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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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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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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이나래 2000-10-01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그 였

음을 확인한 후론, 난 나 자신에게 너무도 놀라왔다. 그리고, 내

가 무섭고 또 싫었다. 누구보다도 깨끗한줄 알고, 잘난줄 알고,

그 도도함으로 남편을 여러번 질리게 만들었던 내가,마음 속으로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다니,더군다나 나이도 어린 사람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내가 이러면 안돼.엄연히 남편이 있

는 여자가 마음으로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도, 내 기준

으로는 용서가 안될 일을 내가 하고 있다니.... 정신 차리자.

하지만 내 이성과 사고와는 별도로 내 감정은 저 가고 싶은데

로 마냥 흘러가고 있었고, 그 흐름에 그는 노를 저어 주고 있었

다.오늘은 그가 오면 모질게 쫓아내야지,하고 마음먹고 있는 날

은 유난히 어깨가 푹 쳐져갖구 와서는,

"아, 배고프고, 술 고프고, 인생살이 고달프고..맛있는거 먹으

러 가요.밥 먹으면서 내가 재미난 얘기,방금 듣고온 따끈따끈한

얘기 해줄께요." 하면서 내 마음을 뺏어가 버리곤 했다.

그에겐 묘한 재주가 있나부다하고 생각이 들만큼,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게 그의 재주가 아닌 내 마음 속에서 슬며시 자리잡

고 있는 '사랑' 이라는 감정임을 깨닫게 된 후론 내 혼란은 걷잡

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이었다.

"선배,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생각 나는게 뭔지 알아요?

선배 얼굴이요."

"뭐야? 그럼 내 얼굴이 화장실 변기처럼 생겼단 말야?"

"그게, 무슨 말이예요?"

"난, 아침에 눈 뜨면 화장실에 제일 먼저 가구 싶은데."

"....내가 웃을꺼 같아요? 선배 언제부터인가, 내가 내 마음

조금씩 표현하면 늘 그런 식으로 빠져 나가려는거, 나 진작부터

알구 있었다구요."

"............."

"선배, 나 막지마요. 나 막는다구 멈추지 않을 놈이란거 알잖

아요. 그리구 선배두 감추지마요, 나, 선배마음 진작부터 알구

있었어요. 우리 나쁜짓 하는거 아니잖아요. 선배나 나나 상처가

많잖아요.같이 아픈 사람끼리 마음만 조금씩 나누는건데, 그거,

안되는거예요? 그냥 친구하면 되잖아요.선배가 나이가 많구 내가

어려서 안되는거예요? 친구사이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그건 우리들 생각이구, 변명일 뿐이야. 세상 사람들은

우릴 그렇게 순수하게만 봐 주지 않을꺼구, 그리구....."

"그리구 뭐요? 뭐가 문제예요? 사장님요? 사장님께 내가 만나

서 말씀 드릴께요."

"뭐? 내 남편한테 뭘 얘기 한다는거야? 우리 만나게 해달라구?

그래서 허락해 줄꺼같애? 그리구 허락해 주면 편하게 만나자구?

이것봐! 젊은 친구, 너 어느나라 사람이야? 니가 지금 했던 말들

이 다 말이 된다구 생각해? 정말 널 어떻하면 좋으니... 너, 나

한테 왜 왔니? 나 어쩌면 좋으냐구...."

"그래요, 내 생각이 선배 생각하구 다를 수도 있어요. 난 다만

내 마음을 얘기하려던 거였어요. 그래요, 나 선배 사랑해요. 그

치만,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다른 거예요.사랑은 과정이구, 감정의

표현일 뿐이지, 난 사랑의 완성은 몰라요. 아직 끝까지 사랑해

본 사람이 한번두 없었구요, 그리구 사랑의 끝은 없다구 늘 생

각해왔어요.사랑하면 꼭 소유해야하나요? 꼭 육체가 같이 움직이

는게 진정한 사랑인가요?"

"대부분 사람들은 그래. 아니, 나부터두 그래. 사랑하는 사람하

구는 늘 같이 있구 싶구, 만지구 싶구, 안기구 싶구 그래.그게

지극히 장상이야. 그렇게 땜에 사람들은 쉽게 아무하구나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거야."

"난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몇살이야? 아직 사춘기도 안지난 소년 같은 말을 하구

그래.정말 한번두 누굴 안아 보구 싶은 맘이. 아니 여태 한 여자

두 안 안아봤단 말이야?"

"선배두,참. 그건 아니죠.나 군대두 갔다 왔다구요,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배하구 사이를 말하는 거라구요? 선배. 내가

남자루 보여요?"

"니가 그럼 남자지, 여자야?"

"또 저런다.나한테 안기구 싶은적 있었냐구요?"

"있었담, 안아 줄래?"

"미쳤어요? 내가 유부녀를 왜 안아줘요,안아줄 사람이 엄연히

따루 있는데, 누구 맞아 죽는거 볼래요?"

"그래, 고맙다.날 편안히,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사랑해줘서.

근데, 세상의 눈은 그렇지가 않단다."

"세상 사람들한테 우리들 마음두 보일까요? 우리 이마에 썼어

요? 아니잖아요, 너무 겁내지마요.감정은 그냥 내 버려 두면 언

젠가 자리 잡을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