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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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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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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낙서쟁이 2000-11-16



이야기 [열 둘]..... 산행 그리고....

"하하.. 붉은 셔츠가 잘 어울리시는데요?"
"훗~ 감사합니다. 저보다 더 좋으신 데요. 모."
"산책처럼 생각하고 오르면 힘들지 않을 겁니다.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죠."
"네. 그런데, 전 등산화가 아닌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산이 그리 험하지 않으니까요. 구두 신고 오르는 사람
들도 있어요."

여름의 초록을 준비하는 산이 신선했다. 연두색의 여린 새잎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많지 않은 산행 객들이 천천히 걷고 있는 두 사람
을 지나쳐 갔다. 명은은 [다른 산악인들이 우리를 부부로 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명은씨!"
"네?"
"저.....우리 친구 할까요?"
"친구요? 후후."
"네.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하세요. 즐거
울 때 함께 하고 힘들 때 도움 주고, 맛있는 음식 집을 알면 같이 먹
으러 다니고, 좋은 곳 같이 구경 다니고... 그런 친구요. 어때요?"
"제가 친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명은씨 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제가 친구 하자고 했으니 자격은
벌써 드린 거 아닙니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
든요."
"후후.."
"그럼 동의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하하.. 기분 좋군요."

동학사를 출발해 쉬엄쉬엄 올라 천왕봉에 도착해 민재가 준비한 캔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힘드셨죠?"
"아니요. 괜찮았어요. 산이 참 조용하고 좋네요."
"그렇죠? 저도 이제 늙었는지 바다보다 산이 좋습니다."
"산에 자주 오시나요?"
"아니요. 자주는 아니고요. 어쩌다 오는 거죠."
"후후..."
"아. 명은씨 시장하겠는데요. 그만 천천히 내려갈까요?"

오래간만에 등산을 하는 명은은 숨이 차게 올랐던 길이지만 하산은
훨씬 쉽게 느껴졌었다. 하늘과 나무와 초록의 잎들과 땅 가까이 자리
잡은 작은 풀잎들까지 다시 한번 둘러보며 즐거운 마음이었다.

"조심하세요. 잘못하다 넘어 지십니다."
"악~!"
"명은씨~!"

민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명은의 발이 돌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으세요?"
"아.. 네.. 조금..."
"어디 봐요."

민재가 명은의 발목을 조심스레 움직이자. 명은이 더 아파했다.

"뼈가 잘못 되었는지, 단순히 접질린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일어
나실 수 있겠습니까?"
"네. 일어나 볼께요."

발을 디디던 명은이 다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자 민재가 등을 대
며 업으려 했다. 명은이 난감한 표정의 얼굴이 되었다.

"저... 그냥 부축을 좀 해주시겠어요?"
"그래요.. 그럼. 자.."

민재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 명은을 민재가 한 손으로 허리를 잡아
주고, 한 손으로 명은이 민재의 어깨에 두른 손을 잡아 주었다. 명은
이 걸을 때마다 힘들어하는 바람에 명은의 허리를 잡은 민재의 손에
힘이 주어 졌다.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네. 죄송해요. 모처럼의 산행을 제가 망쳤네요."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다치신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시장할실텐데 어서 드세요."

병원을 다녀와 일식 집에서 늦은 점심을 하며 서로 미안해하고 있었
다.

"운전을 못 하실 텐데 어떻게 하죠?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아니에요. 오늘 대전에서 쉬면, 내일쯤 괜찮아 지겠죠."
"그래도 괜찮으세요? 대전에 어디 아는 집이라도 있으신 가요?"
"오피스텔이 있어요. 염려하지 마세요."
"염려는 안 하는데, 걱정은 되는군요. 하하"
"하하.."

민재가 명은을 오피스텔에 데려다주고, 명은의 차까지 주차장으로
친절하게 옮겨 놓았다.

"좀 어떠세요? 차는 지하 3층에 옮겨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하기도 하고요."
"천만에요. 잠시만요."

욕실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와 민재가 명은을 침대에 눕게 하고 발
목에 시프를 해주었다. 맨발을 남자에게 내민다는 게 부끄럽고 창피
해서 몇 번을 거부했지만, 민재는 막무가내였다. 뜨거운 수건이 환부
를 시프 할 때는 시원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뜨거운 물을 몇 번씩 바꿔 가며 오랜 시간 민재가 정성껏 시프를
해주었다.

"피곤하실 텐데 그만 하세요."
"명은씨도 이제 주무셔야 하는군요."
"후후~"
"저 그럼 이만 갔다가 내일 아침 일찍 오겠습니다."
"아니요. 안 오셔도 되요. 괜찮습니다."

내일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며 나가는 민재를 만류하려 명은이 급하
게 일어섰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민재가 안아 일으켜 세우며 자연스
러운 포옹이 이루어졌다.

"명은 친구! 오늘 힘들었죠? 잘 자요."

명은은 창가에서 좀 전에 민재가 이마에 남기고 간 입맞춤을 느끼고
있었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 이였을까? 명은 자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일어
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민재와의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갈
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민재가 권한 친구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그게 가능한 것일까? 필
요성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굳이 외면하고 거절할 필요는 있는 것
일까? 내가 왜 그 사람에게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왜
평소처럼 당당하게 아닌걸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을 잃은 것일까? 거
절하는 방법을 왜 잊은 것일까? 내가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었일까? 친
구? 글세... 그 사람 말대로 라면 부담 없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명은의 질문과 대답은 수없이 만들
어지고 지워지기를 반복할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드는 수렁처럼 명은
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