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56

[제4회]


BY 이슬비 2000-08-04

제 2 부 그녀는...

슬비는 또 뛴다. 아마도 오징어랑 콜라를 사올것이다.

슬비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아직은 회복기간이 .. 너무 짧았던 걸까?

대학 입학식날, 한껏 멋을 내고 콧노래 부르며 나선 내가 슬비를 처음봤을때가

생각이 난다. 뭐가 그리 바쁜지 허둥지둥 뛰다가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웠을때,난...

아직은 애기같은 하얀 볼에 짧은 커트, 그리고 핑크빛 입술..

그녀도 이대학에 다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은근히 바랬다.

우습게도 그녀는 입학생 대표로 단상에 있는게 아닌가?

인연이 되려나? 왠지 학교 다닐맛이 나는것 같았다.

그러나 대학생활 1년동안 그녀에 대해 아는것은 없었다.

그녀는 소위 모범생이고, 난 날라리나 다름없으니...

군 제대를 하고 처음 학교를 갔던날..

슬비는 후배인듯 보이는 아이들 무리에서 재잘대고 있는데,

가장 환한 웃음을 띈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그녈 알고 싶다는 마음이 그녀에게로 이끌었다.

"여어,이슬비" 용기를 내어 불렀다.

"누구시죠?"슬비가 수군거리는 애들속에서 내게 물었다.

"야아, 같은 92학번인데..날 몰라?"

"전 잘 모르겠는데 절 아세요?"

라며 그녀는 약간의 방어태세를 취하는것 같았다.

"그러니? 유감이네.. 어쨋든 우린 또 만나게 될꺼야.. 하하"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던 내게,하늘은 우연인지,필연인지 모를 만남을 주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놀라 우산을 사려고 들어간 가게에 슬비가 있었다.

또 뛰었는지 가뿐 숨을 고르며,젖은 머리와 옷에 투덜대고 있었다.

"슬비,너 슬비 맞지? 나 몰라?"

그녀는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아.. 라고 했다.

믿져야 본전인데 싶어 얼른 그녀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

"집이 이동네야? 지하철에서 여기까지 왔니?"

"예? 아 예..조금만 더가면 되는데..너무 비가 많이와서.."

"금방 지나는 소나길 테니 잠시 기다리면 돼겠다."

"너 심심할테니 같이 기다려 줄께" 라면 친한척을 했다.

슬비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밀때는 확실히 밀어야 겠다는 생각에 난

"난 92학번,현재 경영과 복학 준비중.이름은 이 창민이야"

"너두 92학번,비서과 졸업후 건설회사 비서실에 근무하는 이 슬비 맞지?"

슬비는 멍하게 놀란 표정이었다.

역시 모범생들은 티가 난다니까..

어쨌든 그 소나기덕에 그녀의 집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다가 갈수 있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슬비는 외모가 약간 성숙된걸 제외하고는 아직 어린애 같다.

어. 영화 시작시간인데 왜 안오지... 아니 저건...

슬비가 절뚝거리며 오는거 아냐? 참 어이가 없어서..

"에구,덜렁이 또 넘어졌니?"

"야아. 이거 놔.."

"됐어. 잠시만 참아"

슬비가 내게 예뻐 보이려 입은것 같은 원피스에 하이힐은

그녈 거부하는 모양이군..

그녀를 잠시 안아 차에 내려준것에도 .. 아..아프다..


민이는 날 뒷좌석에 내려 주고는 내다리를 봐 주었다.

"오우 이번에는 많이 아프겠는걸.."

민이가 신을 벗기고는 자기 다리위에 내발을 걸치게 하고 부드럽게 만져 주었다.

좀 통증이 느껴 지긴 했지만,꾹 참았다.

"에구.좀 어때.지금 병원에 가볼까?"

"아냐 괜찮아."

"또 고집 피운다 너..병원가는게 그리 무섭니?"

그래.. 난 민이가 사고로 피범벅이던 얼굴과 다리를 보았을때..

병원이라는 곳이 나에겐 무척 낯설고,무섭게 느껴졌다..

"아냐, 이영화 내가 보고싶어했던거란 말이야!"

"알았다.정말 괜찮지?"


이렇게 물으면서도 난 걱정이 되었다.

아프다고는 말못하고 끙끙거릴 슬비가...


영화의 음악이 흐르고 영화는 시작이 되었지만 민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화에는 관심이 없는듯이 내 다리의 놀란 근육들을 풀고 있었다.

좁은 차안에서 함께 있기에는 좀 어색했다.

잠시만하며 그는 밖으로 나갔다.

에구, 다리는 괜찮을려나? 이게 무슨 망신이야?

휴.. 그때 영화속 주인공들의 애틋한 키스신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 우석씨는...

민이는 거칠게 숨을 쉬면서 차안으로 들어 왔다.

"에구 내가 무슨고생이람..다리 이리줘"

"어 너 스타킹 벗어야 겠는데.."

"됐어 이젠 괜찮아."

"돼긴 뭐가 됐다는 거야? 파스 지금 안붙이면 너 내일 못걸어."


이런..하기야 내일은 중요한 날인데..절뚝 거릴순 없는데..

돌아 앉아 한쪽 스타킹을 내리는 내뒤에서 민이는

"그러게. 뭐하러 치마에 하이힐이냐?누가 봐준다구.."

"이씨. 뭐.. 너 말다했어?"

내가 지금 누굴위해서 이러는데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하고픈 말을 못해서 일까, 내마음을 모르는척하는 그가 야속해서 인지

눈물이 흘렀다. 이 씨.. 이게 뭐야..

"슬비 또 우니?"

"아냐 ,영화가 감동적이라 그래?"

"뭐? 저게 감동적이야? 하하하?"

"너 뭐야!너 나 데리고 장난하면 좋아? 사람을 뭘로 보는거야?내가.."


슬비가 흘리는 눈물은 언제나 날 아프게 한다.

감싸주고 싶다. 널...

더 이상 나때문에 울지 않게 해주고 싶은데..

너를 보내야만 하는데...

"미안해.."

"미안하다면 다야? 너 내가 우습지.너 알아?

내가 너땜에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너알아? 아냐구? 어.어.엉"

"놔. 이거놔. 얼마나 날 ...읍."

그가 내게 키스를 한다.

아팠던 마음이.. 민이의 키스에 내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네가 그리웠던 만큼 난 너를 안고 싶다.

너와 첫키스를 하고 난후로 잊을수 없었던 너의 입술을 ...

날 향한 너의 끝없는 마음까지 오늘은 아니

이 영화가 끝날때까지만..그때 까지만이라도...

널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