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
해도 되는 일과 ,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내가,
이성보다 늘 앞서 있는 감정만을 내세워, 그 감정의 휘둘림
속에서 나한테 남겨지는건....그건....피할수 없는 안타까움이
었다. 점점 깊어지는 그리움과 함께...
연휴라 거리는 한산했다.
이 거리로 그가 나를 만나러 오고 있다.
이런 날이 오기를 지난 몇달 동안 그렇게 기다려 왔었건만,
서울로 오던 첫 날부터 우린 현실과 부딪쳤던 것이다.
흔히들 <운명>이라고 하지.
모든걸 그 단어 속에 합리화 시키며 난 용감해지기 시작한거
다. 이미 나에게 주어진, 피하거나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조차
없는 힘에 이끌리어 난 그냥 끌려가는 거라고...
"어! 얼굴은 괜찮네요. 난, 그동안 가게가 닫혀 있길래
혹시 맞아서, 그래서 안나온건 아닌가 하구.....?萱?힘들었
죠? 일주일이 참 길더라.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구, 가게두
안 열구. 서울 오자마자 내가 선배 힘들게 만들기만 하구,
그러면서두 오직 한가지만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선배를 지켜
줄 꺼라구. 물론 난 아무 자격두 없는 놈이지만, 그렇지만
아무리 선배 남편이래두 선배를 함부로 다치게 하면, 난 어떤
짓이든 할꺼라구, 절대로 가만 있지 않을 꺼라구. 근데 생각
했던거 보담 괜찮네요. 정말 괜찮았어요?"
보자마자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나서는 숨도 안 쉬고
고 쏟아놓은 말들이다.
"나두 모르겠어.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아무 말두 안했어
아무것두 묻지두 않구 다시 떠나갔어."
"떠..나..가다니요? 무슨 뜻이예요? 헤어진 거예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베트남으로 갔다구. 거기다 공장
차렸거든.근데 그렇게 가는 사람에게 난, 버림을 받은 기분
이 들더라구"
"전화 해 달라구 했는데, 왜 안했어요? 같이 있다가 생긴
상황인데 왜 선배 혼자만 힘들어 하느냐구요?"
같이 뭘 할수 있는데? 라고 묻지는 않았다.
" 나, 일주일 내내 너 보낼 생각 또 했었어. 남편한테 버려
진 느낌 들었을 때, 나, 참담했었거든. 너나 나나, 우린
버림받는 기분, 남들 하군 다르잖아. 너한테는 그런 기분
안 들게 하려구. 근데, 그럴려구 하면 할수록 니가 더 보구
싶은거야."
"어휴, 정말, 자꾸만. 이젠 그런 말은 하지 말기로 해요.
보내느니, 안 만나느니. 이젠 그거 선배 혼자 할 수 있는
생각 아니란거 아직두 몰라요? 나두 계속 한가지만 생각
했어요. 선배한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 질꺼
라구."
"나를 니가 책임 질 수 있다구? 어떻게 책임 지는데? 왜
니가 나를 책임 지는데?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그래요, 우리는 잘못 안해요. 하지만 나두 알아요.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만나기만 하는 것두 잘못이래요. 선배를
사랑하는게 왜 잘못일까요?"
"잘 봐. 잘 들어봐. 난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야. 니 상
대는 내가 아니라구 했잖아. 착각이구,또, 니 나이엔
한번쯤 연상을 좋아하는거, 나 이해할수 있어. 안구 싶을
때 안을 수 있구,좋은데 가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마음 놓구
사랑 할 수 있는 그런 상대를 찾아야지, 날 택한건 잘못이야
넌 누구한테든지 그렇게 해 줄수 있는 좋은 남자야."
"날 그렇게 봤어요? 그렇담 선배 잘못 본거야.난 선배 이은
주를 사랑해.다른 누구는 없어. 난 선배랑 같이 있을 땐
아무것두 몰라. 그냥 내 사랑스런 여자루 밖에. 나이, 위치
그딴거 하나투 생각 안나. 주위에서 가끔씩 물어봐요, 여자
소개 시켜 준다구. 그럴 때 난 사람 있다구 말해요. 선배라
구, 그럼 사람들이 다들 나더러 미친놈이래. 그럴 때 마다
나두 왜 아무 생각 안했겠어요. 내가 왜 하필 이 여자일까,
그치만 언제나 결론은 하나야. 난 지금 그대로의 선배를 사랑
한다구.남들이 이해 못해두 상관 없어. 선배만 받아 준다면.
그러니까 이젠 제발, 혼자서 마음대로 생각하구 아파하구 그
딴 걸루 속 ??히지 마요."
"그건 나두 그래. 널 사랑하는건 미친 감정이야. 그런줄 알
지만 나두 억제가 안돼.널 사랑한 댓가로 세상에서 추방 당
해야 한다면, 격리 되어서라도 너랑 둘이 남고 싶어."
"그럼 우리둘이 도망가요. 도망가서 둘이만 살아요."
"그러구 싶어. 그랬음 좋겠어.내 마음두 그래. 근데,나 용기
없어.널 갖기 위해서, 내 가진 모두를 포기하구 버리라구 한
다면,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아니야. 난 다 가지구 싶
어, 현실두, 너두.특히 내 아이들 한테 나땜에 불편하게 해 주
고 싶지않아. 이게 내 현실이야, 이게 니가 사랑한다는 이은주
의 본심이야."
"알아요. 처음부터 알고 있어요. 말했잖아요. 선배가 그런
사람이여서 더 좋아하는 거라구.난 욕심 안부려요. 그냥 지금
처럼만 지내요.선배 말대루 우리가 비정상인거 알아요. 그렇다
구 해요.정상이 아니든, 불륜이든 나, 선배 옆에 있구 싶어.
나 말리지마요. 나 하구 싶은 대루 하게 해줘요. 그냥 만나
줘요."
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더군다나,난 그보다 몇 갑절 더 하단걸 그가 알까?
끊임없이 셍겨나는 죄책감과,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나를
정당화 시키려고 혼자 되뇌인다.
불륜이라고? 윤리에 어긋난다고? 도덕이나 규범을 기준하는
잣대는 뭘까? 저울이나 자는 정상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삼
는다 치자, 그럼 우리 부부는 정상이 아니니까 난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괜찮은거 아닌가? --- 억지를 써 보지만
그렇다고 합리화 되는건 아니다.
그런 모든걸 생각 못하는 내가 아닌데도, 그에게로 생각이
미치면, 그를 만나면, 내 모든 사고는 멈추어 있고, 세상에
그와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으며,오직 그만 느껴진다.
* * * * *
-- 선배 나한테 많이 잘못하는거 알아?
-- 응, 알아.
--선배 나쁜 것두 알아?
--그래, 나 나빠.
-- 그래두 내가 선배만 사랑하는것두 인정해?
--그래, 인정해. 나두 너 사..
-- 됐어. 선배는 말하지마. 나 사랑한다구 말하지마. 선배는
사랑을 몰라. 사랑한다면, 선배가 정말 사랑한다면, 나
한테 이러는거 아니지. 선배가 하는건 사랑이 아냐. 그냥
나 가지구 논거야.그치만 괜찮아.난, 죽을때 까지 선배
기다려. 나 몰라? 내 성질 알잖아. 그리구 선배 성질두
난 알아. 선배는 절대 선배 남편 못버려. 자기껀 하나투
안 버리는 사람이야.그러면서 나는 버리려구 해. 난
영원히 선배꺼가 아닌가봐.
--아냐, 아냐. 그렇게 말하지마.그거 아냐. 그렇게 생각
하지마.
--됐어. 선배 속상해 하라구 하는 말은 아냐.
-- 그럼, 우리 왜 이제야 만났어? 더 일찍 만나지.
-- 그건, 선배가 내 허락두 없이 일찍 태어난 거지.
-- 그럼 니가 먼저 태어나구, 내가 나중에 태어나게 해 달라
구 하나님한테 말하지 그랬어.
-- 말할 틈도 없이 성질 급한 선배가 먼저 나온거야.
-- 그럼, 우리, 물르러 하늘나라 갈까?
-- 어떻게 가지?
-- 뭐, 수면제 왕창 먹거나, 손목 끊거나, 옥상에서 뛰어 내
리면 하나님이 챙겨 가실꺼야.
-- 그거 말구, 딴거 없어?
-- 있지. 근데 천천히 가야돼.365 밤씩 몇십년 자구나서
그 때 가면 돼.그럼, 넌 그때 따라와.
-- 그건 너무 지루하다.
-- 그럼, 내일 죽을까?
-- 아니, 지금 당장.
* * * *
맞다. 죽어야 끝날 위험한 관계지만,난 멈출 수가 없었
다. 어떤 말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었지만, 그 때
남편은, 한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었다. 가끔 전화만 걸어 왔을 뿐. 그것도 아이들 안부
만 묻고는 일방적으로 끊었다. 점점 남편 없이 사는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내 쓸쓸함을 달래준다는 명분으로
우린 더욱더 가까와지고 있었다.
우리의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기
만 하면 마냥 즐거워하며 해를 보내고, 달을 여러번 보내
고 나니깐 봄도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도 봄이 끝남과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