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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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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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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인디언 2000-10-30

다시 병실로 돌아와 민석이를 보았다.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누워만 있었고, 병실은 너무도 조용하고 쓸쓸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인지 더 초라해보였다. 그동안 민석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져서 집으로 찾아갔다.
민석이의 집은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달동네였다.물어 물어 민석이의 집을 찾은 나는 주인집 아주머니로부터 민석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민석이는 그동안 혼자 살았고, 부모님은 돌아가셔서 고아나 다름없이 자랐다는 것과 하루하루 살기위해 막노동을 하며 지냈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열쇠를 주며 민석이의 방을 안내해 주었다.
허름한 방문을 열어보니 작은 방안에 책상 하나와 옷장하나와 작은 카세트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건 책상 옆에 쌓여있는 테잎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사서 가지고 간 테잎이 모두 민석이의 방에 있다는게 어떤걸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을 들어가 책상에 앉아 서랍을 열었다. 검은 표지로 된 공책하나가 들어있었고 통장과 도장이 들어있었다. 검은 표지를 열어보니 일기장이었다. 읽으면 안되는 거지만 난 그동안의 민석이의 삶이 궁금해졌다. 일기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쓰여져 있었다.

3월 2일
고등학생이 되었다.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친해져야 한다. 남녀공학이라니......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여자애들이랑 어떻게 한 반에서 공부를 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가니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어 창가쪽에 빈자리가 있어 앉았는데 옆에 앉은 애가 여학생이다. 일어설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앉아있었는데 내가 앉아 있는동안 그 여자애는 창밖만 계속 보고 있었다.
창밖에 뭐가 있는거지? 단정하게 빗은 머리에서는 좋은 샴푸냄새가 나고 있었다. 책상위에 있는 손은 하얗고 긴 것이 참 예뻐보였다. 하지만 곧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난 남학생들 사이에 앉게 되었고,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궁금해 그쪽을 보니 그 여자애가 나를 보고는 놀랐는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하얀 얼굴에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고, 두는은 사슴눈망울처럼 예뻤고, 얼굴도 조그만 것이 참 예쁘게 생긴 아이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그 여자아이에게 시선이 간다. 그런데 그 여자애도 나를 자꾸만 보는 것이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건가?
집에 가는 길에 그 여자애를 보았다. 바람에 검은 머리가 날리는 모습이 예쁘다. 집이 나와 같은 방향인 것 같다. 그 여자애는 너무 느리게 걷는다. 뒤에서 따라가며 보고 싶었지만 집에 급한 일이 있어 그 여자애 걸음을 맞춰가다가는 늦을 것 같아서 그 여자애를 지나친채 앞서 걸어갔다. 그리고는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서 음악을 듣다가 무심코 옆을 보았는데 저쪽 모퉁이에서 그 여자애가 숨어서 나를 보는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