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하늘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깨끗한 날씨이다.
아회는 마음이 상쾌하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데
집에 어르신들이 오신다고 하여서 엄마를 도와 주어야 한다.
청소도 깨끗이 해놓고 심부름도 열심히 하였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가 가까워졌다.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주현이가 일방적으로 오빠를 소개시켜준다는 것이다.
싫다고 일단은 말은 해 놓았는데....
삐리리 삐리리...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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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회야, 전화받아라. 주현이다."
"네, 아빠"
"응, 나야
"너 여태 집에 있으면 어떻게 해. 도봉산역에 2시 까지
가라고 그랬잖아."
"내가 못간다고 그랬잖아. 지금 바빠 '집안계"가 있어서
나갈수가 없다고 얘기 했잖아"
"야! 이 지지배야, 어떻하지! 나도 못가. 오늘 용수씨 집에 가야돼.
"오빠, 벌써 집에서 출발했나봐. 전화 안받아."
"난 정말 안돼.미안해 현주야."
"알았어.너 만나면 알아서해. 일부러 바쁜 오빠 등산가자고
꼬신건데.난리났네. 할수없지. 지치면 연락하겠지.
다음에 연락하자."
"응,안녕."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웬지 마음 한구석이 미안했다.
얼마나 기다릴까?
금방 갔으면 ...
현주 이사갈때 보긴 했지만 말한마디 얼굴 한번 제대로
본적 없는 사람이다.
에라 모르겠다. 신경끄자.
"아회야, 빨리와 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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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서 현주에게서 학원으로 전화가 왔다.
그날 2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에야 집으로 갔다고 한다.
'미련하구만'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일요일.
현주에게서 또 다시 전화가 왔다.
"응,왜"
"응, 오빠가 억울해서라도 널 봐야겠데"
"날"
"응,요번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4시 안양 M백화점 앞에서
만나자고 너한테 전해 달래, 어때"
"글쎄, 시간은 있는데. 괜히 만나서 어색하면 어떻게 해"
"괜찮아, 그냥 한번 만나봐"
"그래도,어색하고 이상하잖아"
"아, 글쎄 괜찮다니까? 만나 알았지. 그렇게 알고
오빠한테 전화한다."
"그래, 그냥 밥먹고 오면 되지,뭐, 알았어"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하자."
"응"
뚝. 미안해서 그리고 현주의 애쓰는 모습이 가상해서 나가자.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 오빤데 어때.
현주를 생각해서.
그러기로 마음은 결심한다.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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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다.
그냥 면티에 청바지 입고 머리 질끈 하나로 묶고 그러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아회나이 26에.
그리고 이럴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