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다섯].....그녀의 따뜻함
....따르릉....
퇴근을 준비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간호사들은 모두 퇴근하고 없었
다. 승빈의 시선이 전화기 보다 시계를 향했다. 7시 30분. 진료 시간
이 지났으니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거나 집에서 오는 전화 일 것
이다.
"여보세요."
"저.... 안녕하세요?"
그녀이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또 아픈가? 얼마나 다친 거지?
전화를 할 정도면 심한가? 괜찮은 건가? 승빈의 머릿속에 순간적으
로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네?"
"저... 지난번 늦은 시간에 신세를 졌었던 강세희인데요."
"아! 네...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오늘도 일 때문에 야근하시나 보죠?"
"네? 아... 네.."
"잠시 올라가도 될까요?"
"어디 신데요?"
"병원 입구인데요. 간호사들이 모두 퇴근하길레 전화 드렸어요."
"아. 네. 그러세요. 올라오세요."
무슨 일일까? 승빈은 당황했다. 그녀가 무슨 일로 퇴근시간 후에
보자는 걸까? 음색으로 보아 아픈 거 같진 않은데. 승빈의 궁금증이
일고 있었다.
...똑똑!
"네."
"안녕하세요?"
"네.. 어서오세요? 어디 아프신가요?"
그녀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에요. 지난번 너무 감사했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요."
"인사는요 무슨. 괜찮습니다."
"저... 병원비......"
"아닙니다. 됐습니다."
"아니에요. 얼마죠?"
"얼마 안됩니다. 잊으세요."
"죄송해서.. 저 그리고 이거...변변치 않아요. 야근을 하시면 저녁을
드실 것 같아서..."
그녀가 쇼핑백을 접수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몹니까?"
"별거 아니에요. 도시락이에요."
"아. 제가 일찍 퇴근하고 없으면 어쩌시려고요. 이러시지 않아도 되
는데요."
"안 계시면 다음에 다시 준비하면 되죠. 지난번 너무 감사했습니
다."
"아닙니다."
"솜씨가 없어서.. 입에 맞을지... 전 그럼..일하시는데 방해되니 이만
가볼께요."
"아! 네.. 이거 오히려 제가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렇네요.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아니에요... 병원비 정산해서 다음에 알려 주세요. 그럼.... 안녕히계
세요."
"아니라니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한 체 주어진 대사를 외우듯이 말을 쏟
아 놓고 그녀가 가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선물을 받고, 간
호사들보다 일찍 퇴근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승빈이
그녀가 건네준 쇼핑백을 조심스레 펼쳤다. 일회용 도시락 세개와 캔
커피 하나, 나무젓가락 하나,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냅킨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꼼꼼하고 살뜰한 성격을 파악 할 수 있었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준비 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도시락 하나씩을 열었다. 도시락으로 간편한 김밥이 하나, 유뷰
초밥이 하나, 그리고 하나는 디져트인냥 여러가지 과일이 정성스레
담겨져 있었다. 승빈은 도시락을 다 펼쳐 놓고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이렇게 행복한 선물은 지금껏 없었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정성스런
도식락을 받아 본 적 또한 없었었다. 그녀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정심
에 따뜻한 감격이 더해지고 있었다.
어떻게 만든 걸까? 김밥은 오색찬란한 네모 모양 이였다. 네모 김
밥은 처음 보았다. 음식이 맛이 있었다. 혼자 먹기 많은 양이다 싶었
지만 승빈은 알뜰하게 다 먹어 치웠다. 평소 너무 달아서 먹지 않
던 캔 커피까지 맛있게 마셨다.
고맙다고..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아니 해
야 할 것 같았다. 차트에서 봐두었던 전화번호를 돌렸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남자의 목소리였다. 승빈은 순간 당황해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녀의 남편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남편이 있는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