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68

[제4회]


BY 초이스 2000-10-17







가끔씩은 인생이 릴레이 경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난,
그 게임 같은 인생을 매일 반복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배턴을 누구에게도 떠넘기지 못한 체.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내 인생에 있어서는 일등입니다.

############################################################

2.서로의 반을 나눠 갖다.

그로부터 약 1주일 즈음 지났을까. 하나언니와의 약속 때문에 그 날 난 재영과 다시 마주쳤다.
그 날 저녁 어김없이 우리들은 술잔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나언니 와는 헤어지고 현지와 웅진오빠 그리고 재영오빠와 나 이렇게 넷이서 작은 소주방에서 술을 마셨는데, 그날따라 난 엉망으로 취해버린 것이었다.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나도 모를 말을 그들에게 마구 해대면서 두시간 가량 앉아 있은 걸로 기억을 한다.
그날따라 집안 얘기가 술자리에서 나와서 인지 자꾸만 밀려드는 서러움에 빨리 취한 것 같았다.

"돈 없어서, 200만원이 없어서 대학 못 갔다면 이해하겠어? 나도 배우고 싶단 말야."

기억하는 말이라곤 이게 다였다.
난 입학금이 없어서 대학 진학을 못했었다.
어떻게든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나도 그렇고 가족들마저도
포기를 해버린 셈이었다.
입학금 다음에 6개월 뒤 다시 내야할 공납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난 속으로 얼마나 울어야 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얘기 후로 내 정신은 거의 반쯤 나가 있었다.
기분 때문이었을까? 그만 마시자는 모두의 의견과는 달리 나는 더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와 헤어지고 현지와 나만 택시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자."

현지의 목소리가 울리듯이 들려왔다. 난 창문에 머릴 기대며 반쯤 풀린 눈으로 시선을 내리 깔았다.
한숨.....택시가 그녀의 집 앞에 서자, 난 힘없이 내리며 현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그냥 갈래. 내일 전화할게."
"야! 어디가? 이렇게 취해서는...."

가려는 나를 현지가 만류했지만 나는 다시 택시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 100미터 즈음 뒤에 내려서는 공중전화 박스로 향했다.
왜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규용씨였다.

"여보세요...."
"저....선경이에요."
"아....이 밤중에 무슨 일로?"
"술친구가 필요하군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저희 집으로 오시겠습니
까?"

그가 나를 집으로 불렀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택시에 몸을 싣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이유 없이....정말 이유 없이....

현관 앞에 서서 나는 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나를 맞았지만 그는 집안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나를 저지했다. 미안한 듯 그는 내게 말했다.

"지금 형님이랑 형수님이 와 계셔서....."
"그래요? 그럼 집에 가야죠! 담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내가 안쓰럽게 보였던지, 그는 내 팔을 잡고 휘청거리는 나를 부축해 주었다.

"잠깐만요...."

그가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나왔다. 희미해져 가는 그의 모습을 실눈을 뜨고 바라봤다.

"어디로든 가죠."

그의 차에 몸을 실었다. 활짝 열어 놓은 차창사이로 조금은 쌀쌀한, 그러나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릴 흔들고 지나갔다.
멀리 두 눈으로 들어오는 거리의 가로등들......밤의 거리는 이미 가로등의 색채에 젖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가 차를 멈춘 곳은 낯선 곳이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낯선 남자와 보내는 낯선 장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 속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아늑한 휴식에 대한 관심 뿐......

그가 이끄는 데로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카운터에 앉은 뚱뚱한 아주머니의 투박한 인사가 귀에서 쩌렁쩌렁 울렸을 때 나는 이곳이 어딘가를 취한 눈으로 확인했다.

여관.....
그가 나를 이끈 곳은 여관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이런 분 인줄 몰랐어요."

보통 여자들 같으면 이런 말이라도 하고 또 어떤 대담한 여자들은 따귀라도 때리고 뛰쳐나왔을 테지만, 난 그렇질 못했다.
어차피 제 발로 찾아간 건 나였으니까..........

############################################################

내 천번의 다짐도 네 한마디 말엔

물거품이 된다.

너의 그 하늘은 높고 무한해서 이 두팔로는

안을 수 없다.

어째서 난 날개도 없이 널 사랑해 버렸을까.

하늘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