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리가 반쯤 깨진 허름한 가게 쪽문을 밀고 한여자가 들어왔
다. 얼핏봐서는 스무살을 갓넘긴듯했지만 그 나이또래의 여자들
에게서 볼수있는 그런 생기는 그녀에게 없었다.하얗다못해 백지
장처럼 창백한 피죽이 그녀의 앙상한 광대뼈를 살짝 덮고있는것
이 마치 좀비를 연상케했다.
`어서 오세....요'
광구는 냄비채 먹고있던 라면을 살짝 밀어내고 엉거주춤 일어났
다.작고 여린, 그리고 모처럼 보는 어린 여자가 그런 모습의 광
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톡 쏘아보더니 빵하나를 집으려다 만다.
그는 문득 그녀가 결코 뭔가를 사기위해 들어온거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부식해서 녹슨 쇠의자에 다시 앉는다.
`아저씨'
너무도 또렷한 음성이였다.
`네'
`이빵들..다 유통기한 지난것들이죠?"
`그..글쎄....요..."
여자는 빵봉지를 하나 집더니 뭔가를 확인하듯이 이리저리 살핀
다.
`보세요.이것 보시라구요.내말이 틀린지....'
광구는 거칠구 더러운 손에 나는 땀을 바지가랑이에 쓱쓱 문지르
더니 조심히 주춤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런걸 팔면 어떻게 되는지아세요?'
하더니 주머니에서 봉지하나를 꺼내 빵들을 담기시작한다.
광구는 멍하니 쳐다만 볼뿐이다.
`걱정마세요.아저씰 신고하지는 않을거에요.다 아저씨가 무지하
고 순진해서 그런걸 어쩌겟어요.대신에....이빵들은 내가 대신
팔아줄께요.얼마면 되겠어요?'
가게문에서 나오는 그녀의 두손엔 빵들이 한보따리씩 있었다.
마치 그커다란 빵봉지들이 그녀를 끌고가는것처럼 보였다.
광구는 조심히 몰래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웬지 한방 얻어맞는 기분이였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이런 시골에서는 어울릴것 같지않은 귀티가 광구를 오히려 주눅
들게 한다.
광구는 돌아서서 다불은 라면냄비를 멍하니 쳐다본다.
이 묘한 기분.야바우해서 가게 물건띨돈 다날려도 이렇게 허탈하
진 않았는데....
그는 문득 기계적으로 전화를 든다.
`아,거기 풍운상가죠?여기 빵좀 배달해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