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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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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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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이나래 2000-10-04

[반지 받았죠?

끼어 봤어요?

선배는 손이 작아서 잘 맞을꺼예요.]

딱 세 줄 뿐이었다. 핸드폰 번호도 이미 바꿔 버렸고, 몇 달 만

에 다른 도시로 날라 가서는 소포로 반지 하나 달랑 보내고, 그

리고 편지에 쓴 글이 반지 잘 맞을꺼라구. 이 사람이 내가 지난

일년간 만나며 알고 지내온 사람인가? 날 가끔씩 첫 연애하는

이십대 소녀같은 기분이 들 만큼 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사

람인가?

며칠 동안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그에게 왜, 생겼을까? 더이상 기다림도 궁금증도 참을 수가 없

어서 부장님께 전화를 걸어 봤다.

"원래는 김과장이 가기로 발령이 나 있었는데, 자기를 보내 달

라고 하더라구, 김과장이야 얼씨구나 였지. 특별히 다른 말은 없

었어. 표정두 과히 나쁘지도 않았었구. 우리야 그냥 총각 사원이

가는거니깐 별루 부담두 없었구.왜, 매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도 없었댄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특별한 사정도 없이

그냥 갔댄다. 사람 돌게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군. 그런데, 더 묘

한 것은 내 감정이었다.

서울이 텅 비어 보였다. 아니, 세상이 온통 까맸다. 난 어느 누

구하고도 눈도 맞추기 싫었고, 아무것도 우스운 일이 없었으며,

입을 벌려 말하는 것도 싫었고, 물론 아무것도 먹고 싶지않았다.

.....갔구나. 나를 떠났구나. 이제 다시는 그의 장난을 볼 수

가 없는 거구나....그래, 언젠간 갈 사람, 어차피 내 것일 수

없는 사람.....이...거...였..구...나...우리의 끝은.....

그렇지만, 이게 뭐야, 뭣땜에 아무런 말도 없이 도망 가듯이

없어져야 했을까,내가 갑자기 그한테 부담으로 느껴졌을까.

온통 머리 속이 우유를 쏟아 놓은듯이 뿌였기만 할 때, 또 한

통의 편지가 날라왔다.

[나, 선배 없이, 선배 안 만나구 사는 연습 이 년만 하구

서울로 다시 갈께요.밥 잘 먹구, 아프지 마세요.]

그를 만나야겠다. 어떻게든 그를 빨리 만나서 얘기를 해보지

않구서는 나는 미칠지도 모른다고 엉엉 울면서 부장님께 다시

전화를 했다. 그를 찾아 가겠다는 내 말에 놀라 기절해하는 부장

님의 반응쯤은,이미 모든 판단력을 상실한 난 아무 가책이나 부

끄러움도 느끼질 못했다.

그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부장님이 시키셨겠지.

'화 내지마요. 울지 마세요.선배, 누구 때문이구, 무엇 때문

이구, 그딴거 생각하지마요. 내 마음 알잖아요.나, 거짓말

하는거 싫어 하잖아요. 선배 얼굴 보면서 말 할 수 없었어요.

내가 참을 수 있으면 내가 참으려구요. 내가 바라는게 뭔지

안 잊어 먹었죠?선배가 행복하게 사는거....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말해 놓구선, 나 자꾸 선배를 보는 마음이 변해요.

자꾸 욕심이 생긴다구요. 나 얼마 전까지 선배 모르구 살았

었는데, 이십몇년을 모르구두 잘 살았었었는데, 이제는 선배

없이 살 수 없다고, 자꾸만 자꾸만 욕심이 생기는데, 안 되

잖아요.그러면 안되잖아요. 내 말이 맞죠? 나더러 잘했다구

말해줘요, 울지만 말구. 자꾸 울면 나, 전화 끊을래요. 지금

은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마요. 아무것도 묻지마요. 편지 또

또 쓸께요. 전화는 안 할꺼예요. 선배 목소리 들으면, 나 참

기, 너무너무 힘들어요.제발 오늘처람 찾아 오겠다거나, 알

려구 하지 마세요.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나, 어떻하

라구....'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내가 행복하길 원한다며 나를 이렇게 팽개쳐 버리고 가버려 놓

고선...

니가 없어진 며칠동안 내가 어땠는데.....

이게 니가 바라고, 이런 모습으로 사는 내가 니가 바라는 행복

한 모습이니?

그냥 다시 와,돌아와,제발. 왜 난 한마디도 못하게 하는거야?

나도 너처럼 참기만 해야되니? 우린...그럴 수 밖에..없는..

거니...그냥 욕심 내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기가 그렇게 힘들었

니? 바보.. 말을 하지. 그렇다고 그렇게 가버리면 남아있는

나는 정말로 어떨지, 그런건 왜 생각을 못해? 바보, 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