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그녀는...
"좋은 아침.."
그녀가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어머,슬비씨 오늘 좋은일 있나봐.화사하네"
"아이,부장님도... 비밀이에요..후후"
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내옆을 지나갔다.
그녀는 잠을 설쳐서인지 약간은 초췌해 보이는 것을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감췄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는데...
역시 그녀석 때문일까? 휴우...
그녀의 미소는 늘 내게 따스함을 주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그녀의 미소가 원망스럽다.
어쨌던 우석씨 자리를 지나는 왔는데...
이건 내숄... 우석씨가 가져다 놓았네...
뭐라구 말하지? 무슨말이든 해야할텐데...
"슬비씨,이리로. 김대리도..."
"김대리랑 슬비씨는 호흡이 잘맞지!
이번 입찰건은 중요하니까..난 자네들을 믿어. 꼭 성공하고 와"
"아니 그건 내일 하기로..."
빨리 다녀오라는 부장의 성화에 하는수 없이 회사를 나서야 했다.
"슬비.1층에서 기다려."
그는 그렇게 짧게 말하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이번 계약건에 회사가 가지는 30%의 프리미엄 중 내게도 0.5%는 온다.
그 수당으로 이사갈 계획까지 있었는데..
우석씨랑 어색하니 어쩌지...
"어.. 우석씨,어젠 내가 술이 좀.. 미안해요.
이번 입찰건에 자신있죠? 자 우리 화이팅!"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이해 할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이번일로 받을 수당에 예전부터 들떠 있었으니...
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그녀 특유의 화사함과 명확함으로 일을 잘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사단들의 OK싸인이 떨어져도 그녀는 그리 놀라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위 사람을 자기에게로 끄는 힘이 있다.
그런 그녀가 좋았는데... 이젠 ...제길. 멍청한 자식..
자꾸만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어제 미안하다고 얘길 하려고 들렀던 그녀의 집앞에서
그녀를 안고 있는 그녀석을 보았을때 이제 난 모든걸 잃겠구나 싶었다.
그녀가 부르는 내 이름의 감미로움과 퇴근후 가끔씩 가졌던 즐거운 드라이브도..
가끔씩 그녀가 잠이 들었을때 어루만질수 있던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결과
내입술에 닿던 그녀의 볼.. 날 미치게끔하는 그녀의 살내음..
그때 전화가 왔다.
"어머.창민아. 후후.. 뭐? 그럼 좋은일 있어. 기대해..음 그래 거기서봐"
"저 우석씨 전 이만.."
"그래, 사후 문제는 어차피 내담당인데 뭘.. 가봐도 괜찮아"
우석씨는 뒤돌아 갔다.
그의 뒷모습이 저랬나? 난 그의 뒷모습을 본적이 없는것 같다.
그는 늘 나를 배려 해주는 내가 믿을수 있던 남자였고,
가끔 뒤돌아 보면 아직도 그자리에 손을 들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슬비가 저편에서 뛰어오며 날 향해 손을 흔든다.
슬비에게 좋은일이 뭘까? 왜 저토록 빛이 나지?
슬비를 보면 늘 내곁에 두고 싶다.
그애가 내뿜는 빛이 오늘은 유난히 밝다.
"에구,덜렁이. 천천히 잘 보고 다녀야지.."
민이가 내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이쁘게 보이려 치장을 하다보니 안신던 하이힐에 발목이...
"어디봐. 붓지는 않겠네.. "
그가 나의 발목을 만져주고 있다.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으응 됐어.괜찮아."
"자 여기로 앉아.뭐가 그리 좋아서 정신을 못차려!"
있잔아로 시작해 슬비는 회사애기며 수당애기며 재잘댄다.
슬비가 가장 귀여워 보일때가 이때 일것이다.
그런 슬비가.. 윽 이런..
"슬비야, 잠시만 나 화장실 좀..."
또 다시 슬비가 보이질 않는다. 휴우.. 아직은 무리인가?
민이가 늦네..
민이를 만나면 괜히 재잘거려지는 내가 싫다.
그러니 동갑나기인데도 날 어린애 취급이나 하지...
"앗.뭐야"
그가 내눈을 가리며 물었다.
"오우,아가씨 오늘 혼자라면 저랑 찐한 데이트나 할까요?"
그만하라며 그의 손을 잡았을때 그의 손이 왜그리 차가운지..
아.. 세수를 하고와서 그렇겠네..
"우리 자동차 극장에 갈까? 거긴 답답하지 않는데.."
"그러지.네가 쏘는거야?"
"그래. 오늘은 나만 믿고 나 이사하면 도와줘"
"뭐라구.같이 살자구..싫다. 너같은 덜렁이를 데리고 내가 왜?"
"무슨소리야.이사하는것 도와달라구 했더니..오바하지마"
"이슬비.."
"왜, 왜?"
민이가 조용히 내이름을 부르며 날 빤히 쳐다보면 난 긴장이된다.
아무것도 입지않은 몸을 보여주는것처럼 ...
"나랑 같이 살까?""아냐 아냐.내가 손해다.못들은걸로 해줘!"
그녀는 지금쯤 내게는 한번도 보인적이 없을 환한 미소를 띄고 있겠지..
그녀의 자리에는 환한 웃음을 띄운 그녀의 사진과 어제의 숄이 있었다.
숄에서 그녀의 향기가 난다.
그녈 처음부터 사랑한건 아니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때는 그녀에게서 외로움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 하면서 그녈 위해 주고 싶었다.
그녀에게 연인이 있는 것을 알았을때는
난 이미 그녀에게서 벗어날수 없을것 같았다.
벗어 날수도 없고 다가설수도 없는 나였다.
한순간이라도 그녀가 온전히 내여자이길 바랬는데..
어제의 키스는...그녀가 말한것 처럼 나에게는 후회로 남는다.
하지만 그녈 가지고 싶다는 내 욕망에,
그러면 나의 여자가 될것 같은 어리석음에..
휴우...그녀의 감촉이 아직 남아 나를 애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