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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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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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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BY 이나래 2000-11-07


결혼 13 년째. 내 마음이 남편으로부터 접혀 있다는거, 사실

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아직도 내겐 '남편' 이라는 자리를 지

키고 있는 사람이고, 난 그 사람의 아내인 것이다. 남편에게

불만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난, 남편처럼 이렇게 날 버리진 않

았었다.

남편의 행방의 궁금함보다 더 큰 무게로 배신감이 느껴졌다.

힘들었을텐데,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이 있었을텐데, 나의

어떤점이 남편으로 하여금 마음을 닫게 했을까?

나이 어린 남자 후배한테 온통 마음을 쏟고 있는 내 마음

을, 남편이 완전히 느껴졌을가? 그래, 그랬을거야.

그래도 10 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 차릴 수 있었을

꺼야. 그러니까 남편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건 모두가

내 탓인거야.그래, 내 잘못이구나.

한 남자가 40 여년간 쌓아온 인생을 내가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는 없는 거야. 더군다나 '아내' 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

는 내가......


찾아야 해. 찾아야 하는데,도대체 어딜 가서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을 찾아 낼 수가 있을까? 더욱 나를 피해서 일부러

숨어 있는 사람인데....


"난데,나 한테 좀 와줘."

"목소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우리, 그이.... 서울에 있대.여기 온지 몇달 됐다는데

그런데 집에는 안 와. 나 한테는 서울 왔다는 소리 없었는

데, 나는 모르구 있는데,직원이 가르쳐 주구 갔어.

나 좀 도와줘. 우리 그이 좀 찾아줘. 내가 너한테 이런

부탁 해두 되는건지, 아닌지 그런거, 지금 모르겠어.

내 주변에 사람 아무두 없잖아. 나, 너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나, 지금 아무것두 모르겠어, 그이를 찾아야

한다는거 외에는."

전화선 저 쪽의 그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듣구 있어? 내 말 듣는거지? 싫다구 하지말구 제발 와서

찾아줘. 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알았어요. 갈께요, 지금. 일단 만나서 얘기해요."

그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내게 왔다.

"선배, 도대체 사람이.... 그런건 사람 찾아주는 심부름

쎈타 시키는거지, 이런걸 왜 나한테 부탁해요?"

"...화 많이 났구나. 미안해. 너 말군 다른 아무두 생각이

안나서... 그래서... 너 밖에, 없잖아, 난..."

그가 거절할꺼라든가, 내 부탁을 안 들어 줄꺼라든가, 그런

짐작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오직 내 생각만, 내 기막힘만

머리 속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 날 더러 어디 가서 어떻게 찾으라구? 일부러 숨은거라

며? 일부러 안 오는 사람을 뭣하러 찾으려구 하냐구? 선배

버린거잖아. 그것두 몰라서 찾으려구 하는거야, 지금?"

" 너...말을...어떻게 그렇게... 아무리 그랬어두 내 남편

인데, 내 앞에서 , 지금 그런 말이 어딨어?"

"왜? 내가 지금 못할 말 한거야? 그 사람, 선배 남편이라

는 사람,선배한테는 상처만 주는...

" 너, 가! 내가 사람 잘못 불렀나봐. 필요 없어. 그 사

람 그렇게 된거, 내 탓이야. 내가 너랑 즐거울 때, 그 사람

은 말두 안 통하는 사람들한테 자기 사업체 눈 뻔히 뜨구

뺏기는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두, 나 한테는 말 한마디 못하

구 혼자서 당한 사람이야.외국에서, 객지에서 얼마나 외롭

구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난,난 ..벌 받을꺼야"

"선배! 난 그게 화가 나. 부부사인데,그런 엄청난 일을

의논 한마디 없다는건, 이미 끝난거 아냐? 서로에게 벽이

있었으니까, 여기까지 온건데, 일방적으로 선배만 잘못했

다구 자학하지 말란 말이야. 그 쪽에두 문제가 있을꺼야."

"그건, 나중에 생각하구, 우선 사람부터 찾구 싶어. 애들

아빠잖아. 아무것두 모르는 애들은 어떻하라구?"

"그러니깐 하는 소리야. 어떻게 애들두 안 보구 싶은가?

알았어요, 울지마요. 내가 찾아 볼께요."


* * * * *


그의 친구중에 경찰인 친구의 도움으로 집으로 걸려 왔던

전화의 발신처를 추적해서 남편이 있는 곳을 알아 냈다고

하면서도 내게는 정확한 주소나 소재지를 밝혀 주질 않으려고

했다.

"사장님 잘 계십디다.근데, 집에는 안 오시겠답니다. 그러니

선배두 굳이 찾으려고 애쓰지마.안 오겠다는 사람을 뭐하러

자꾸 찾구 그래."

"너, 왜 자꾸 빈정거려? 그래, 너 보기에 나 어쩜 우스울

지도 몰라. 넌 결혼을 안해봐서 부부란게 어떤건지 잘 모르

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선배! 은주선배!"

얘가 왜 이럴까? 이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를 때의 자기 기분

에 대해서 언젠가 말해 준 적이 있었는데...

' 내가 선배이름 (은주)를 부르고 싶을 때가 언젠줄 알아요?

선배가 가여울 때, 선배가 안타까울 때, 선배가 내 여자가

아니어서 너무 속상할 때.'

지금은 어느 기분일까?

"우리 그이 만나서 안 좋은 일 당했어? 아닌게 아니라 너

한테 부탁해놓고 그 걱정 하기는 했었는데..."

"지금 내가 어떤 일을 당했다구 선배한테 투정 부리구 그러

는거 같아요? 선배, 내 말대루 해. 사장님, 아니 그 작자

그냥 내버려둬. 만나려구 하지 말라구."

"왜 그러는지 내가 이유를 알아야 할꺼아냐. 결정은 내가 해.

상황을 애길 해줘."

" 난, 말 못해. 정 그러면 주소 가르쳐 줄테니까 직접 가봐.

갔다 와서 나 원망하지마. 난, 선배가 상처 받는거 정말

싫어서 그러는건데..."

"......무슨...일...안 좋은 상황이구나.....좋을리가 없잖

아. 숨어 있는 사람인데...."

"그게 아니란 말야. 제발 내 말대루 찾지말구 그냥 내버려둬

그 사람, 어쩌면 안 돌아 올지두 몰라. 돌아 온대두 당장은

아니란 말야."

"말해! 너, 지금 당장 나한테 사실 대루 말해! 아주 안좋은가

본데, 너한테 듣구 갈꺼야. 나한테 소리만 지르지 말구

어서 말을 하란 말야! 너, 나 쓰러지는거 볼꺼야?"

"선배! 은주 선배를 어떻하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구?

이리 와 봐요.놀라지 마! 당신 남편, 여자랑 같이 살구 있었

어. 선배가 생각하는 거처럼 최악이 아니라구. 도대체

어떻게 할껀데...은주선배, 어떻할래?"

"......잘못 본 거 아냐? 너, 거짓말 하는거 아냐?"


"선배!...."

"...됐어. 너, 이제 가. 가란 말야!"

"은주선배!...."

"..제발... 내 이름 자꾸 부르지 말구, 가라구!"

"나 안가! 아니 못가! 선배 이렇게 두고 나 절대루 안 갈꺼

니깐, 가라구 하지 말란 말야!'

"나 어떻게 해. 나 어떻게 살지?"


하늘에 달이 있었던가?

달이 떴을 때,별은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길을 잃고 헤매일 때,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