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특별한 감정을 다 '사랑' 이라고
표현하는건가? 그리고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이 이 세상
에 또 있을까? 독특한 사고, 특이한 발상 이런게 세대차이일까?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나도 점점 그에게 끌려가고 있었고, 그와
나와의 만남이 사회의 통념으로 볼 때,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내가...누구 보다 말도 안된다고
펄펄 날뛸 내가...지금의 내가 정말 '이은주'인가?...
어느날, 저녁에 집으로 갔을 때남편이 내게 불쑥 물었었다.
"너, 낮에 종로에서 신대리랑 같이 있었니?"
".....언제? 오늘말이야?"
"그럼, 오늘두 만났었니?"
"...왜.. 그러는데?"
"누가 널 봤대는데, 젊은 남자랑 같이 가더라구 하면서,이상
한 말까지 하던데....."
"무슨말?"
"그러니까, 종로에 같이 있었던건 사실이구나."
"며칠.. 됐어. 핸드폰 사는데 모델 같이 봐달라길래...근데,
무슨 이상한 말을 했다는 거야?"
"듣고 싶니? 관두자."
"왜 그러는데?"
"....몰라, 손잡구 다니더라구... 나두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가만 있었어."
"당신은 왜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신대리랑 같이 있었다는건 이해가 가는데, 내가 아는 당신이
란 사람은 대낮에 다른 남자랑 손잡고 다닐 사람이 아니라서.."
"..............."
"왜 대답이 없니?.....사실이냐?"
"..사실 아냐. 분명히 말하지만 손 잡고 다닌 적은 없어. 그렇
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내가, 어쩌면 다를 수도 있어. 그리구,
남들한테 그런 소릴 들었으면, 날 야단치구 따져야 되는거 아냐?
뭣땜에 그렇게 관대해? 마치 손잡고 다녔다 해도 그럴 수도 있다
고 말해줄꺼 같은, 왜 그런 어투로 말하는 거냐구?"
"세상에 그럴 놈이 어딨냐,...널 믿는다는 거지..."
"..내 문젠 내가 알아서 해.난 누구처럼 스무몇살 짜리가 이성
으로 보이진 않으니까."
그 때까진 나도 당당히 큰소리 칠만큼 내 감정에 자신이 있었었
다.
내 감정이 무너지기 시작한걸....언제쯤이라고 해야하나.....
그와 함께 밥을 같이 먹고, 술을 마시며 히히덕 거리고, 노래방
에 가서 악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일년이 지나갈 무렵,
그 날도 다른 날과 특별히 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었다. 나를
보자마자 갈 곳이 있다며, 귀금속방으로 데리고 갔다.
"여자 반지 하나 이쁜걸루 골라줘 봐요."
"누구, 반지 줄 여자친구 생겼어?"
"아뭏튼요. 나중에 얘기해 줄께요."
"음...이거 이쁘다."
"손님, 그거는 커플링이라구요, 연인들끼리 같이 끼는겁니다."
"그래요? 그럼 그런거 말구요. 아니, 나중에 다시 올께요.잘
봤습니다."
"왜그래? 사지두 않을꺼면서, 한번씩가다 이상한 짓두 잘해."
"재밌잖아요."
그 날 이후 한참을 소식이 없었다. 나는 늘 그랬지만 내가 먼저
는 단 한번도 그를 찾은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면 속으로 아무리 보고싶거나 궁금해도 그냥 꾹꾹 참고 기다
리기만 할 뿐........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어느날 매장으로 소포가 하나 배달되어
왔다. 물론 발송인은 그였고.
소포는 그 날 함께 골랐던 반지 여자꺼 하나. 달랑 그거 뿐,
아무 쪽지도 편지도 들어있지 않았었고, 그 후 며칠동안 전화조
차도 없었다. 이걸 어떻하라는건지 물어 볼 수도 없고, 그냥 기
다리기만 하자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기막혀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나니 그로부터 편지가 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발신처가 서울이 아닌,대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