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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noma 2000-11-01

4
결혼식은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소수만이 초대되어 간단하게 치러졌다.
결혼식 며칠전 그에게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계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녀가 걱정하자
파리에 계시는 그의 어머니는 자식이 혼자 결혼식을 치르는 것에 원망 할 분이 아니라고만
말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그녀는 신혼여행은 없을 꺼라 생각했는데 그의 차로 그가 가지고 있는 시골집으로 갈거라는 얘기를 들었다.아마도 남들의 시선을 생각 하는 거겠지.
그의차는 시골마을을 지나쳐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다 멈춰섰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작고 아담한 - 잔디가 고르게 잘 정돈된 넓은 앞마당에
단풍이 우거진 산을 뒤로 하고 풍경화처럼 서있는- 예쁜 집에 시선을 빼앗겼다.
[ 들어가지 ]그가 어느새 짐을 들고 그녀의 옆을 지나쳐 현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집안은 밖에서 본 느낌만큼이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정말 예쁜 집이네요] 오랬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어머니 집이였어, 재혼하고 파리로 가시면서 나한테 주셨지]
그녀는 그의 어머니에 대해서 궁금했지만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묻고 싶은 말을 참았다.
그와의 결혼을 결정하고나서 한달여 동안 그 혼자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시켰을 뿐 그녀와는 거의 의논도 대화도 없었다. 가끔씩 저녁식사를 같이 했을 뿐이었다.
그는 분명 그의조건에 결혼을 결심한 그녀를 경멸할 것이다.
[집이 깨끗하네요? 여긴 자주 오나요?]
[ 아니 , 마을에 이 집을 가끔씩 청소해 주는 아주머니가 있어. 내가 올 때 미리 연락드리면 알아서 미리 다 준비해주시지, 아마 먹을 것도 준비 돼 있을꺼야. ...배고파? ]
그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 아니요, 긴장했었나봐요. 좀 피곤해요. 당신은요? 식사준비해드려요?]
[아니, 지금은 음식을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
그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당황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杵?겠어요. 제가 쓸 방은 어디죠? ]
그녀의 물음에 그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그가 손으로 방문을 가리키자 그녀는 거실안에 놓여있는 자신의 짐가방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침실은 밖에서 본 집크기에 비해 꽤 넓었다.커다란 창문이 나있고 그 밖으로 테라스가 연결되어있는 방안은 하얀 벽지와 하얀커텐 짙은 원목침대에 깔린 시트와 그 옆에 놓여 있는 긴의자 까지도 그녀의 마음과는 대조적으로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결혼식 때문에 올린 머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그녀는 머리에 꽂은 핀을 뽑은후 오늘하루 너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정장을 벗어 침대옆에있는 기다란 의자위에 올려 놓았다.
가방에서 속옷만 챙겨가지고 그녀는 방곁에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거울에 비친 자신의모습에 그녀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슨 짓을 한거지? 이 무모한 선택을 다시 되돌리기엔 이미 시간이 늦어 버렸다.
뜨거운 샤워로 긴장을 푼 그녀는 속옷만 갈아 입은채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갈아입을 면T와 면바지를 가방에서 꺼내려는데 방문이 열렸다.
그녀는 얼른 가지고 있던 옷으로 몸을 가린채 얼굴이 빨개져 문가에 서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샤워를 한 듯 머리는 물기에 젖은채 이마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목욕 가운을 걸치고 한 손엔 그의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예요?] 그녀가 가까스로 소리 쳤다.
[ 무슨 일은?우리방에 들어 왔을뿐야, 설마 우리가 결혼했다는걸 잊은건 아니겠지?]그가 비아냥거리듯 말햇다.
[ ...나는 ...나는 이런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 설마? 갑자기 요조숙녀라도 된건가? 아니면 당신의 추종자들처럼 당신이 손짓해주길 기다리며 매달려야 되는거야? ...우리 결혼에 이정도 즐거움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
그가 가방을 내려 놓은채 그녀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옷가지를 움켜진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위에 한손을 올려 놓으며 한손으로 그녀의 젖은머리를 한올한올 귀 뒤로 가지런히 넘겼다 .
이렇게 그와 마주서게 되니 그가주는 위압감은 대단했다.마치 굶주린 늑대에게 잡아먹힐 어린양처럼 그녀는 눈만 동그랗게 뜬채 그를 바라보았다.
[왜이렇게 떨고 있지? 내가너무 거칠게 할까봐? ...당신은 부드러운게 좋은거야? ]
그의 입술이 어느새 그녀의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그녀는 다시 목덜미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그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버둥거렸지만 오히려 그의 억센팔에 갇힌꼴이 되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다가오자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거칠게 키스 할 꺼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희롱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열었다.
입술이 열리자 이제 그는 기다렸다는 듯 혀를 밀고 들어와 그녀의 혀와 입안 곳곳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이 아찔해져 손에 쥐고 있던 옷가지가 떨어져 나간 줄도모르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들어 침대위에 내려놓았다.
다시 그의 키스가 시작되었고 속옷은 이미 그의 손에 의해 벗겨져 나갔다.그녀의 이성은 그를 멈춰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그녀의 몸은 마비된채 말을 듣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베게위에 누이고 가운을 벗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가 그녀의 온몸으로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감각에 불을 지르자 낮은 신음소리가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그녀는 갑자기 공포를 느끼며 반항하기 시작 했다.
그는 그런그녀의 반항을 비웃듯 그녀의 두 팔을 고정시키고 한쪽 무릎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서서히 그녀의 닫힌 문을 열었다.
[ 빌어먹을! ]
고통의 순간도 잠시 그의 외침에 그녀는 정신이 들었고 방안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냉기가 돌았다.
그는 어느새 밖으로 나가버렸고 침대위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수치감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침대 시트를 끌어당겨 몸을 덮었다


'빌어먹을'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단숨에 들이킨 그는 주먹을 꽉 쥐어 빈캔을 찌그려뜨려 버렸다.
자기 아내를 강간한 기분이라니, 그는 그녀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안고 부드럽게 달래줘야 했다.
그러나 그의 오만함은 그녀를 침대위에 혼자 버려두고 그녀를 원망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첫사랑...
그녀가 고 3때 , 어느날 세상을 다얻은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진로를 바꿔 미술대학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에게만 살짝 털어놓는다는 그녀의 비밀은 친구의 화실에 놀러간 그녀는 친구의 선생에게 첫눈에 반한것이었다.
그는 어이없어했지만 이후 그녀의 열정은 대단했다.
대단한 노력으로 미대에 가기위해 열심이었고 대학에 들어간후 결혼과 유학계획까지 세워놓을 정도였다.
그녀는 순진했다. 그녀의 사랑엔 아무런 경계심도 없었고 꺼릴것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대학발표가 난후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그를 찾아왔다.
그녀의 사랑이 그녀의 소중한 친구와 약혼을 하고 유학을 갈꺼란 얘기를 하면서 그녀는 그의 품에서 울다가 또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꺼란 말과 함께.
그 이후 그녀의 생활은 변했다. 대학에 들어간후 그토록 열심이었던 그림에서 손을 뗀건 물론이고 언제나 한무리의 남자친구들에 둘러싸여 그녀의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와의 좋았던 사이도 멀어진건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