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배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올 때
영선이 슬며시 내 팔을 잡았다
나는 뿌리쳤다...
그녀는 풀이 꺽인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연기에 표정을 감추기 위한 듯 빨리 담배를 들여 마시며 연신 연기를 내 뿜었다.
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비친 그녀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슴이 아파왔으나 면회 때 춘배 의 얼굴이 떠나지 않아
다른 말로 그녀에게 위로할 수가 없었다.
춘배는 그녀가 이미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것을 직감적으로 느껴지는지
한숨만 자꾸 쉬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의미 없는 말 인줄 자신도 느끼면서..
“형님..제가 출옥 할날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영선이 잘 부탁합니다”
그것은 나에게 다시 다짐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눈망울의 의미를..
감옥에 있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하는 그녀의 마음을...
저녁쯤 동래에 도착했다.
“이제 그만 가..”
“조금 더 있다 가요.... 차 한잔만 마시고...”
그녀는 끈질겼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걸어 집 주위까지 왔다.
“너무 멀리 왔어”
팔장을 끼고 걸어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체취가 느껴졌다.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몇 달만 있으면 춘배가 나올텐데....”
“녜?”
그녀에게 다시 한번 상기 시켰다. 그녀는 금방 기가 죽으며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못할짓을 했구나...)
춘배 이야기를 괜히 했구나 생각이 들어
금세 후회를 했다.
물론 내가 의도한 말이지만 ....
“성철씨..우리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
나는 애써 못 들은척하며
“벌써 가을이구나...계절이라는 것이....”
새삼본 풍경도 아닌데.....길거리는 이미 가을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난 영선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는 사이 어둠이 주위를 덮었다.
“성철씨 집에 가서 차 한잔 하면 안돼요? ”
나는 여기서 헤어져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옆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발길을 돌렸다.
“차 한잔 하고 가지...”
가로등 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금새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