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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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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헤림 2000-09-26

활발한 영주와 언제나 침착한 경애는 모든 면이 달랐지만 서로 아끼며 살았다.
광고 신문을 들추던 영주는 경애를 부른다.
영주: 경애야 이리 와봐라 여기 우리 앞동 아파트에서 카플광고가 났다 너나나나 운전은 못하고 회사는 멀고 이사람 도착지도 우리랑 비슷한데 우리 카플한다고 전화할까?
경애: 버스타고 다니면 되지 무슨 카플이야 모르는 사람 차를 어떻게 타고 다니니
영주: 니는 그래서 안되는 기라 처음보는 사람 낯가리고 남자라면 기겁하고 니 그래가 어떻게 시집갈래 그라지 말고 내 지금 전화할거니까 알아서 해라
경애: 시집안가면 되지 아무튼 나도 몰라 니가 언제 내말 들었니 니맘대로지.
전화를 거는 영주
영주: 예 저희가 그 앞으로 가죠 네 8시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영주: 야 내일부터 8시까지 아파트 입구로 나가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그라
경애: 몰라
다음날 아침 서둘러 챙기는 경애가 영주를 깨운다.
경애: 영주야 빨리 일어나 8시까지 약속을 했으면 밥먹고 빨리 준비 해야지
영주: 가시나야 안한다고 할때는 언제고 더 날리고
경애: 약속은 약속이잖아
영주: 그래 이결벽증환자야 너 그 까다로운 성격을 누가 말릴까나 나나 니 성격 참아가며 이렇게 살고 있는줄이나 알그라
투덜거리며 욕실로 향하는 영주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삼년전만해도 경애 역시 약속시간에 늦고 잘 까먹고 하였다.
하지만 그가 경애를 평생 같이있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한마디 말없이 떠난 후로 그녀는 약속을 칼같이 지키려고 애썼고 꼭 지켰다.
말없이 떠난 그가 밉기도 하지만 이따금 가슴 밑바닥에서 밀려오는 그리움을 막을수는 없었다. 잊었구나 생각하면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경애의 온몸을 감쌌다.


아파트입구 경애와 영주가 차를 기다리고 있다.
회색 자가용이 그녀들 앞에 부드럽게 세워졌다.
차문을 한 남자가 내리며 말했다.
기석: 저 카플 하실 분들인가요?
얼굴을 보지 않고 딴곳을 바라보던 경애는 한순간 숨이 멎는것 같았다. 어디선가 익숙해진 목소리 그녀는 그를 바라보기가 두려웠다.
영주: 네 안녕하세요 야 니 뭐하냐 인사해 같이 카플하실 분이야
경애는 놀람을 감추고 고개만 끄덕였다.
기석: 타시죠 제가 어제 이리로 이사와서 지리도 모르고 해서
카플 광고를 냈었는데 이런 미인들이어서 감사한데요
영주: 별말씀을요 저희가 고맙지요 잘부탁드립니다.
기석: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저는 주기석입니다.
영주: 예 저는 김영주고요 얘는 손경애라요 경애 얘가 원래 남자를 별로 안좋아 해서 쌀쌀 맞게 굴더라도 이해 하세요.
본성은 안그렇다는것만 알아주세요
기석: 제가 아는 사람과 이름이 같네요.
경애는 기석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아니 경애를 못알아볼수도 있었다. 그녀는 많이 변해있었다 3년전만해도 통통하고 귀여운 이미지에 그의 앞에서는 발랄한 그녀였지만 지금은 마른체형에 머리스타일 모든것이 변해 있어 그녀의 친구들조차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겠다고 할정도였다.
그러나 경애는 기석은 자기를 알아볼거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녀를 가장 잘알아주고 자기보다 더 자기를 사랑해준그였기에 자기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알아볼수 있을거라고 내심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였다.
영주: 아는 사람중에도 이런 피곤한 스타일의 여자가 있었나보죠
경애는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기석: 아니요 그 사람과 있으면 행복했었죠 천사와 함께 있는것 같았어요.
영주: 지금은 없나보죠 다른 사람하고 결혼 하셨나보죠
기석: 아니요 제가 말없이 떠났어요 제가 많이 복잡했었거든요 어 이거 제 얘기만 했네요 두분은 같은 회사에 다니시나보죠
영주: 예 은행에 다니고 있어요 얘는 여기 내려온지 3년되었구요 같은 아파트에 같이 살고 있어요
기석: 그럼 아직 미혼이신가보네요
영주: 당연한 말씀을 저희가 그렇게 늙어 보입니까/
겨우 28밖에 안되었는데
기석: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영주: 괜찮습니다. 공짜로 차타는데 용서해드려야지요.
경애는 영주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기석을보며 하나도 변한게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언제나 부담없이 사람을 대하였고 그러기에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평범하게 생긴 외며였지만 부드러운 성격때문에 그를 쫓아다니 여자도 많았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는 그녀만을 바라보았었다. 그런데 그는 그녀를 버려두고 떠났다.
그녀는 그를 찾아다녔고 그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의 가족 조차도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몰랐었다.
그런 그가 전혀 아무일 없다는듯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 태연스레 말을 하고 있다. 그녀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영주: 요 앞에서 세워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뵐께요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경애를 치며
영주: 야 니 뭐하노 빨리 안내리고
놀란 경애는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돌아보는 기석과 눈이 마주쳤다.
기석: 경애씨도 안녕히 가세요 내일 뵙죠
경애는 아무 대답없이 내려서 돌아보지도 않고 은행으로 들어왔다.
영주: 야 니 왜 그라노 아무리 니가 남자라면 기겁해도 이정도는 아니였잖나 나는 기석씨 괜찮던데 너는 영 별로가 그래도 그렇지 공짜로 차태워주는 사람인데 싫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되는거 아니가 니 반성좀 해라
경애: 니가 뭘안다고 그래
영주: 가시나 괜히 신경질이고
경애는 하루 종일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실수는 하지 않았지만 이따금 멍하니 있는 경애에게 영주가 다가왔다.
영주: 니 정말 어디 아프나 왜 그라노
경애: 아니야
영주: 근데 그사람 아침에 그사람 서울사람 같더라 사투리를 전혀 안쓰데 나도 사투리 안쓸려고 노력했는데 내 인상도 나쁘지는 안았을기야 그지
경애: 내가 어떻게 아니 그사람 한테 물어봐
영주: 모르면 모르는 거지 그렇게 신경질을 부리노
경애는 짜증이 났다 모든 것에서 이제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자기 앞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그는 자기를 못알아 보는 것일까?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떻게 그를 볼까?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경애는 기석의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
그사람과 있으면 행복했다고 그러나 그는 경애를 버리고 떠났다 왜 그랬냐고 묻고 싶지만 자기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가 미웠다.
영주: 경애야 니 가서 음료수 좀 사와라
비디오를 열심히 보고 있는 영주의 심부름에 다른때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답답하여 바람을 쐬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는 경애에게
영주: 니가 왠일이고 아무 말없이 내 부탁을 다 들어주고 가는 김에 먹을 것도 좀 사와라 알았제.
경애는 가을로 접어든 재법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밖으로 나와 슈퍼로 향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녀를 부렀다.
기석: 경애씨 경애씨 아닙니까?
경애는 돌아볼수가 없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기석: 슈퍼가시나 부죠 저도 거기 가는데 혼자서 심심하길래
맥주나 사다 마실려고요
경애 애써 떨림을 참고
경애: 그러세요 깜박하고 지갑을 놓고 왔네요 다시 들어가 봐야 겠어요.
기석: 그러지마시고 제가 빌려 드릴게요 같이 가시죠
경애: 아니요 금방갔다오면 되요 혼자가세요
급히 돌아서 뛰어가는 경애를 보고 기석은 다급하게 말한다.
기석: 경애야
경애는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자리에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기석: 경애야 나야 기석이 나를 잊은거니?
잊다니 경애는 가슴이 아팠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그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녀의 마음속에 박혀 있는데 어떻게 잊을수가 있을까?
기석: 미안하다 경애야
기석은 경애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침에는 모르는척 한것이다 경애는 내심 그가 자기를 잊지않고 있었다는 것이 기뻤고 이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석: 많이 말랐구나
경애: 사람을 잘못보셨어요 저는 당신을 처음 봤는데요 저는 당신을 몰라요
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으며 그를 보지않고 다시 아파트로 걸음을 옮기려 할때 기석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