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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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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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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초이스 2000-10-10






순정(純情)2회..



-우울해 보이는남자2-



당신의 나라에는 내가 없었다....

그러나, 당신의 가슴에 하나의 의미로

자리 잡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한 여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나라에 초대 받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봄의 따스한 햇살이 베란다를 넘어 거실 안으로 들어
왔을 때 눈부신 햇살을 느끼며 부시시 눈을 떳다.
분홍색 소파 뒤로 성큼 넘어선 햇살을 보며 시간이 정오
즈음 된 것을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을 때 옆에서 자고 있던 현지가 눈을 뜨며

말해왔다.


"속 쓰리지? 갈증난다...."

"여기 그 사람 와이프는 오늘 집에 없나봐?"

어젯밤 잠을 청하기 전 봤었던 그의 가족 사진을 보며
내가 말했다.
아마, 아기 백일 때찍은 사진 같았다.
사진 속 그의 와이프는 몸에 붓기가 덜 가셔서 그런지
그 사람 보다 덩치가 조금 더 컸으며 사진 속의 그는
백일 난 아기를 품에 안고 그의 와이프는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찍은 사진이었다.


"어디 갔겠지 뭐. 무슨 상관이니?"


현지의 말이 끝나자 옆방에서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 사람은 바로 재영 오빠였다.


"일어났니? 경아는 좀 괜찮아?"

"응....근데 여기 그 사람 와이프는 오늘 없어?
인사라두 해야 하는 것 아냐?"


내 말에 재영오빤 피식 웃어 넘기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래?"


난 그의 말이 조금은 의아했지만 더 이상 묻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후 세호오빠와 그 사람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어~ 일찍 일어났네?"

"야~ 죽겠다."


그는 정말 코미디언 같았다.
능청 스럽게 죽겠다는 말 한마디 하고선 내 옆으로 다가와

내 허벅지를 베게 삼아 베고 다시 자리에 눕는 것이었다.
난 그의 머리를 살짝들어 베게를 받쳐 준 다음 태연히
말 했다.


"속 쓰리다. 내가 만둣국 좀 끓여 줄까?"

"만둣국 좋지~ 너, 끓일줄은 아냐?"


조롱하듯 말하는 세호의 말에 나는 발끈하며 말했다.


"아마....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걸?"

"그럼 경아가 실력 발휘 좀 해봐라!"


현지와 간단히 시장을 본 다음 곧바로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서들 와. 맛있게 끓였다...."

"그래? 믿을 수 있니?"


나는 영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설이는 세호에게 새침한
미소를 내비치곤 수저를 챙겼다.

수저통에는 부부가 함께 쓰는 수저 두 쌍씩,
그리고 손님들을 위한 수저들로 채워져 있었다.


'세심한 모양이야....그 사람 와이프....'


"규용씨는?"


슈퍼에 시장을 보러 간 사이 그는 어느새 다시 침실로
들어가 누워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그를 깨우러 갔다.
그는 침대를 놔두고 침대밑 바닥에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체 죽은 듯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저어~ 일어 나셔서 함께 드세요...."


말이 없는 그를 더 이상 깨우기가 뭐해 침실을 나왔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재영이 나섰다.


"야! 일어나서 밥 먹어...."


재영의 큰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그는
게슴치레 하게 두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속이 아파서 더 이상은 못 먹을 것 같아....선경씨
미안해요. 맛은 있는데 제가 속이좀 아파서.....
회사에 특휴 내달라고 전화부터 해야겠어."


그는 만둣국을 두어번 입에 갖다 대더니 곧 자리를
일어서며 옆방으로 가버렸다.


"쟤는 원래 술 마시면 잠만 자....왜, 그런 사람 있잖아.
술 먹고 난 다음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


그가 회사에 전화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랑 세호랑은 볼일 있어서 일 좀 보구 올게.
그러니까 우리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가는길에 우리 좀 태워주면 않돼?"

"좀 바빠서.... 안 그럼 택시 불러서 가든가....
그냥 여기서 현지랑 규용이랑 있어라. 응?"

"그래....있을만하면...."

"갔다올게...."


재영과 세호가 가고 난 후 1시간 정도 뒤에 잠을 자던
그가 드디어 잠을 깼는지 침실을 나왔다.


"형들은 어디 갔습니까?"

"네. 볼 일 보러....우리더러 여기서 규용씨랑 같이
좀 있으라던데, 방해가 되신다면...."

"아닙니다. 편하게 계세요."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말을 하는 그에게 나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시장하시지 않으세요?"

"아뇨. 괜찮아요. 있다가 저녁에 먹죠 뭐."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내가 앉은 소파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심심하죠?"

"네....조금. 잡지나 책이라도 있나요?"

"아뇨. 저희 집엔 볼펜 한 자루도 구경하기 힘 들거에요."


그의 말에 그런가보다 하고 그저 TV를 응시하고 있을 때
현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사진은 있을 거 아녜요?"

"보여 드릴까요?"


그는 TV장식장 밑에 딸린 서랍장을 열더니 두꺼운 앨범을
세 권이나 꺼냈다.

처음엔 그의 군 복무 시절에 찍은 사진이 가득한 앨범을
봤다.
그가 유난히 나에게만 사진을 설명해 줘서인지,
현지는 사진을 보다말고 잠을 더 청해야 겠다며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가 나를 연인처럼 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앨범에서는 낯선 여자와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나의 느낌으론 그녀는 분명 그의 와이프 였다.
출산 전이나 출산 후나 모습은 거의 변함이 없었으니까.


"이분은 누구세요?"


그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그녀의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에게 묻자, 그는 당환한 듯 우물쭈물 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큰 누님이세요."

"닮지 않았는데요? 와이프죠?"


잠시 동안 이었지만 그의 표정이 일시적으로 상기 된
듯이 보였다.
그는 거짓말하기를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집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숨기셨죠? 후훗! 총각이고 싶어서?"

"사실....헤어 졌어요."

"죄송해요....제가 괜한 실수를....."

"아닙니다. 사실인걸요 뭐."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고요를 깨고 내가 먼저
그에게 말을 꺼냈다.


"몸이 좀 찌뿌둥한데 샤워 좀 할 수 있을까요?"

"보일러 켜 드릴게요....씻으세요. 안심하세요. 근처에
가지 않을 테니까요."


애써 억지 웃음을 지으며 태연한 척 말하는 그의 대답에
나는 조금 미안함을 느꼈다.


뜨거운 물줄기가 샤워 기를 통해 내 몸을 감싸며 나의
긴장을 조금씩 씻어 내리고 있었다.

혹시 샤워비누가 있을까하고 찾아봤지만 남자 혼자서
쓰는 욕실이라서 인가? 그런 건 없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혼 남이라는
사실이 내겐 또 다른 설렘 으로 다가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그를 만나 느낀 우울한 모습을 그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샤워기 물줄기 소리 보다 내 귓가에서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그의 말 한마디가 계속 내 머릴 어지럽혔다.
'사실....헤어졌어요.'
'사실, 헤어졌어요....' '사실......'


머릿속까지 개운해진 기분을 느끼며 기분 좋게 거실로
나왔다. 그가 주방에서 내게 말했다.


"다 씻으셨어요? 커피 좋아하시면 한잔 드릴까요?
지금 끓이려고 하던 참인데."

"그래요? 좋아요."


그가 커피 잔 두 개를 양손에 나눠 들고 거실로 나왔다.
나는 거실에 있는 화장대에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젖은
머리카락을 타월로 말리며 그에게 말했다.


"거실에 화장대라니....특이하네요. 저 화장 지우니까
엉망이죠?"

"아뇨....뭐, 별 차이 없는걸요? 그 모습이 더 예뻐요."


그가 화장대 위에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에게 따스한 정이 느껴졌다.


"가족사진....보기 좋아요."


나의 말에 그는 모른 척 커피를 마시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또 실수를 했다 싶어 무안해 하는 나에게 이번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궁금하지 않아요?"

"네?"


"헤어진 이유가 뭔지...."
"글쎄요. 이유가 있었겠죠. 별로 알고 싶진 않아요."


나의 대답에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을
했다.


"이유를 묻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왠지 얘기해
드리고 싶군요."

"왜죠?"

"아까 선경씨가 욕실 문을 열 때 욕실 문이 부서진걸
보고 놀라는 모습을 봤거든요."


정말 그랬다. 샤워하기 전 욕실 문을 손잡이로 열려할 때
주먹으로 세게 내려친 듯한 자욱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때까지 만 해도 그의 성격이 무척 난폭 할거라
느꼈던 것이다.
나의 그런 느낌을 어떻게 눈치 챘는지 그가 먼저 말을
꺼냈을 때 한 순간 허둥대는 나를 느끼고 있었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은 그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저 나쁜 놈 아닙니다. 그녀에게 손찌검 한번 하지
않았었죠. 그냥 선경씨가 저를 오해 할까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의 그런 말은 내 귀에 안정적인 생활을 갈망하는
한남자의 처절한 절규로 다가왔다.


둘만의 티타임..... 그와 나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그는 나에게 자신의 집안 얘기를 해 주었다.


"저희 어머님은 제가 다섯 살 때 돌아 가셨어요.
아버님께서는 제가 군 제대 후 석달 후 돌아 가셨죠.
그래서 지금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안 계십니다.
큰형님은 얼마 전 금은방을 운영하시다 IMF로 어려워져
지금은 잠시 쉬고 계시지만 전 큰형님이 앞으로 모든
일 을 잘 해결 해 나가 실 거라 믿어요.....
작은 형님은 지금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계세요.
그리고 제겐 누님 두 분도 계신데 작은 누님은 시내에서
주차장을 운영하고 계세요."


그는 마치 선이라도 보러 나온 사람처럼 나에게 집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그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큰 누님은요? 무얼 하고 계시죠?"

"사실....보살 님이십니다. 어머님 신이 씌어 지금은
보살 님이 되셨죠. 얼마 전에....."


그의 말에 나의 호기심은 더욱더 나를 그의 세계로 밀어
넣는 듯 했다.
내게 왜 그런 설명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지하고 솔직해 보였다.


그가 또 다른 자신의 얘기를 해 주었다.
군 재대 후 아버님의 죽음....그리고 방황....

방황의 끝에 만난 한 여자.
그녀와의 결혼 생활들까지도 그는 숨김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헤어짐. 그 이유....
그가 자신을 미화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그녀를 나쁘게
말한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측은해 보였다.
나는 아직도 그의 그런 진지한 눈을 잊을 수 가 없다.
그리고 방황하던 그를 붙잡아주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그녀에게 약간의 존경심 또한 느껴졌다.


우린 제법 많은 시간동안 서로의 얘기를 나눴고
그래서 인지 그와 나는 전보다 훨씬 친숙해져 있었다.


'여름날에 가로수 옆에 홀로 핀 노란 달맞이꽃을 본 적
있나요. 보잘것없는 한 포기 풀일 지라도 그 키 작은
달맞이꽃의 생명력을 알고 난다면 놀랠거에요....
당신은 그 키 작은 풀 꽃 달맞이꽃을 닮았어요....
흔들리지 안으려는 의지가 눈에 보여요....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 또한 닮아있어요.'


그와의 대화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그에게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았다.


저녁이 되어 세호 오빠와 재영 오빠가 돌아오자 집안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쌀이 없네?"


현지와 나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다 쌀이 없는 것을 알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때 불쑥 세호가 나서며 말했다.


"그래? 사오면 되지.... 나랑 슈퍼에 가자."


그와 슈퍼에서 음식장만에 필요한 부식들을 체크하며
얘기를 나눴다.


"규용이랑 무슨 얘기했어?"

"그냥 뭐...."

"좋은 놈이야."

"그런 것 같아."


나의 말에 그는 한참동안 나를 관찰하듯 지켜봤다.


"야....이건 무슨 국이냐?"

"것 두 몰라? 김치찌개 아냐. 놀리기는...."

분주하게 준비한답시고 주방을 어지럽혀가며 만든 것이
고작 김치찌개 하나 뿐이라 모두들 실망이 큰
모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눈치껏 그를 살폈다.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뿌듯해져 왔다.


"이제 늦었다....집에 갈까?"


아쉬웠지만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태워다 줄게."


그가 나서며 말했다.


"난 여기서 내려 줘. 현지 넌 사거리에서 내리면 되지?"

"응....경아는 안 갈 거지?"

"그래. 나두 집에 가야지...."

"그래 그럼 담에 만나."


모두들 제 갈 길에서 내리고 세호와 나만 남아 있었다.


"형이랑 선경씨는 같이 내리죠?"

"네...."

자동차가 빠른 속도를 내며 미끄러져 가는 것이 조금은
싫었었다.
그와의 아쉬운 헤어짐이 언제 또 다시 만날 거란 기약을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였을까.


"야. 잠깐....난 여기 입구에서 잠시 내려 줘. 거래처
잠시 들렀다 금방 올게. 기다려."


세호가 거래처에 볼일을 보러간 사이 차안에는 우리 둘만
남아 있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저....경아씨께 제 연락처를 가르쳐 드리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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