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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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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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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의 악몽


BY 로미 2000-09-07

6. 지난 시절의 악몽.

비가 툭탁 툭탁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비 때문인지 나른

하게 잠에 빠진 나은이의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고, 엉덩이를 토

닥여 주며 나는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을 물건이 생각보

다 잘 빠져 주어서 내일 모레쯤 에는 다시 서울로 물건을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똑똑...

조심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늦은 시간 저렇

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신애 말고는 없었다.

"들어 와"

나는 여전히 한 손으로는 나은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언니 아직 안 자는 거지?"

"뭐니 그거는?"

"흐흐흐,,,엄마가 TV켜 놓은 채 잠이 드셨 길래, 언니랑 한 잔

하려고 부침개 좀 만들어 왔지."

"웬 술을?"

"비가 오잖아."

그녀는 쟁반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가서 술잔을 가지고 왔다.

"비온다고 술도 마시고, 좋네...."

"언니, 나 할 얘기가 있다?"

"뭔데?"

술을 한 모금 마시자, 마치 빗물이 눈과 목을 따라 저 아래로 흘

러가는 것 같았다. 신애도 한 잔을 털어 넣듯 마시더니 다시 잔

을 채우며 말했다.

"언니,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래? 축하 할 일이네..."

"그런데 언니, 그 사람하고, 너무 힘이 든다..."

"뭣 때문에?"

"너무 가난한 집 맏아들이야. 돌봐야 할 가족이 너무 많은 거 있

지. 사랑하지만, 졸업하고 그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지, 자신이

없어. 우리 엄마 알아봐, 당장 난리가 날 꺼야."

"같은 학교 사람?"

"응. 낮에는 정비소에서 일하는데 꽤 능력은 있나봐. 하지만, 언

니. 우리 엄마 꿈이 뭔지 알지? 내가 그런 사람과 결혼하겠다면

아마 자살이라도 하실 꺼야."

"가만히 계시지야 않겠지...."

나도 다시 잔을 채우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언니,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해야 하겠냐구?"

"둘 중 하나지. 헤어지던가 결혼하던가.."

"언니!"

"나 같은 미혼모에게 그런 걸 묻다니 너두 참 웃기는 애야."

나는 자학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언니가 더 잘 알 꺼 아냐?"

"신애야, 나는 아무 것도 몰라. 나는 그냥 순간 순간에 내가 옳

다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 대로 흘러 왔을 뿐이야. 그리고 만약

에 나한테 거품 물고 말려 줄 수 있는 엄마가 있었다면, 아마 이

렇게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

"언니 미안해..상처를 건드렸나봐..."

마음 착한 신애는 삐뚤어진 나를 착하게 넘어가 주었다. 나는 그

래서 그녀가 고마웠다.

"니 마음 가는 대로 해애.."


석 잔쯤 밖에 안 마셨는데 취기가 올라 요위에 그대로 누워 버렸

다. 신애는 더 이상 말없이 쟁반 내다 치우고 자기 집으로 올라

갔다. 눈을 감고 있자니 하얀 붕대를 손목에 친친 감고 누워서

말없이 내게 시위하던 그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만 보면 벌레

를 본 것처럼 새하얗게 질리곤하던 그의 어머니...나한테도 엄마

가 살아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 험한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예전에도 했었다.

-제가 만약 아이를 가졌다면 어머니..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런 걸로 나를 협박하는 거니? 당연히 없애야지. 떼지 못할 거

라면 낳게 해서 입양이라도 보낼 꺼다. 내 아들 앞길을 막게 할

수는 없어. 아일 가졌니?

-아니요, 아니예요. 아이가 생긴다면 어쩌실 껀지..알고 싶었어

요.

-어른을 가지고 놀리는 거냐? 난 내 아들 절대로 포기 못한다.

죽어서라도.

그렇게 말하며 내게 던진 하얀 봉투를 나는 집어들고 나왔었다.

나는 이미 떠나기로 마음 먹었었고, 살아야 했었고, 돈이 필요했

었다. 영화처럼 멋있게 그 봉투를 찢어 버리기에는 내 현실은 너

무나 막막했었다.


삐리리리릭..

갑작스런 벨 소리에 악몽에서 깨어난 듯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네."

"이모다, 도대체 왜 전화두 안하는 거니? 넌 이모가 죽어도 모

른 척 할 꺼니?"

"왜 그러세요? 또 어디 아프세요?"

이모는 건강 염려증 환자였다. 이모부가 살아 계실 땐 그 히스테

리를 다 받아 줬지만,지금은 아무도 받아 주질 않는대도 여전히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 손을 이마에 얹

고 누운 채로 말을 했다.

"병원에 가보세요. 그럼."

"나쁜 년. 언제 올라 올 꺼니? 너한테 내가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다."

"바빠요. 곧 추석대목이잖아요. 추석 지나고 갈께요."

"그럼 주소를 대봐. 내가 언제 죽을지 나두 모르니까 내가 내려

가야 겠다."

"이모, 안 돌아가실 테니 걱정 마세요."

"주소 대봐!"

할 수없이 찾아오는 길을 알려 드리고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

다. 혹시 우리 엄마도 저?O을까...그런 생각을 하니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