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이야기 [열넷]...명은의 새로운 세상.</b>
다가오는 민재를 밀어내고 거부할 힘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의 키스보다 더 뜨거웠다. 이제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이 이루어질지도....
명은은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감각적인 속옷이 마치 이 순간을 위
한 것 같은 기분 마저 들었다. 대범한 것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
이 들었다.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민재가 명은의 것옷을 푸르자 그
안에 기본적인 명은이 알콜로 붉어진 얼굴빛처럼 수줍어하고 있었다.
브레지어로 다 가려지지 않는 풍성한 가슴이 민재의 감성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레이스를 통해 드려다 보이고, 밖으로 드러난 명은의
숲은 민재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었다. 명은은 바다였다. 가슴은 출렁
이는 파도이고, 숲은 춤추는 산호초였다. 바다를 떠나면 말라버리는
산호초. 그 바다 안에서 화려하게 살아 나는 산호초였다.
민재는 산호초와 공생하는 미생물이길 원했다. 그러나 산호초안에
몸을 숨겨 헤엄치는 물고기 였다. 물고기는 산호초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녔다. 산호초는 물살에 흔들리며 물고기의 길을 만들어주며 함께
움직였다.
함께 뜨거운 숨을 몰아쉬는 민재의 모습에 순간순간 승빈의 얼굴이
겹쳤다. 명은은 도리질 치며 그럴수록 민재를 더욱 쌔게 끌어안았다.
민재에게 몰입하려 애썼다.
[이것은 그저 행위일 뿐이야. 단지 지금의 이 사람과 함께 나누고
픈 행위. 남편을 배신하는 게 아니야. 그저 이 남자를 느끼고 싶은 거
뿐이야.]
"아..........."
"음................"
파도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회오리처럼 바다 밑까지 흔들고 있다.
민재의 등에 명은의 손톱이 깊은 자국을 남기고 명은의 가슴을 잡은
민재의 손에 힘이 주어졌다. 산호초와 물고기의 술래잡기가 빨라졌다.
아니, 함께 거칠어 졌다. 해수면 위.. 저 멀리서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민재와 명은이 무지개의 끝을 잡았다. 무지개가 일렁임으로 춤을
춘다. 명은의 몸이 탄성을 질렀다. 민재를 잡아끌어 언덕 위까지 숨차
게 올랐다. 하늘이 있었다. 그곳에 하늘이 맞닿아 있었다. 둘만의 하
늘이...
명은이 자기에게 무너져 어린애처럼 가슴을 빨고 있는 민재의 머리
를 쓰다듬었다. 쉬고 싶었다. 침대에 녹아들듯이 그렇게 잠들고 싶었
다.
어젯밤의 뜨거움과는 달리 아침은 부끄러움 이였다. 먼저 깨어 담
배를 피우는 민재가 옆에 있었다. 명은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 꿈이 아니였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 남자를 어떻게
쳐다봐야 하는거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걸까? 다시는 만나지 못하
는 걸까? 그래야 하는 걸까? 그냥 친구로.. 지난번 말했듯이 서로 편
안한 친구로만 만나면 안될까? 그러고 싶어. 이 남자는 지금 무슨 생
각을 하고 있을까?]
명은의 움직임과 숨소리로 깨었음을 안 민재가 살며시 안아 주었
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
아침이면 늘 텁텁하던 입안에 더욱 침이 마르고 있었다. 민재의 담
배 냄새가 명은의 입안에 전해졌다. 부드러움으로 변한 명은의 입술
이 달콤함으로 열리고 있었다. 좀 전의 온갖 상념들은 사라지고 몸은
빠르게 답하고 있었다. 아주 쉽게 뜨거워 졌다.
명은이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오피스텔 안에 커피향이 가득한게
기분이 좋았다. 이제 다 내려진 커피 메이커 앞에 점심 시간에 오겠
다는 민재의 짧은 메모가 있었다.
"아! 이것은 어떠한 시작일까? 이 끝은 어디일까?"
따르릉.....
"여보세요."
"잘 잤어? 다리는 좀 어때?"
"응? 아! 네... 많이 좋아 졌어요. 오늘 올라 갈 꺼예요. 잘 잤어요?
애들은요?"
"응. 다 잘있어."
"식사는요?"
"빵이랑 우유 먹었어. 걱정하지 말고, 조심하기나 해. 힘들 꺼 같으
면 무리하지 말고 전화 해. 병원 끝나는 데로 데리러 갈 테니."
"아.. 아니야.. 괜찮어요. 올라갈 수 있어요."
입안에 침이 말랐다. 그리고 조금 전에 출근을 위해 돌아간 민재가
다시 보고 싶어 졌다. 명은은 스스로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부터 명은은 승빈을 속여야 한다. 승빈을 사랑하는 감정에는 변
함이 없어도 계속해서 승빈을 속여야 한다. 이중적 이여야 한다. 끝이
언제일지 몰라도... 겁이 났다.
-=-=-=-=-=-=-
그리고 그 거짓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재와는 그렇게 뜻하지 않았던 시작 이였으나 지금은 명은에게서
민재를 떼어놓을 수가 없다. 속된말로 애인이니 사랑이니 불륜이니
바람이니 하는 그 어떠한 것으로도 칭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민재의
명은이고 명은의 민재일 뿐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민재가 명은의
삼박자가 되어 있었다.
명은은 생일날 승빈이 아닌 민재와 보냈다. 민재의 생일은 늦은 시
간 명은이 함께 해주었다. 민재가 집에서 생일을 치르고 밤에 명은의
오피스텔을 찾아 둘은 아침까지 함께 있었다.
명은의 오피스텔에 민재를 위한 여분의 칫솔과 면도기가 놓여 있고,
민재의 속옷, 양말, 넥타이 등이 쌓여가고 있었다. 민재의 채취가
가득하게 베어가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민재의 채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