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여덟].....명은의 또 다른 세상(1)
승빈이 퇴근 후 아무도 없는 텅 빈집에 도착해 스위치를 움직
여 불을 밝히면, 아내 명은의 빈자리에 조금씩 조금씩 [강세
희]의 생각이 떠다녔다. 가을이 깊어진 11월의 쓸쓸함이 승빈
의 생각을 더욱더 한곳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 계절 더욱더
춥고 외로울 그녀에게 동정심이 쏠리고 있었다. 승빈은 애처로
운 동정심이라 생각했다.
승빈의 아내 명은은 지난해 봄부터 대전에 있는 모 대학에 목
요일, 금요일에 야간대학 강사를 나가고 있다. 처음 애들 양육
문제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처갓집 근처로 이사를 했고, 장모
님의 수고로 명은이 두팔에 날개를 달고 집밖을 날아 다녔다.
금요일 강의가 있는 날은 학생들과 어울려 주점에서 한두 잔씩
한다며 가끔 취해서 들어오기도 했었다.
아내 명은이 한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과 가정을 등
안시 하면서 크고 작은 말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학교 일
이 아닌 주중에도 술 냄새 풍기는 늦은 귀가가 빈번해 언쟁이
오가고, 이어 각방을 쓰는 일이 자주 생기면서 골이 생겨나고
있었다.
명은의 제안에 따라 대전에 7평짜리 원룸 오피스텔을 구했었
다. 그로인해 목요일에 올라오지 않는 일이 어느덧 당연시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그때그때 전화로 알려오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렇게 명은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갈 즈음 어느 목요일
저녁에 명은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장마비가 내리고 있었다.
승빈의 마음처럼 어두운 하늘에 후덥지근한 공기를 뿌리며 비
가 이어지고 있었다. 퇴근해 들어서는데 작은애가 감기기운이
있는것 같다는 장모님 말씀에 살펴보니 열이 오르고 있었다. 해
열제를 처방해서 재워놓고 나오는데 울린 전화벨이었다.
"여보세요? 당신이에요?"
"응. 왜 안 올라오고?"
"오늘 학과 회식이 있어요. 늦어 질테니 여기서 자고, 내일
봐서 올라갈께요."
"술 마시지 말고 늦어도 올라오도록 해. 상철이가 열이 오르
고 아프니까."
"많이 아퍼요?"
"해열제 처방했어. 지금 자."
"나 늦어 질거예요. 지금 이곳엔 비도 많이 오고, 위험할꺼
같아요. 그리고 상철이 당신 있잖아요. 내가 엄마에게 와서
주무셔 달라고 전화해 놓을께요. 미안해요."
"애가 아프다는데 엄마가 되가지고, 술자리 한번 피하기가 그
렇게 어려운가?"
"화를 낼게 아니라. 난 지금 여기 있고, 지금 당장 내가 올라
간다고 애가 다 낳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그럼 알아서 해."
또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걸려온 전화에 내일 아침 당연
히 올라온다는 말도 아니고 봐서 올라온다는 전화이다. 결혼 9
년에 접어든 아내 명은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리를 느꼈
었다. 예감. 더군다나 불길한 예감은 여자에게만 발휘되는 게
아니였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명은은 대전 오피스텔에 있었고 승빈과
전화를 하는 동안 명은을 뒤에서 끌어안고 목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 민재가 있었다.
"아이.. 전화 거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
"못 참겠는데 어떻게 해?"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애가 많이 아프데?"
"글세 열이 좀 있나봐요. 지금은 잔다는데."
"애 아빠가 의사인데 무슨 걱정이야? 그리고 약 먹고 자는거
면 괜찮을꺼야. 안그래? 정말 올라 갈꺼야?"
민재가 여전히 뜨거운 손으로 명은을 만지고 있었다.
"자기 숨소리 전화에 들릴 뻔했잖아."
"괜찮아. 안 들켰잖아.. 이리와.."
"아유... 정말..."
살짝 흘기는 눈에 앙탈과 애교가 섞인 명은의 몸짓과 목소리
가 오피스텔에 들어서면서 부터 뜨겁게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었
던 민재를 다시 자극했다. 명은의 삐죽거리는 입술에 민재가
입술을 포개고 명은의 열린 입을 통해 서로의 혀를 목젖까지 빨
아드렸다. 강렬하게 서로의 타액을 빨아들였다. 민재가 뜨거워
진 한 손을 명은의 셔츠 안으로 넣어 가슴을 움켜잡을 때. 명은
의 입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들렸고 민재를 안은 명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민재가 명은의 귓볼과 목에 뜨거운 입김을 전
하며 가슴을 찾을 때 명은이 셔츠를 위로 올려 벗었다. 조금 살
집이 있어 풍만한 명은의 가슴이 드러났다. 민재가 명은의 한
쪽 가슴을 움켜잡으며, 한쪽 가슴을 삼킬 듯이 빨았다.
"아............."
민재의 머리를 끌어안은 명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고,
뜨거운 공기가 방안에 채워지고 있었다. 민재가 거추장스럽
게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급하게 벗고 있을 때, 명은
은 이미 도발적인 자세로 민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재가 명은
의 위에 쓰러졌을 때 명은은 만개한 국화꽃이었다. 잎잎이 활
짝 피운 노란 국화꽃 이였다.
숫벌의 공격에 겹겹의 꽃잎이 하나둘 열리면서 꿀을 품고 숨
어있던 암술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숫벌이 여지없이 암술
을 공격해 꿀을 빨아 들였고, 암술은 숫벌의 침에 찔려 격렬
히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암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을 넘겨주듯이 숫벌의 침을 온몸으로 조이며 몸속으로 빨아들
였다. 이제는 암술 속에 감춰진 꿀을 찾는 숫벌이 아니였다. 암
술에게 잡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암술에 취해서 여왕벌을 잊
은 숫벌이였다. 숫벌의 침이 암술의 몸 가장 깊이 침입했을
때, 암술의 흐느낌이 있었다. 암술이 가장 강렬하게 숫벌의
침을 빨아들였을 때 숫벌이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강한 울림
뒤에 함께 무지개를 보았다.
명은으로 부터 떨어져 나와 땀에 젖은 몸을 뉘이고 있을 때
도 민재는 무지개를 보고 있었다. 명은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
한 민재의 침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애무하듯이 부드럽게 닦
아주고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명은의 몸짓을 이제는 민재
가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아내에게서 전혀 받아 보지 못한 서비
스였다. 사랑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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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To.. 읽어 주시는분들에게...
갑작스런 명은의 등장에 놀라진 않으셨는지...
명은은 예정된 케릭터였으니 지켜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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