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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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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바빠서 못 묵고, 죽은 죽어도 못 묵고..."


BY 호박덩굴 2000-09-28


제 5화 밥은 바빠서 못 묵고, 죽은 죽어도 못 묵고...

-나-

밥상 차려놓고 기다리니 전화가 운다.

울렐레레~ 울렐레레~

남편이 딱 한 잔 한단다.


<신혼 : 요즘>

1.
'쟈갸~ 언제 올꺼야? 몇시?

그때까지 나...밥두 안먹구, 기다릴래! 알찌?

일찍 와~ 운전 조심하구...'

(인간아! 진작 연락을 해줘얄 것 아이가? 으이?

괜히 기달렸자너! 뱃가죽이 등가죽하고 붙었다.

야야! 야들아! 얼렁 와서 밥묵자! 너그 아부지 늦게 오신단다.)


2.
'나 혼자 밥 먹어라구? 시로시로!

쟈기없이 목에 밥이 넘어가? 미오미오~ 잉~ '

(아~~~ 모처럼 저녁 안차리도 된닷!

밀린 비됴나 빌리보까?

요새 찐한거 나왔다던데, 거북부인 뒤집혔네...만두부인 속터졌

네...이런거...)


3.
'쟈기~ 나, 있지? 잠안자구 쟈기 기달렸쪄.

잉~ 졸려~ 쟈갸! 나,,,코~ 재워조~'

(으이그~~~ 인간아! 인간아! 지금이 몇시여? 잉?

아예 낼 들오지...열쇠 갖고 다님서 문따고 들오면 어디가 덧

나? 동네 시끄럽게...아함~ 졸려라~ )


4.
'쟈기~ 아직 밥 안먹었어? 그래?

아잉~ 쟈기 배고파 어떻해?

잠깐만...내 얼렁 차려오께!'

(뭐시라? 안즉 밥도 안묵었어야?

귀차너~ 귀차너! 밥이나 좀 묵고 다니지.

술이 글케나 좋으면 술독에 살지 그랴?)


5.
'쟈기~ 속쓰려? 배아포? 자기 누워바바! 내가 호~ 해주께!

내 손은 약손! 스윽스윽~ 톡톡톡~ 호~~~ 어때? 괜차너?'

(뭐 묵고 살끼라고 글케 술을 들이붓노 으이?

내가 니땜에 몬살아! 이 화상아!

배까지 아푸다꼬? 약통에 약찾아 묵고 자거라 고마! )


6.
'쟈갸~ 내가 발씻어주까?

일루와! 쟈긴 발도 참 이뿌지!

자! 양치! 치카치카!

울 쟈기 착하지~ '

(뭐? 양말을 벗기 달라꼬? 인간이?

니는 손없나? 발없나? 내가 니 하녀여?

한번 씻어줬더만 버릇 들었구먼!)


7.
'쟈갸~속쓰리지? 자! 꿀물!

그러니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고야?

해장국 모 끓여줄까? 콩나물국? 북어국? 죽끓여주까? 쟈기?'

(에잇! 귀찮어! 밤새 화장실 들락거려 잠 설쳤자너! 우-띠!

술국 안 끓여도 되는 앞집 아줌마는 얼매나 좋을까?)


-남편- <신혼 : 요즘>


동료들이 술한잔 하잔다.
딱 한잔만 하기로 했다.

1.
집에 술한잔하고 간다고 전화했더니 벨이 한두번 울리자 재깍 받

는다.

목소리가 경쾌하다.

내 퇴근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다부다.

하하핫!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밥 안묵고, 안자고 기둘린단다.

내가 이맛에 산다. 장가가길 잘했지.

(전화벨이 수십번 울리자 겨우 전화받는 마눌,

자다가 일어났는지 목소리가 막걸리같이 텁텁하다.

진작 연락안했다고 왕짜증이다.

우-띠-바! 연락해줘도 탈이야! 다신 연락안한다.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연락했더만...)


2.
빨리 아내가 기둘리는 마이홈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자꾸 한잔만 더 하자며 붙잡는다.

한잔이 벌써 몇병이야? 2차까지 가자구?

뭐? 3차 까지? 안가면 왕따라구?

우-띠...집에 가야 하는데...

(4-5차까지 난 가능한데...아니 밤샐 수도 있는데...

쪼잔한 좁쌀영감 때문에 분위기 버렸다.

일찍 들어가면 뭐하나? 신문보다, TV보다가 잘건데...

무신 재미가 있어야지.)


3.
이렇게 늦게 끝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빠져나올껄....

아내에게 무지 미안하다.

밥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다. 새벽 2신데...

이뻐서 갈비뼈가 뿌사지도록 안아줬다.

(11시도 안되었구만 벌써 코를 드렁드렁 골며 헤벌쩍 벌어진 입

에서는 시럽이 주르르 흐르고, 큰 대짜로 누워 자는 마눌!

허긴 잠이 많이 오기도 할꺼다.

먹고자고, 자고 먹고, 쉬고놀고, 놀고쉬고 하니 넘치는게 살!)


4.
술 마시면서 밥먹었지만,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이 그리워 밥을 달라고 했다.

이뿐 아내! 번개같이 밥상 대령이다.

고깃점 뜯어서 입에 넣어준다. 사랑스런 것...

(밥 한번 차려달라 했다가 뒤지게 맞을 뻔 했다.

날아오는 베개를 잽싸게 피했기에 망정이지...

맞았다하면 최소한 전치 3주다.

파워가 장난 아니다. 집에서 맨날 힘만 키우나 부다.)


5.
섞어 마셔 그렁가?

속이 부글부글 꼬르륵 꼬르륵 난리가 났다.

소주마시다, 맥주마시다, 양주 마셨더만...

내...다시는 섞어 안마신다.

아~~~ 골이야! 섞어마시면 늘 골이 빠개질 것 같더라니...

아내에게 배를 만져 달라고 했더니, 고 이뿐 섬섬옥수로 내 배

를 어루만져 주었다.

엄마생각이 났다.

(배아푸다고 한마디 했다간 이단 옆차기 들어올까 싶어서 얼렁

표정관리 했다.

약통찾아서 꿀꺽 약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얼렁 가라 앉아야 잠을 잘텐데...

낼은 새벽 출근이라서....

마눌에게 깨워 달랬다간 또 얼굴에 바둑무늬 생기지?)


6.
아내가 내 양복과 양말을 벗기곤 발을 씻어주었다.

고랑내 나니까 관두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발냄새는 향기롭

다면서 정성껏 씻겨 주었다.

기분? 캡짱!. 신혼의 달콤함이 이런 것인가?

진작 결혼할껄...왜 이제야 했지?

(옛날 생각나서 발씻겨 달라고 했다가 고랑내나는 내 양말로 입

틀어막혔다.

켁켁! 나아뿐 마눌!

안씻겨주면 그만이지,

냄새나는 양말을 입에 쳐박긴 왜 박어?

퉤퉤~ 드러~ 으윽~ 썩는 냄새 !'


7.
속쓰리다니까 꿀물에 해장국도 종류별로 다 끓였다.

입이 자갈밭이지만 아내의 정성이 갸륵하야 밥한술 떴다.

(꿀물은 커녕 냉수도 안떠준다. 밉다고...

안떠주면 대수냐? 애들 시키지.

밤에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랏! 이 물통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