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남편을 돌려다오!
-나-
올림픽인지, 내림픽인지 시작한지 며칠 지났다.
개막식할 때 알아봤다.
허옇고 다리 길다랗고, 노랑머리 여자들 나올 때,
눈 튀어나올까봐 내가 양 손바닥으로 막아줬다.
지한테 무신 딴 짓 하는가 싶어 흠칫 뒤로 물러나는 거다.
무신 아름다운 오해?
이젠 곁에 올까봐 무섭다.
밤이 두럽지?
보통 때도 시간마다 뉴스보는 인간이 이 인간이다.
난 이해가 안된다.
내가 들으면 그 뉴스가 그 뉴스다.
지겹지도 않나?
프로야구 씨즌이 되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하는 것을 첨부터 끝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이 인간이다.
뉴스 끝나고 하는 스포츠 뉴스도 시간마다 다 본다.
암만봐도 뉴스 중독에다 스포츠 중둑이다.
집에 돌아와선 내한테 눈길 한 번 안주고 줄창 TV만 붙들고
씨름을 한다.
지가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그 넘 못 이긴다.
새벽5신가? 6시부텀 지껄이기 시작해서
밤 12시나 1시까지 잠들지를 않는데,
니 넘이 무신 재간으루 그 넘하고 씨름해서 이기냐?
나랑 침대에서 씨름해도 지는 인간이...
밥을 먹으면서, 반찬을 집으면서, 물을 마시면서,
눈이 TV에 붙었다.
아예 TV에 드가거라!
도깨비 방망이나 도깨비 감투라도 있으면,
저 바보상자를 '링'상자로 맹글어뿌리거나,
내가 쪼끔만 더 터푸하면,
저혼자 종일 지껄이기만 하고,
남의 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바보, 멍충이를
냅따 뿌싸뻐렸을텐데...
아니닷!
저 바보상자는 울 아부지 엄마가 혼수로 사준긴데
저걸 왜 뿌사!
저 인간을 갖다 내삐리지...
이렇게 다짐을 해도 저 인간 못내삐린다. 안즉은...
주먹이 운다 울어! 푸르르르르~~~~~
뽀득뽀득!
내가 이빨을 앙다물고 참는다.
낼 모레면 받을 월급봉투가 니 생명의 은인이여.
그거만 아님...
넌...오늘밤! 쌍코피 내버릴텐데...
이 막강한 바스트 파워로...
흥!!!
-남편-
4년만에 하는 올림픽이다.
호주 시드니! 한평생 내가 언제 그 곳을 가보겠는가?
집에 오자마자 TV를 켰다.
야구가 막 시작되었다.
한 번도 진 적 없는 무적의 쿠바가 아닌가?
나...야구...무지 좋아한다.
아니...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족을 못쓴다.
한창 잘 나갈때, 나...야구 선수했다. 동네 야구였지만...
남들은 '야구사이'라고 했지만.....
우린 진지했다.
이기면 날 듯이 기뻤고,
지는 날은 하늘이 무너진 듯, 식음을 전폐했다.
그 재밌는 야구를 지금 우리나라와 쿠바가 한다는거 아니냐?
꿀꺽!
야구보다 더 재밌는거 있음 나와보라구래!
울 나라가 야구처럼 룰을 지키고,
선수들이 페어 플레이하는 것처럼 정치인이 정치를 한다면
이렇게 무너지겠나고요~~~(배영만 버젼)
밥을 먹으면서 눈이 TV에 붙었다는 이유로 마눌은 날 야린다.
그런다고 내가 기죽을쏘냐?
흐흐흐흐흐흐흐........
하루죙일 회사가서 아래 위로 눌리고 볶이는데,
내 집에서, 내 맘대로 TV도 못보냐?
난...가장이고...남잔데...
여자가 말이야~~~
마눌은 말코같은 코에 잔뜻 바람을 넣어서는 후욱후욱~ 뜨신
콧김을 내 뿜다가,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다 놨다 한다.
워쩔 것이여? 남편을 칠껴?
마눌은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 냉장고 문을 냅다 열더니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폭포 쏟아지는 소리가 난다.
물통째 나발을 부는...
저것도 여자여?
내 눈을 내가 찔렀지. 힝~
혹, 여자 백재현?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물통에 이슬맺히듯,
땀은 월매나 흘리는지...
내가 사다나른 쌍둥이표 난닝구가 몇 박스냐?
갓난 애기 기저귀 적셔내듯, 난닝구를 적셔내는...
무선...마눌!
물통을 배에 하나 넣은 것 같이 뽈록한데
쉴새없이 물을 마셔댄다.
저게 마눌이여? 물통이여?
아!아! 쓸만할 때가 있긴 있다.
밤 일할 때...
물침대가 필요없다니깐...
캬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