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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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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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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김삿갓 2000-10-20

하루하루가 늘 같은 일상이
이제 더 이상은 나에게 미래도 희망도 없다.
다만,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인생은...

내 가슴에 있는 모든이들로부터 등지고 싶다.
모든 이들(얼마되지도 않고 나와 그리 깊은 관계도 아니지만)을
잊고 살고 싶다.

언젠가 꿈을 꾸었다.
그가 우리 회사에 날 찾아왔다.
난 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날 난
유난히 붉은 빛을 띄며 물을 머금은 꽃병의
장미를 보고 무척이나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가 나를 불렀다.
예전보다 더 좋아진 얼굴로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줬다.
"너 많이 이뻐졌다."
"네"
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은 겨우 손가락으로
셀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오빠. 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응. 그냥 보고 싶어서 왔지"
"네"
오빠는 우리가 예전에 함께 다녔던 회사에 다시 입사를 했다고
얘기를 했다.
우린 별로 말이 없었다.
오빤 내게 상담을 요청했다.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의 모습이었다.
꿈에서 깨어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슬펐다. 그가 꿈에 나타나서 그래서 더욱 슬펐다.

이번 10월달의 일이구나.
지금은 너무나도 한심하다 그런 말을 하다니...
결국 내 꼴을 이렇게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을이어서 그런지 더욱더 깊어가는 외로움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가 더욱 생각났다. 그리곤 괜실히
슬퍼졌다. 더 이상의 눈물도 흘릴수 없을 정도로.

전화를 했다.
늦은 밤이었다.
"오빠. 나 할말있어요."
"뭔데?"
"... 저 사실 오빠 좋아했었어요"
"그래?!"
"근데 이젠 안 좋아해요. 오빠가 눈이 너무 높은 것 같아서요"
"..."
"..."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하지."
"됐어요. 그냥 이 말 안하면 제가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그래서 말한거예요"
"..."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놀이터 그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곤 평소와 마찬가지로 하늘을 향해 말을 했다.
중얼중얼....
뭔지 모르는 그 무언가를 귀 언저리를 스치고
쌀쌀한 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치... 이게 전부구나.
그렇구나. 그와 난 아무런 사이가 될수 없구나.
그런거구나. 참... 불쌍한 우리 은재야.
왜 그랬어. 이렇게 너 혼자 슬퍼할껄 알면서
왜 그랬어.
은재야! 울지마. 네가 왜 울어.
그까짓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울면
너 세상은 어떻게 살아갈려구 그래.
그러니까 울지마.
울지마울지마...
내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달랬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