굉장히 우울한 눈빛을 할때가 있어. ...니가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느끼겠는데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거니? 옛날에 니가 사람들 있는데서도 선생님 좋아하는거 막 표현하고 다닐 때 넌 무지 행복해보였어,저러다 나중에 상처받을거 생각하면 불안해서 봐줄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 니모습이 좋았던거 같애. ...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살바엔 아파도 고백하고 난 후에 아픈게 낫지않을까? ] 친구의 말에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흐느꼈다. 며칠 사이에 그녀는 굉장한 울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가 없는 집안에 들어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집안 곳곳에 그의 체취가 느껴져 고통스러웠다. 그가 그리워 아침에 혼자 나가 달리기도 해보았지만 외로움만 더해갈 뿐이었다.
갈아입은 옷을 옷장위에 걸어놓고 있을 때 며칠만에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그녀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 나연? ]
[ 어디예요 ?]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 미안해. 연락 못해서... 일이 잘 해결되서 내일 아침에 떠나. ...근데 도착해서 집에 못들어갈 것 같애.] 그녀가 실망감에 화가 나려 할때 수화기 저쪽에서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모레 저녁때쯤 도착하는데 그날 저녁이 회사 창립기념일이라는거야. 나도 몰랐어,그러니까 그날 거기서 당신을 봐야 될거같애. 혼자 오게 해서 미안한데 아마 비서가 위치랑 알아서 연락 할꺼야 . 와줄거지?]
[ 알았어요 ]
[ ... 보고싶어... ] 갑작스런 고백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나두요 ... ...사랑해요 ] 그가 뭐라 말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