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가을이 오면 언제나 떨어지는건데, 낙엽이 지는게 마
치 내탓이기라도 한것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새롭지 않았고, 어떤 일도 내게 기쁨이나 즐거움으
로 다가오지 못하고 하루하루가 가을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는
내 마음을 확인하고 간다며,웃으며 갔지만, 이제는 나도 그를
보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사랑을 기억 속
에서,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는 일이, 사랑을 마음에 담는 것보
다 몇십만 배의 고통을 동반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그랬다. 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 이었고, 우린 그 무
엇도 될 수없기에 그가 떠나지 않았으면 아마 내가 그를 피해서
숨었을지도 몰랐다. 생각이나 마음은 그랬으면서도, 저녁이 되
면 거리 곳곳을 그와 함께 했던 흔적을 찾아 그곳에서 혼자 헤
매고, 그런 밤에는 허망함에 한 잠도 이루질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잠을 못잤으므로 입안이 깔끄러워 먹을 수가 없었고,
커피만 하루에 5-6잔 씩 마시면서 자꾸만 자꾸만 말라가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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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고 있었다. 산 속은 낮인데도 마치 해질녘의 어두움
정도가 깔려 있었다. 앞을 분간하기가 힘이 들어서 자꾸만 넘
어졌다.왜 하필 그는 이런 산 속에서 만나자고 했을까 속상해
하면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 피할 곳도 없는데, 우
산도 안 가져 왔는데...비는 고스란히 내 옷 속으로 스며 들었
다.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입술이 덜덜 떨리는 한기가 몰
려 왔다. 그 때 멀리에 어렴풋이 그의 모습이 보였다. 뛸듯이
반가와서 뛰어 가려는데, 마음은 뛰는데 다리는 걷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주위엔 비는 커녕 햇살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
'어머, 저기는 비가 안오네. 빨랑 가야지.'그런데, 아무리 뛰어
도, 또 아무리 걸어도 그와의 간격은 좁아지질 않았다.오히려
비가 더 굵어져서 앞조차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니가 오면 안
되겠니, 그를 힘껏 불렀다. '신대리! 신대리! 신용철씨!'
이상하게도 내 소리가 내 귀에는 들리지가 않았다.난 분명히 악
을 썼는데, '신대리! 신대리! 용철아!' 마지막 철아,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꿈 이었다.남편이 옆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당신, 열, 많이 나."
"언제 깼어, 당신은?"
"계속 안 잤어.당신 열이 펄펄 나는데, 아무리 흔들어 깨워두
못듣구 계속 잠꼬대만 했어."
"비 맞아서 그래."
"뭐야? 언제? 낮에 여기 비 왔었니? 안 왔잖아?"
"꿈속에서 비 맞았어."
" 이 사람이, 정신 차려. 안되겠다, 병원에 가자."
"이 밤중에 병원은 무슨, 그냥 약 먹을래."
"벌써 몇시간 짼데, 약 먹이려구 깨워두 모르구 계속 뭐라 그
러면서 눈을 못 뜨더라구."
"내가 뭐라 그랬는데?"
".....뭐 계속해서 이름 부르던데...."
그 말하면서 남편은 나를 외면했다. 아, 이이도 다 들었구나,
내가 그를 애타게 부르는걸. 눈물이 쏟아져서 돌아 누웠다.
나 어떻해, 어떻해.남편이 옆에 있는데 남편을 두고 다른 사
람의 이름을 부르다니, 나, 어쩌면 좋단 말야.왜, 어쩌자구 그
를 가슴 속에 담아두구 이렇게 힘들어 하냐구.
어떻게 해야 널 잊을 수 있니?
어떻게 해야 널 보낼 수 있니? 아니, 보낼 수는 있어, 이미
넌 갔으니까. 그런데 왜 더욱 또렸한 영상으로 내 속에 자리 잡
으려고 할까,내 옆엔 남편이 있는데 어쩌자고 내 속엔 온통 너
뿐이니,내가 이러는거, 저 사람한테 아픔이고 상처 일텐데.
복수하는 셈 치자고? 나한테 준 상처 만큼 저이도 당해도 된다
고? 그치만 그거, 복수해서 뭐하게.그 당시엔 그러고 싶었지만
그치만, 저이한테 상처 입히기 전에 내가 더 ?萱?괴롭고 아픈
데,나 아주 많이 나쁜 사람이야. 내 속에 흐르는 나쁜 피가 이
제야 본색을 드러내나봐. 내 부모로부터 받은 그 죄값을 치뤄
내려고 있는 건가봐. 나 나쁜애야. 나 같은건 진작에 죽었어도
되는건데, 뭐하러 여태 살아서 자꾸 여러 사람 괴롭히는지...
내가 너무너무 싫다,나 태어난거 정말 원망스럽다.
"....나, 죽구 싶어."
"쓸데없이, 별소릴 다하네. 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 약 먹
었으니까, 조금 있으면 열 내릴꺼야. 한가지만 말하는데, 이런
당신 보는거, 나두 힘들어.아무리 내가 할 말이 없는 사람이지
만......"
남편도 괴롭고, 떠나간 그도 괴롭고, 그 누구보담 나도 괴롭고
모두한테 상처일 수밖에 없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래도 '사
랑' 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질 수가 있을까? 내 꾸었던 그 꿈은
무엇을 암시하는걸까? 나는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떨고 있고,
다가오지도, 다가서 지지도 않았던 그는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
었는데.....내 젖은 몸으로 그에게 다가 가면, 나 땜에 그도
흠뻑 젖겠지,그래. 비에 젖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그를 살게
만들어서는 안되는거야. 사랑한다면, 그를 사랑 한다면,내가
그를 진정 아끼고 사랑 한다면......그를 내게서 멀리 더 멀리
보.....내.....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