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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돌려다오!


BY 호박덩굴 2000-09-19


제1화 남편을 돌려다오!

-나-

올림픽인지, 내림픽인지 시작한지 며칠 지났다.

개막식할 때 알아봤다.

허옇고 다리 길다랗고, 노랑머리 여자들 나올 때,

눈 튀어나올까봐 내가 양 손바닥으로 막아줬다.

지한테 무신 딴 짓 하는가 싶어 흠칫 뒤로 물러나는 거다.

무신 아름다운 오해?

이젠 곁에 올까봐 무섭다.

밤이 두럽지?

보통 때도 시간마다 뉴스보는 인간이 이 인간이다.

난 이해가 안된다.

내가 들으면 그 뉴스가 그 뉴스다.

지겹지도 않나?

프로야구 씨즌이 되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하는 것을 첨부터 끝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이 인간이다.

뉴스 끝나고 하는 스포츠 뉴스도 시간마다 다 본다.

암만봐도 뉴스 중독에다 스포츠 중둑이다.

집에 돌아와선 내한테 눈길 한 번 안주고 줄창 TV만 붙들고

씨름을 한다.

지가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그 넘 못 이긴다.

새벽5신가? 6시부텀 지껄이기 시작해서

밤 12시나 1시까지 잠들지를 않는데,

니 넘이 무신 재간으루 그 넘하고 씨름해서 이기냐?

나랑 침대에서 씨름해도 지는 인간이...

밥을 먹으면서, 반찬을 집으면서, 물을 마시면서,

눈이 TV에 붙었다.

아예 TV에 드가거라!

도깨비 방망이나 도깨비 감투라도 있으면,

저 바보상자를 '링'상자로 맹글어뿌리거나,

내가 쪼끔만 더 터푸하면,

저혼자 종일 지껄이기만 하고,

남의 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바보, 멍충이를

냅따 뿌싸뻐렸을텐데...

아니닷!

저 바보상자는 울 아부지 엄마가 혼수로 사준긴데

저걸 왜 뿌사!

저 인간을 갖다 내삐리지...

이렇게 다짐을 해도 저 인간 못내삐린다. 안즉은...

주먹이 운다 울어! 푸르르르르~~~~~

뽀득뽀득!

내가 이빨을 앙다물고 참는다.

낼 모레면 받을 월급봉투가 니 생명의 은인이여.

그거만 아님...

넌...오늘밤! 쌍코피 내버릴텐데...

이 막강한 바스트 파워로...

흥!!!



-남편-

4년만에 하는 올림픽이다.

호주 시드니! 한평생 내가 언제 그 곳을 가보겠는가?

집에 오자마자 TV를 켰다.

야구가 막 시작되었다.

한 번도 진 적 없는 무적의 쿠바가 아닌가?

나...야구...무지 좋아한다.

아니...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족을 못쓴다.

한창 잘 나갈때, 나...야구 선수했다. 동네 야구였지만...

남들은 '야구사이'라고 했지만.....

우린 진지했다.

이기면 날 듯이 기뻤고,

지는 날은 하늘이 무너진 듯, 식음을 전폐했다.

그 재밌는 야구를 지금 우리나라와 쿠바가 한다는거 아니냐?

꿀꺽!

야구보다 더 재밌는거 있음 나와보라구래!

울 나라가 야구처럼 룰을 지키고,

선수들이 페어 플레이하는 것처럼 정치인이 정치를 한다면

이렇게 무너지겠나고요~~~(배영만 버젼)

밥을 먹으면서 눈이 TV에 붙었다는 이유로 마눌은 날 야린다.

그런다고 내가 기죽을쏘냐?

흐흐흐흐흐흐흐........

하루죙일 회사가서 아래 위로 눌리고 볶이는데,

내 집에서, 내 맘대로 TV도 못보냐?

난...가장이고...남잔데...

여자가 말이야~~~

마눌은 말코같은 코에 잔뜻 바람을 넣어서는 후욱후욱~ 뜨신

콧김을 내 뿜다가,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다 놨다 한다.

워쩔 것이여? 남편을 칠껴?

마눌은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 냉장고 문을 냅다 열더니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폭포 쏟아지는 소리가 난다.

물통째 나발을 부는...

저것도 여자여?

내 눈을 내가 찔렀지. 힝~

혹, 여자 백재현?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물통에 이슬맺히듯,

땀은 월매나 흘리는지...

내가 사다나른 쌍둥이표 난닝구가 몇 박스냐?

갓난 애기 기저귀 적셔내듯, 난닝구를 적셔내는...

무선...마눌!

물통을 배에 하나 넣은 것 같이 뽈록한데

쉴새없이 물을 마셔댄다.

저게 마눌이여? 물통이여?

아!아! 쓸만할 때가 있긴 있다.

밤 일할 때...

물침대가 필요없다니깐...

캬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