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선배 맞아요? 전화씩이나 다 걸구? 것 봐요, 전화번호
놓구 오길 잘했지. 근데, 또 감기예요? 아! 이럴 땐 감기 바
이러스두 부럽네. 맘만 먹으면 언제나 선배 몸 속으로 들어 갈
수 있으니까. 전화 걸어 놓구 왜 말이 없어요?"
"저녁 먹었어? 방은 춥지 않아?"
"안 먹었음 사 줄래요? 나 배 많이 고픈데..."
"...밥 제 때에 챙겨 먹구 다녀."
" 넵! 그리구 또 뭐요? 나 또 뭐 잘해야 되요?"
"뭐 잘 할 수 있는데?"
"선배 참는거요, 선배가 보구 싶어두 참구, 선배 냄새가 그리
워두 참구, 선배가 내려주는 커피가 너무 너무 마시구 싶어두
참구, 날더러 맨날 바보라구 했죠? 정말 바보더라구요. 여긴
선배두 없는데,여기서두 해가 동쪽에서 뜨는걸 보구 화 냈어요
선배두 없는데, 혼자 술두....."
"잠깐, 나 할 말 있어...."
"나두 잠깐요, 무슨 말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 지금 다른 말
하면서두 속으로 계속 생각 했었어요.쉽게 전화 걸 사람이 아
닌데..... 맞죠? 무슨 일 생긴거죠? 혹...시...나쁜 얘기면
나, 안 들을래요. 그냥 선배 목소리 한번 들은걸루 하구 끊을
래요."
"....그냥."
"..정말 그냥이요?
"...아니,말해야 되는데, 니가 먼저 그러니까...."
"그럼, 말하지 마요."
"내가 무슨 말 할라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미리 그러면...."
"...꼭 해야 할 말이예요?"
"말 안 하려구두 생각 했었는데, 그러면 너 나중에라두 막
성질 부리구,펄펄 뛰면서 화 낼까봐... 그럼, 나 그냥 끊을께"
"잠깐, 끊지 말아봐요....말해요. 들을께요."
"...화 내지마. 나 매장 내놨어. 거기서 더는 못하겠어서.
너, 2 년 지나면,어떻할꺼야? 다시 서울 올꺼지? 그 때까지
거기서 장사하구 있다가 너 다시 오면 너는 나 없이, 나 다 잊
구 다시 열심히 살꺼구, 그러다가 좋은 여자 생기면 결혼두 할
껀데, 나는, 나는 여기서 니 생각하면서, 구석구석에 니가 남
아있는 니 추억이나 그리워 하다가 점점 나이 먹어 할망구 노
릇이나 하면서 그렇게 살으라구? 나두 너 없는 곳으로 갈꺼야.
여기서 나는 너 없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곳곳에 니가 남
아 있어서, 니가 너무너무 보구 싶어서,니가 너무너무 그리워
서 나 참을 수가 없어.날 이렇게 만들어 놓구, 너는 멀리 가
버렸는데,나두 갈래.그렇게 우린 끝나는 거야. 나 전화번호두
바꿨어. 말 안하려구 했는데, 너 또 상처 받을까봐. 우리끼린
상처 안 줘야 되잖아."
"선배, 왜 그래요? 이게 상처 안주는 거예요?송곳으로 찔러두
지금보단 덜 아플꺼예요.우리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언제 2 년 뒤에 선배 모른척 한댔어요? 나두 여기 온걸
얼마나 후회 했다구요.어느 단 하루도 선배생각 안 한 날이
없었어요. 선배 없이 사는 연습 한다구 여기 내려 와서 내가
한게 뭔지 알아요? 바보같이 정말 바보같이, 다시 서울 보내
달라구 했다가 사람 우스워 지면서두, 다시 선배 있는 곳으로
갈 수만 있다면,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있다구 생각 했었어요.
선배는 내 맘 다 몰라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떻게
해야 선배가 지금 거기 그대로 있을 수 있나요? 이젠 선배마음
두 나한테 조금 왔다구, 지난번 서울 갔다와서 이제 조금 마음
잡구 있는데, 나, 죽어요? 나, 죽을까요,선배? 선배는 내가
사랑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면, 나, 이 세상에 살아있고 싶지
않아요. 나, 잘못하는거예요? 누구한테? 선배남편, 사장님한
테요? 내가 가서 빌까요?"
"용철아, 떼 쓰지마. 넌 아직 젊구, 현실을 잘 봐. 나두 힘들
어.내가 널 사랑하는건 욕심이야. 나 니맘 다 알구 내가 얼마
나 행복해 했는지, 너두 알잖아.나두 너랑 끝까지, 죽을때까지
함께하구 싶단 생각 하면서, 이건 아니지, 이건 너를 망치는
일이야.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안되는거, 너두 알잖아. 우린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남는건 상처 뿐이야. 지금 좋은 추억만
남아있을 때 끝내자. 그러자,응?"
"난요,난, 아무것두 몰라요. 난, 아무것두 무서운게 없어요.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 하나만 생각해요. 그래요,
처음엔 선배 입장, 선배 위치 그런거 생각해서, 선배 상처 안
받게 하려구 내 마음 표현두 못하구, 아무 말두 못하구, 떠나
온 거예요.선배 상처 받을 까봐. 그랬는데, 지난 번에 물난리
났을 때,내가 여기 내려올 때까지 선배 남편, 안 나타났어요.
선배는 아무 말두 안 했지만, 나는 속으로 무지 화 났어요.
물론, 난 어쩌면 선배한테 아무것두 아닐 수도 있어요. 그치만
사장님은 아니잖아요. 남편이면서, 그렇게 힘들 때 옆에 있어
주지두 않는데, 선배 맘이 어떨까, 내가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그러면서, 그랬으면서 누구를 위해서 내가 참아야 하느거냐구
요? 난 세상에 잘못하는거 없어요. 난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
람, 내 맘대로 사랑할 꺼예요. 선배는 그냥, 거기 그대로 있
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다른 거 생각하지 말구, 선배 맘 솔
직히 말 해봐요. 선배 나랑 헤어지구나면, 지금보다 힘들지
않구, 행복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말 해봐요."
"....아는데, 니 맘 다 아는데,우린 지금 어쩜, 금지 구역에
들어가 있기 땜에 더 안타까운 건지도 몰라.왜 하필 너구,
나니? 어차피 우린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끝이 빤히 보이는
길을 아파 하면서 가지 말자는 얘기야. 그렇게 해. 지금은 힘
들지만, 당장은 죽을것만 같겠지만, 살다보면, 살아가다 보면
잊을 수 있을꺼야. 세상에 못잊을건 없어. 모든 안타까운 감정
들은 다 뒤에 남는거야.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거야. 나, 마음 먹었을 때, 내 생각대로 하게 해 줘. 내
가 내 남편이랑 행복하건 또 그렇지 않건, 그건, 내가 풀어야
내 문제야.내 결혼이 불행해 보인다구 해서 니가 내 곁에 더
오래 머물러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 된거야."
"한 때는 선배를 위해서라면, 선배가 행복해 한다면, 난 뭐든
지 할 수있고, 어디든지 갈 수도 있으며, 그 어떤 거라도 참을
수 있다고 생각 한적도 있었어요. 이럴까봐, 오늘처럼 이런 말
선배 입 통해서 듣게 되는 날이 빨리 올까봐, 그래서 나, 여기
와 있는건데, 조금만 기다려 줘요.나, 지금은 안되요. 나 잘
참구 있는데, 선배 자꾸 이러면, 나, 어떨지, 어떻게 될지,
나두 잘 몰라요. 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까지 살면서
내가 태어난걸 감사해 한것두, 선배라는 사람을 알고 나서 처
음 해 본 생각이구,선배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구 생각
한 적두 있어요. 그래요. 선배 말 옳아요. 우리의 끝은 결국
이거라는거, 나두 알아요. 아는데, 지금은 안되요.없어지지마
요.내가 알 수 있는곳, 내가 생각하고 그림이 그려지는 그곳에
선배가 있겠구나, 하는 곳에 그냥 그대로 있어줘요 내가 많은
거, 큰 거, 어려운거 해달라는거 아니잖아요. 대답 안 하면
나 지금 가요, 거기루. 지금 당장 선배한테 올라 갈꺼라구요.
알죠? 나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놈 이란거."
"나, 고집 쎈데, 근데 난, 왜 너한텐 아무것도 우겨 볼 수가
없을까? 사실은 나, 지금 니가 얼마나 보구싶은지 아니? 너한
테 가구싶어. 너는 잘 참는거 같은데, 오히려 나는 더 못 참는
거 같애. 그래서 , 이렇게 자꾸만 못 참아져서 미리 마음 굳
게 먹고 오늘 너한테 전화 했던건데...."
"선배!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거니깐, 우리, 나쁜거 아니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 할 수 있는 거지요?"
"응, 그래. 우린 나쁜거 아니야. 하지만 언제까지 마음으로만
사랑 할수 있을거 같니?"
"영원히라구 말한거, 못들었나요? 다시 말해요? 난, 선배를
영원히 사랑 할꺼라구요."
나, 미쳤나보다. 젊은 사람의 철없는 무모함을 정말 사랑인
줄 착각하는 나, 제 정신이 아닌게 분명해. 어쩌면 젊은 치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즈음의 난 그가 아니었
더라도, 다른 누구의 싸구려 동정에도 흔들릴 만큼 마음이 황
폐해져 있었다.
그를 정말 받아 들여도 아무 가책 없이 살 수가 있을까?
가정있는 유부녀가, 아무리 마음으로만 사랑한대도 이건 어디
까지나 정상이 아닌 건 사실인데... 아무것도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려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너무 간절하므로,나같은 것도 사랑해 주는 그가 난 그저
고맙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것만같을 뿐. 나중일은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벼락을 맞아 죽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