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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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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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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이나래 2000-10-01

사실 남편은 내 출생에 얽힌 얘기를 모른다. 남편 뿐이 아니고

난 이날이 되도록 어느누구한테도 내 스스로 먼저 말한 적이 없

다. 여학교쩍 친한 친구에게조차 내 차가운 자존심으로 단 한마

디도 얘기한 적이 없었던 말을 그 날 처음으로, 그것도 나보다

어린 남자에게 얘기 했던걸 어떻게 설명이 될까? 굳이 술 기운

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의 얘기를 들었어서도 아닌 알 수없는

어떤 힘이 그와 나 사이를 엮어 놓았다.

"선배, 이거 알아요? 사람이 친해지려면 어떻게해야 하는지?"

"?"

"모르죠?어떻게 저 나이를 먹었나 몰라, 제일 쉽게 친해지는

방법은요, 비밀을 나눠 갖는거예요. 애들 그러잖아요, 너한테만

얘기 해준다구 하면서 둘이만 제일 친한척 하잖아요, 그러니까

선배랑 나랑은 제일 친한척 지내야 하는거예요,나한테만 비밀

얘기 처음 했다믄서요? 우린 그러니까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 이

라구요. 선배, 나 배신하면 선배비밀 다 퍼뜨릴꺼예요."

"협박이야? 이거 순 날강도네, 내가 사람을 단단히 잘못 봤나

봐. 큰일났네, 물를수도 없구."

"걱정할거 없어요, 나랑 같이 놀기만하면 되는걸 뭐,"

"맨날 뭐하구 놀아? 그리구 일은 안하구 놀기만 해?"

"누가 일 안하구 놀기만 하재요?일 끝나구, 맨날 아니구 가끔

이요.남의 유부녀랑 어떻게 맨날 놀아요? 집에 가서 살림두하구

사장님하구두 놀구, 나하구는 아주 가끔요, 선배 쓸쓸할 때,

나 힘들 때, 선배 엄마 생각 날 때, 나 울 아빠 미울 때,선배

나이 먹는거 허망하다구 느낄 때, 나 친구들 애기 돌 잔치 할 때

뭐, 놀 이유 대자면 많으니까, 그때그때 말해줄께요.다만, 사장

님하구 싸웠을 땐 절대 나 찾지 마요, 그 땐 절대 안 놀아줘요."

"내가 제일 쓸쓸할때가 남편하구 싸웠을 땐데?"

"그 땐 사절이예요. 집안 일은 집에서 해결해요. 그렇게 되면

나 땜에 두 분 관계 멀어질 수두 있어요. 내가 제일 바라는게 뭔

지 알아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거, 특히 선

배가 행복해야되요. 사장님하구 사이 나빠지면, 나 다시 선배 안

봐요."

바보, 우린 이미 삐그덕거리는데, 너와 상관없이 난 남편에게서

이미 마음이 접어져 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면 너 나랑 안

놀아 줄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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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은 흐르는 물과 같은가 보다. 흐르는 물을 억지로

막아서 고이면 그 물은 점점 썩어 들어간다. 감정도 마찬가지인

가보다. 흐르는데로 내버려 두어야지, 억지로 참으면 썩어서 곪

아 터지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