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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장미정 2000-11-10


1991년 헤어짐.......그녀의 결혼


스물 둘.......
영혼 깊이 추락할 나이......
군대라는 통속적인 관례속에
참아야 하는 법.
아니, 억눌러야만 했던 깡다구 라는걸
배워야 했다.
상병을 달게 된지 꽤 지났을 때,
그녀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편지가
일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언제나 사랑하는....
좋아하는 일수야 라는 말도 붙지 않은 채 였다.


일수야!

미안해.....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편지 자주 못한거......

일수야.....

있잖아...모든 사람에게 사랑이 허락되는

것은 아닌가봐.

비록, 그것이 아무리 간절하고, 절실 할지라도....

내가 변명같은 변명을 한다면,

넌 너무 바보였어.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믿은채

내팽겨 쳤다는 거야..

그거 아니? 너 없는 그동안의 시간

결코 난 쉽지 않았다는걸.....

저번 휴가 나왔을 때 말 할려는 것을

자신이 안 서더라구....

나........다음 달에 결혼해.

미안하다.

아마, 너에겐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나타날거야.

하지만, 우리의 추억은 영원히 간직하자.

좋은 친구로서.....

아마 이 편지 마지막이 될 것 같애.

이해 해주길 바라며....

1991년 9월.....



결혼 한단다.
너무나 사랑해 감히 함부러 할 수 없었던 그녀가....
갑작 스럽게 눈물이 넘쳐 뺨에 흘러 내렸다.
차마 그녀가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리라고는 생각 못한 일수였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는 격언을
아주 옛날에 터득해 알고 있던 일수였지만,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는지 모른다.

그것을 실현 시키기 위해
그 어떠한 고통이라도 참고 견디려 하지 않았던가....

축복 해주고, 잘 살아라
부디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빌어주면서도
한편으론, 맨땅에 머리를 들이박고 싶을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제대는 그녀의 결혼 한다는 달보다
두 달이 늦다.
참석할 마음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식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에 헤어지는 연습을 많이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탓인가?
한 순간에 이렇게 허물어 질 수 있다는
절망감을 맛보아야만 했다.
오도가도 못하는 그의 신세만
탓할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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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그녀가 이 세상에 있는것 만으로도.......



제대 후,
대학 복학 문제가 일수의 우선으로 고민거리였다.
큰 누나 시집가, 조카 낳고 잘 살고 있었고,
작은 누나는 일어 공부를 해, 여행 가이드로
일본으로 출국한 뒤였다.

일수는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나듯
가슴속에 소용돌이 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뻥 뚫린 허전한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는 헤아릴 수 없는
너무나 큰 슬픔이였다.

가난 때문이였을까?
그녀가 결혼을 서두른 이유가.......
잡념속에 그녀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도 진실이고,
그러면서 또 다른 한 쪽 마음은
그녀가 부러해져서 다시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진실이였다.

일수는 돈을 벌고 싶었다.
은아가 떠나 버린것도 일수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미련을 버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자신을 힘들게 고문하고 있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수는
매형이 소개 시켜주는 자동차 부품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다.

계약직으로 있다가 근무 태도를 보고
6개월 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조건이였다.

새로이 시작하는 바쁜 사회 생활에서
일수는 은아의 대한 간절함도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만남은 이별을 낳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낳듯,
일수에겐 또 다른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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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는가?

어린 시절에 이미 인생의 아름다움을

거의 살아버린다는 것을...........]



김 하인의 <사계절이 사는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