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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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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이나래 2000-10-09

낙엽은 가을이 오면 언제나 떨어지는건데, 낙엽이 지는게 마

치 내탓이기라도 한것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새롭지 않았고, 어떤 일도 내게 기쁨이나 즐거움으

로 다가오지 못하고 하루하루가 가을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는

내 마음을 확인하고 간다며,웃으며 갔지만, 이제는 나도 그를

보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사랑을 기억 속

에서,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는 일이, 사랑을 마음에 담는 것보

다 몇십만 배의 고통을 동반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그랬다. 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 이었고, 우린 그 무

엇도 될 수없기에 그가 떠나지 않았으면 아마 내가 그를 피해서

숨었을지도 몰랐다. 생각이나 마음은 그랬으면서도, 저녁이 되

면 거리 곳곳을 그와 함께 했던 흔적을 찾아 그곳에서 혼자 헤

매고, 그런 밤에는 허망함에 한 잠도 이루질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잠을 못잤으므로 입안이 깔끄러워 먹을 수가 없었고,

커피만 하루에 5-6잔 씩 마시면서 자꾸만 자꾸만 말라가고 있었

다.


*********** *********


산을 넘고 있었다. 산 속은 낮인데도 마치 해질녘의 어두움

정도가 깔려 있었다. 앞을 분간하기가 힘이 들어서 자꾸만 넘

어졌다.왜 하필 그는 이런 산 속에서 만나자고 했을까 속상해

하면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 피할 곳도 없는데, 우

산도 안 가져 왔는데...비는 고스란히 내 옷 속으로 스며 들었

다.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입술이 덜덜 떨리는 한기가 몰

려 왔다. 그 때 멀리에 어렴풋이 그의 모습이 보였다. 뛸듯이

반가와서 뛰어 가려는데, 마음은 뛰는데 다리는 걷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주위엔 비는 커녕 햇살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

'어머, 저기는 비가 안오네. 빨랑 가야지.'그런데, 아무리 뛰어

도, 또 아무리 걸어도 그와의 간격은 좁아지질 않았다.오히려

비가 더 굵어져서 앞조차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니가 오면 안

되겠니, 그를 힘껏 불렀다. '신대리! 신대리! 신용철씨!'

이상하게도 내 소리가 내 귀에는 들리지가 않았다.난 분명히 악

을 썼는데, '신대리! 신대리! 용철아!' 마지막 철아,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꿈 이었다.남편이 옆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당신, 열, 많이 나."

"언제 깼어, 당신은?"

"계속 안 잤어.당신 열이 펄펄 나는데, 아무리 흔들어 깨워두

못듣구 계속 잠꼬대만 했어."

"비 맞아서 그래."

"뭐야? 언제? 낮에 여기 비 왔었니? 안 왔잖아?"

"꿈속에서 비 맞았어."

" 이 사람이, 정신 차려. 안되겠다, 병원에 가자."

"이 밤중에 병원은 무슨, 그냥 약 먹을래."

"벌써 몇시간 짼데, 약 먹이려구 깨워두 모르구 계속 뭐라 그

러면서 눈을 못 뜨더라구."

"내가 뭐라 그랬는데?"

".....뭐 계속해서 이름 부르던데...."

그 말하면서 남편은 나를 외면했다. 아, 이이도 다 들었구나,

내가 그를 애타게 부르는걸. 눈물이 쏟아져서 돌아 누웠다.

나 어떻해, 어떻해.남편이 옆에 있는데 남편을 두고 다른 사

람의 이름을 부르다니, 나, 어쩌면 좋단 말야.왜, 어쩌자구 그

를 가슴 속에 담아두구 이렇게 힘들어 하냐구.

어떻게 해야 널 잊을 수 있니?

어떻게 해야 널 보낼 수 있니? 아니, 보낼 수는 있어, 이미

넌 갔으니까. 그런데 왜 더욱 또렸한 영상으로 내 속에 자리 잡

으려고 할까,내 옆엔 남편이 있는데 어쩌자고 내 속엔 온통 너

뿐이니,내가 이러는거, 저 사람한테 아픔이고 상처 일텐데.

복수하는 셈 치자고? 나한테 준 상처 만큼 저이도 당해도 된다

고? 그치만 그거, 복수해서 뭐하게.그 당시엔 그러고 싶었지만

그치만, 저이한테 상처 입히기 전에 내가 더 ?萱?괴롭고 아픈

데,나 아주 많이 나쁜 사람이야. 내 속에 흐르는 나쁜 피가 이

제야 본색을 드러내나봐. 내 부모로부터 받은 그 죄값을 치뤄

내려고 있는 건가봐. 나 나쁜애야. 나 같은건 진작에 죽었어도

되는건데, 뭐하러 여태 살아서 자꾸 여러 사람 괴롭히는지...

내가 너무너무 싫다,나 태어난거 정말 원망스럽다.

"....나, 죽구 싶어."

"쓸데없이, 별소릴 다하네. 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 약 먹

었으니까, 조금 있으면 열 내릴꺼야. 한가지만 말하는데, 이런

당신 보는거, 나두 힘들어.아무리 내가 할 말이 없는 사람이지

만......"

남편도 괴롭고, 떠나간 그도 괴롭고, 그 누구보담 나도 괴롭고

모두한테 상처일 수밖에 없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래도 '사

랑' 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질 수가 있을까? 내 꾸었던 그 꿈은

무엇을 암시하는걸까? 나는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떨고 있고,

다가오지도, 다가서 지지도 않았던 그는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

었는데.....내 젖은 몸으로 그에게 다가 가면, 나 땜에 그도

흠뻑 젖겠지,그래. 비에 젖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그를 살게

만들어서는 안되는거야. 사랑한다면, 그를 사랑 한다면,내가

그를 진정 아끼고 사랑 한다면......그를 내게서 멀리 더 멀리

보.....내.....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