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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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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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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이나래 2000-09-26

"엄마가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놨어."
둘이서 한참을 통화한후 그 때부터 아이는 시계만 쳐다봤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겠지-하는 마음에 나도 덩달아 시계를 쳐다보다가 기다림에 지친 아이는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잠들어 버리고, 나도 서서히 지쳐 갈 무렵에 남편은 피곤에 쩔은 얼굴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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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해. 잘 안되네."
".....너무 애 쓰지마, 난 괜찮으니까."
"미안하다, 나, 그냥 외국 출장 갔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그냥 지내자."
"나, 괜찮다고 했잖아.뭐, 수녀들도 그냥 살고, 신부들도 살잖아. 당신 요즘 사무실 오픈하고 신경 많이 써서 그럴꺼야."
말로는 그렇게 위로했지만, 기막히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사무실로 다시 가 봐야 한다면서 다시 나갔다.

벼락 맞은것 같은 전화는 그 다음날 사무실 여직원인 준호 엄마로부터 받았다.
"사모님, 사장님 어제 댁에 들어가셨댔어요?"
"녜."

"같이 주무셨어요?"
"아뇨, 잠깐 들르셨다가 사무실에 볼 일이 있다고 다시 나갔는데요."
"그럼 그냥 보내셨어요?"
"그럼 어떻게해요, 바쁘다는데. 근데, 왜요?"
"사모님 정말 모르세요?"
"...무슨, 말을 하시는건지?"
"사무실 직원들은 다 알고 있는데,정말 모르시나봐, 지금 당장 장안도 ㅈ 호텔로 가보세요.사장님 지금 거기 계세요. 벌써 몇번짼데..."
"잠깐만요, 왜요? 그럼 사장님이? ........누구인지도 안단 말이예요?"
"녜, 김주임이예요, 내가 김주임 붙잡고 여러번 얘기 했어요. 사모님 모를때 그만두라구. 근데 어제도, 사장님네 결혼기념일이라는데도 사장님을 안 보내드리더라구요, 같은 아줌마끼리 더는 참을수가 없어서요. 당장 호텔루 가세요, 이런건 현장을 잡아야 나중에 딴소리들을 못.."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그 사람이 그럴땐 제 잘못도 많을꺼예요.전화 고마와요,끊을께요."
이은주, 너 미친년. 지금이 고상떨때니? 내 잘못두 많다구? 내가 뭘 잘못했는데? 울구불구 지랄떨어두 시원찮을 마당에 나 왜 이렇게 차분한거지?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러니? 김찬호, 너 다시 봐야겠다, 바람두 피울줄아니? 뭐 외국 출장갔다구 생각하라구?
왜, 젊은년하구 놀더니 낡은 나하구는 안되디?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마당이 파르스름하더니, 어느새 밝았다.내 속에서 끓고 있었던 감정의 폭풍은 날씨의 변화엔 전혀 상관이 없다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