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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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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앵두엄마 2000-09-21

난 남편이 늦는날이면 아니 술마시고 온다는 날이면

미리 준비를 한다.

겉외투, 지갑 그리고 두군데의 전화번호.

하나는 택시주차장 전화번호이고 하나는 파출소 전화 번호이다.

새벽에 파출소를 가려면 택시를 불러 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2시에 전화벨이 울린다.

"난데... 그냥 문 잠구고 자....(알수 없는 말들)

택시를... 내가 가만 안둔다... 내 지갑에 손을 대서..."

내가 다 안들어도 안다. 자기 할말만 하고 뚝 끊어 버린다.

난 다시 수화기를 들고 파출소로 전화를 했다.

"네. 파출소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거기 술마시고 온..."

진짜. 뭐라고 해야할지 전화할때마다 더듬거리게 된다.

"오늘은 안오셨는대요"

내 목소리를 알아들은 경찰이 금새 대답을 했다.

머야. 그럼. 오늘은 어디에 있는거야.

핸드폰은 해보나마나 꺼 놨을꺼다. 무슨 수로 자기가 이세상

부조리를 다 청산할껀지. 술만 마시면 파출소에 가있다.

경찰서가서 5일을 있다와도 못고치는 병이다.

내가 그때 팔자에도 없을 옥바라지를 해 봤다.

나는 마음이 아파 밥도 잘 못먹고 잠도 못자고 눈물을 훔치며

면회도 안돼는 경찰서 주변을 맴돌았는데...

남편 나와서 자랑스럽게 그안 생활을 이야기 했다.

마지막 날은 내가 사서 넣어준 식권은 다른 사람주고 경찰서에서

주는 보리밥에 총각 김치를 먹어 봤단다. 별미로...

아!

새벽 4시가 넘도록 전화가 안와 포기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30분후 전화벨이 또 울렸다.

"여보세요"

"네. 여기는 O O 파출소인데요."

"네. 알았읍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난 그 경찰관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그곳으로 출발했다.

이젠 항상 가는곳도 안돼서 멀리도 진출했다.

택시로 30분이나 가서 그곳에 도착했다.

긴 의자에 앉아 경찰관과 사이좋게(?) 담배를 나눠 피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경찰관은 웃고만 있다.

내가 들어가자 다른 경찰관이 일어났다.

다른쪽 의자에는 여자하나가 구부정 의자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죄송합니다. 저 사람이 ..."

"아닙니다. 아저씨께서 소매치기를 잡으셨어요. 제 말도 다

안들으시고 전화를 끊으셔서"

이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잘못알았던지 사람을 잘못 본걸거다.

"누가요. 이 사람이요?"

"네. 택시기사분이 집을 잘못알아서 다른곳에 내려 드렸나봐요.

거기서 기사분과 싸우시다가 저 아줌마 가방들고 뛰는 놈을

잡으셨어요."

그 놈이 실수로 넘어졌겠죠. 무슨 수로 술마신 사람이 뛰는 놈을

잡았겠어요.

파출소 자기집인줄 알고 드나들더니 별일을 다하고 다닌다.

남편 옷을 이끌고 가자고 하니 따라 나선다.

그때 어떤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저...수정아"

그 남자는 의자에서 자고 있는 여자쪽으로 가더니 여자를

일으켰다.

"아주머니가 말씀을 안하시고 전화번호를 써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아주머니 가방을 찾아 주셨습니다."

경찰관의 자세한 이야기에 남자는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난 그 순간 등줄기가 후끈해지고 머리가 띵해짐을 느꼈다.

이럴때 쓰는 말이 있다. 오! 마이갓. 하느님.

그 사람이다. 내 마음을 처음으로 흔들었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