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엄마와의 재회.
이른 아침,상희는 분주히 집을 나선다.
미주에게 만들어줄 책상에 못질하던 광구가 그녀뒤를 따라간다.
상희가 예민한 시선을 던지자 광구는 얼굴을 피하며,
`대체 매일 어디 다니는 거에요?'
`이젠,미주도 모자라서 나까지 참견하실거에요?'
`그냥...궁금해서요.'
무시하고 나가던 상희가 문뜩 멈추더니 가방에서 봉투하나를 꺼
내 마루위에 툭 던진다.
의아해하는 광구가 봉투를 물으려고 하자
`오늘 미주좀 부탁해요.'
라는 말만 남기곤 나가버린다.
미주를 부탁한다?요즘 들어 참 많이 듣는 소리다.그소리를 듣기
까진 4년이 걸렸지만 왠지 오히려 마음이 철렁하고
불안하다.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닌것인지.....
광구는 마루위의 봉투를 집었다.안의 것을 보고는 그의 표정이
더욱 굳어버렸다.
돈이였다.그것도 풋돈도 아닌....광구의 심장은 벌렁거렸다.불안
했던 마음은 이제 두려움으로 변한다.무슨일일까?그녀에게 이 큰
돈이 어디서 난걸까.서울을 떠나면서 정리한 가게와 땅조금 처리
한돈은 이미 바닥난지 오래다.요즘은 겨우 광구가 막노동해서 버
는 돈,그것도 겨울철에는 그답지도 않다.이상한 기분을 떨칠수
없다.무엇일까...
상희는 상기된 표정으로 병원에 들어섰다.
겨우 병실을 확인하고 급히 뛰어가니 재희가 복도에 나와 있었
다.마치 그녀를 기다린것처럼.....
`왔니?'
`엄마는...어디가 어떻다구?'
`들어가보기전에 알아둘게 있어.몇년전에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
하셨어.몸은 별루 안다쳤는데 뇌에 약간의 장애가 있어.'
`무슨소리야?다말해,숨기지말구 다!'
`약간의 기억을 못해.어젠 발작을 하셨는데...아주 가끔 그러셔.
그리고는 기억을 못해.실은 너두 기억이나 하실지...'
`왜 첨봤을때 그소리 안한거야?'
재희는 상희를 빤히 쳐다보다 입을 지그시 깨문다.
`엄만 멀쩡해.단지 조금의 장애가 있을뿐이야.'
병실안에 들어선 상희는 깜짝 놀란다.
마치 몇년전 그때로 돌아간것처럼 엄마는 여전히 젊었고 멀쩡했
다.누가 환자라고 보기 어려웠다.
엄마는 쪽진머리를 틀어올리며 옷을 갈아입고 잇었다.
그녀가 돌아선다.그리고 상희와 눈이 마주친다.
상희는 야수를 만난 약식동물처럼 꼼짝못하고 서잇다.그런데 더
욱 놀란것은 엄마의 반응이다.
`너,과외안받고 왜왔어?'
상희는 휘청거리는 다리를 옮기며 엄마에게 조심히 다가간다.
`엄마...나왓어..'
`그래...과외 선생한테 전화왓드라.너 요즘 무슨 생각하니?과외
선생이 맘에 안들어?'
상희는 너무 믿겨지지않아 멍하니 그녀를 바라만 본다.이건 꿈인
가.아니면 교활한 그녀가 연극하는 건가?
`엄마...'
상희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허탈한 웃음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