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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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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noma 2000-11-08

6
밝은 조명과 시끄럽게 왔다갔다하는 발자국소리, 신음소리 속에서 눈을뜬 나연은 눈앞을 가로막고있는 하얀커텐을 보며 병원 응급실임을 알아 차렸다.
병원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침대로 끌려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한것같은데 아마 깜빡 잠이 든모양이었다. 그녀의 한쪽팔엔 링거주사가 놓아져 있었다.
침대위에서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옆에서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채 고개를 숙이고 잠이든 그의모습이 들어왔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오만해보이던 그의 모습이 웬지 지치고 쓸쓸해 보여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녀는 아까 쓰러졌을 때 당황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의 어깨가 흠칫 놀라더니 팔짱을 풀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괜찮아? ]
[ 네 ]
[ 뭐래요? ... 위궤양이래죠? ]그녀의 말에 그의 눈꼬리가 화난사람처럼 치켜 올라갔다.
[ 알고 있었으면서도 몸이 그지경이 될 때까지 놔둔거야? 도대체 ... 그동안 제대로 먹고 살기나 한거야? 의사는 ... 당신이 ...] 그가 화가 나는지 말끝을 흐렸다.
[ 왜요? 내가 다이어트라도 한줄 알고 야단이라도 치셨어요 ] 그녀의 입가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 웃음이 나와 ]
[ 응 ...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야단을 맞으면 어떤 표정일까 궁금해서...]
[ 궁금한것도 많군. ... 당신 아버지는 ... 연락이 안되는거야? ] 그가 아까 그녀가 고통스러워 할때 간간히 찾던 아버지 얘기를 꺼내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 내 핸드폰으로 연락하셨는데 내가 핸드폰을 잊어버렸어요 ]
[ 당신 아버진 어떻게 당신 혼자 두고 떠날 수가 있지? 이해가 안돼 ]
[ 아빠를 욕하지 말아요. 안가겠다고 한건 나니까 ... 아빠는 언제나 나한테 만큼은 최선을 다했어. 당신한테도 얼마나 마음을 두셨는데 우리가 이런걸알면...]
[그럴까?... ]그녀의 시무룩해진 표정을 보자 그가 뭔가 말하려다 마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집에 갈수 있을꺼야? ]그가 줄어가고 있는 링거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입원하지 않아도 된대? ] 그녀는 그의 굳어진 얼굴을 보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주워담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 당신이 나랑 집에 가는게 싫다면 당분간은 괜찮을꺼야. 며칠동안 일본으로 출장가있을꺼니까. ]
[ 아니, 그게 아니었는데... 미안해요 ]
[ 근데 집에 가더라도 혼자는 못있을꺼야. 당분간 좀 식이요법좀 해야 할테니까 아줌마라도 불러야할 걸... 그럼 가서 간호원좀 불러올게 ]



그녀의 몸은 며칠동안 깨끗이 회복 되어있었다. 가운이 뭐라고 일러놓고 갔는지 간병해주던 아줌마와 며칠동안 먹는 문제로 실랑이를 버린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히 고집스런 아줌마였다. 그는 일주일 만에 출장에서 돌아왔다. 출장중에 간간히 전화를 걸어와 그녀의 상태를 물어보던 그가 공항에서 돌아왔다는 전화를 했다. 회사에 들렀다 좀 늦을꺼라는 말에 서운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 일어나, 일어나라구 ]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몸을 잡아 흔드는 바람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 어,언제 들어왔어요. ]그녀는 어제 그를 기다리다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드는 바람에 그가 온 것을 보지못했다.
[ 좀 늦었어. 어서 일어나. 운동하러 가자구 ]
[운동? ]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침대옆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새벽 여섯시엿다.
[ 싫어요, 나 운동 싫어해. 그리구 지금 나가면 추울텐데, 당신이나 해요 ]
그녀가 다시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가려 하자 그는 그녀의 몸에서 이불을 걷어냈다.
[게으르긴. 십분내로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들어와서 옷 입히겠어.]
그는 그녀가 노려 보는것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장난스런 미소를 짓더니 나가버렸다
그가 말한 운동이란 그의 빌라 주위에 있는 공원 안을 달리는거였다.
세상에, 겨울이 문턱에 닿아 새벽공기는 이루 말할수 없이 싸늘했고 거기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달리기라면 질색이었다.
[ 혼자 달리기 심심하면 강아지라도 한 마리 사서 데리고 다니면 어때요? ]
그녀가 계속해서 투덜거리자 그는 달리기를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노려 보았다.
[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나는 동물보단 사람이 더 좋은 걸. 집에선 말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하더니 밖에 나오니 정말 말이 많아지는군. 당신이랑 같이 달리면 심심하지 않겠어.] 그는 다시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이제는 할 말이 없는 듯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아침부터 너무기력을 소모해선지 지친 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가 불러세웠다.
[ 나는 아침먹구 바로 출근 할꺼야 ]
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 샤워할동안 준비좀 해줘. 그리구 당신도 같이 먹자구.어차피 운동해서 금방 배고파 질테니까 나중에 혼자먹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
그는 그녀의 표정에 웃음을 머금고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닫힌 방문을 한동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