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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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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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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BY 로미 2000-08-02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여기 산후조리원이예요.

산후조리원이 뭔지 할머니 아세요?

엄마가 절 나은 후에 몸조리를 해 주는 데래요. 엄청 비싼데 엄

마는 편하다고 좋아하더군요.

저요?

전 엄마랑 떨어져서 다른 친구들이랑 합숙하고 있어요.

비슷한 때 세상에 나온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재미도 있지만,

하나가 아프면 다 옮아서 괴롭기도 하고요,잠이 안온다고 칭얼

거리는 애가 있음 다 잠을 못 자서 너무 힘이 들어요.

엄마는 왜 절 옆에 두지 않는 걸까요. 전 엄마 얼굴을 보고 엄

마 품에서 잠들고 싶은데요...너무 외로울 때가 있어요.

아빠랑 할머니랑 고모 이모 모든 친척들이 다 오셔서 제 얼굴을

보고 가셨지만요,저한테는 아빠랑 엄마랑 매일 얼굴보고 잠들

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집에 가면 그렇게 되겠지요?

목욕도 여기 이모들이 씻겨줘요. 목욕한다고 저한테 얘기도 안

해주고 그냥 막 씻겨서 제가 무슨 인형같은 생각이 들어서 서러

울 때도 있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할머니...


근데요 할머니.

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시죠...

그 동안에도 엄마는요,그 아저씨를 만나고 다녔어요. 저조차도

누가 아빠인지 막 헷갈릴 정도 였어요.

정기점진날에요,아빠랑 같이 와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애들은 아빠랑 오기도 하던데 우리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시간

내실 수가 없다고 하셨거든요.

엄마는 병원에 정기 검진 받으러 갈 땐 친구랑 같이 갈 때가 많

았어요.

어느 날이요, 엄마가 다니던 병원을 옮겼어요. 큰 병원으로요.

시설이 더 좋아서래요. 근데 거기서 너무 챙피했어요.

아빠에 대해서 간호사 이모가 묻더라고요.

그런 걸 왜 묻는지 잘 모르겠지만요,무슨 서류를 만드는 거 같

았어요.근데 저 너무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어요. 비록 아무도

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요.

엄마가 도무지 아빠에 대해서 아는 게 없더라고요.

키나 몸무게 심지어 혈액형까지도 모르는데요,,,라고 말하더군

요. 간호사 이모는 엄마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 보더니,남편

에 대해서 그렇게 아는 게 없으세요?하고 엷게 비웃음을 흘리

고 가버리더군요.


저 화가 나서 엄말 뻥하고 걷어 찼어요.

엄마의 맘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엄마는 친구가 있는데도 그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

서 데리러 오라고 하더군요.

그 때 전 그냥 죽어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더?O어요. 할

머니한테 부탁해서 데려가 달라고 사정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면 할머니가 얼마나 서운하실까 생각하니 그럴 수가 없었지

요.

어느 집에 어떤 애기를 보낼까 언제나 고민하시는 할머니 모습

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것도 어차피 제 몫의 운명이니까 받

아 들여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어요.


-너 미쳤어? 도대체 그 사람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고 만

날 껀데?

엄마 친구는 정말 화가 나서 소리 치더군요.

-오빠랑 나랑은,,,그냥 친 남매처럼 지내기로 했어.

-오빠? 오빠 좋아하네. 처음부터 오빠하기로 한 사이도 아니고,

이제와서 무슨 오빠야? 말 같지 않은 소리 좀 하지마. 택시타

고 들어가든지 아니면 남편을 부를 일이지 그 사람을 부르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냐?

-힘이 들어서 그래. 너무 몰아 세우지 마. 나도 힘이 들어. 너

도 알잖아. 난 결혼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야. 울 아빠나 엄마

가 밀어서 한 거 잖아. 그래도 결혼 하고 나면 정이 들어서 괜

찮겠지...했어. 하지만 아닌 걸 어떻게 해. 정이 가게 하면 내

가 왜 이러겠니...애도 있는데. 점점 더 보기 싫어져. 나도 미

치겠어...

-웃기지마,아무리 그래도 니가 선택한 결혼이야. 선택했으면 책

임을 져야지. 니가 무슨 어린애냐? 이따위 어리광이나 피우고?

그리고 결혼 전에 넌 분명히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했

었잖아. 지금와서 그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이렇게 나오는

건 옳지 않아. 그 때도 넌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어. 하지만

유부남이었고, 이혼한대도 그 사람이랑 결혼 할 용기가 넌 없었

던 거야,그래서 결혼해 버린 거잖아. 만약 그 사람이 없었다면

니가 남편한테 이렇게 정이 없진 않을꺼야. 난 그렇게 생각해.

-애가 다 듣겠다. 꿈적도 않해...듣고 있나봐.

-내가 이 아이라면 너 같은 엄마 한테서 태어나는 게 슬플 것 같

다.


맞아요....전 정말 마음이 아파요...그래서 전 울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할머니.


-정말 이렇게 못 끊을 꺼라면 초기에 애를 지우고 이혼해 버리라

고 내가 그?O지...난 말이야,싫은데 억지로 사는 건 옳지 못하

다고 생각하고 있어. 니 남편을 어떻게 똑바로 볼 수 있겠니..

니 남편이 만약에 입장이 바뀐 너라면,어떨까 생각해 봤니?

니 친구라는 게 정말 싫어진다.

그렇게 퍼 붓고 휑하니 가버렸어요,,그 아줌마는.


엄마는 아무말 없이 의자에 앉아서 아저씨를 기다렸어요.

아저씨가 와서 차에 엄마를 태우고 집까지 바래다 줬지요.

전 꼼짝도 할 수 가 없었어요. 엄마는 아저씨한테 한숨 쉬며 말

하더군요.

-오빠,우리 친 남매처럼 지낼 수 있겠지?

-음,당연히 그래야지.

남편하고 잘 지내도록 해. 너도 너무 히스테릭한 거 같애.요즘

은. 난 그런 여자한테 질려서 이혼한 사람이잖아.

-남편하고 잘 지내라고?

-당연하지.니가 잘 살길바래.

엄마는 오히려 화가 난 것 같았어요.

아저씨가 당연한 소릴 했는데 왜 화가 났을까요?


얼마 후에요,

엄마는 아저씨한테 애인이 생긴 걸 알고는 한 동안 충격을 먹

고,슬픔에 잠겼었어요. 저만 아니면 아마도 그 아저씨하고 결혼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제가 엄마한테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엄마는, 서서히 모든 걸 체념하는 거 같았어요.

엄마 친구인 혜린이 아줌마도,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나서 모든 게 다 평온해 졌어요. 잠시동안 이었지만요.


아빠랑 엄마랑 제가 태어나면 쓸 물건들이랑 엄마 한테

필요한 것들을 사러 다니기도 하구요,오랜만에 전 마음놓고 세

상에 나올 날을 위해 준비체조도 열심히 했어요.

아시죠, 할머니

세상에 나올 때는 엄마도 힘들지만 아기들은 그 보다 몇 갑절은

힘이 든다는 걸요.

그래서 할머니가 항상 도와 주시잖아요.

그런데요,

제가 아직 준비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상 밖

으 나와 버렸어요.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가 아니고요, 가만히 자고 있는데요,

갑자기 칼이 쓰윽하고 천정을 가르고 들어 오지 뭐예요.

전 엄마가 절 죽이려고 시킨 일인줄로만 알았어요.

아닌 줄 알았는데 드디어는 날 죽이고 아저씨한테 가려고 그러

는 구나...무서워서 몸을 더 웅크리고 떨고 있었지요.

의사선생님이 절 들어 올리고 입에 있는 거 다 빼고 씻기고 할

때서야,전 살았구나,,,날 태어나게 하려는 거였었구나 하고 알았

어요. 도대체 엄마는 왜 절 그렇게 나았을까요?

그 전에 다니던 병원 의사선생님은 자연분만 할수 있다고 하셨었

거든요,근데 나중에 들으니 엄마가 겁나서 그런거였대요.

전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 게 바로 칼이었다는 게 섬뜩하게 느

껴졌어요. 그냥 힘 들더라도 제 힘으로 세상에 나왔더라면,

엄마랑 같이 힘주고 노력해서 나와서 엄마 가슴에 포옥 안길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 엉덩이에 파란 멍은 할머니가 때려서 그런 게 아니라

는 걸 알았어요...친구들이 여기로 오기전에 그런 말을 해서 그

런 줄만 알았거든요. 서천꽃밭의 이쁜 꽃한송이씩 쥐어주시는

할머니가 저흴 때릴리가 있나요.제가 어리석었어요. 하지만 배

를 갈라 제가 나오는 때에도 할머니가 근심스레 쳐다보고 계셨다

는 건 알아요.


참 저요,

대대적인 환영은 받았지요...아들이었으니까요.

아빠는 외아들이고,나이도 많았으니까요. 엄마는 다시는 아일

낳지 않겠대요. 그럼 제 동생은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들인게 다행이래요. 무슨 말인지요...하긴 우리집에 태어나

는 애는 불쌍하기도 하잖아요. 안 태어나는 게 나을꺼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창피한 얘기인데요 할머니.

전 엄마 젖도 못 먹었어요. 젖 몸살이 난 엄마가 너무 아프다

고 해서 젖을 못 준대요. 젖 말리는 주살 맞았대요,글쎄.

하긴 처음에 잠깐 초유는 먹여야 한다고 젖을 주길래,너무 행복

했지요. 그것도 단 하루 뿐이었어요. 여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 소젖을 먹어요. 우리가 송아지도 아닌데...

우리들 끼리 있을 때 어떤 애가 잘난 척 하면서 지가 먹는 우유

가 되게 비싼 거라고 막 떠들었어요. 젖병도 외제라나요? 울 엄

마도 외제 젖병 사줬다고 같이 자랑하려는데, 엄마 젖 먹는 애

가 지긋이 우리를 쳐다 보더니 그러더군요.

-난 울 엄마 품에 안겨서 젖 먹어. 너무 달콤하고 기분이 좋아.

니들은 다 소젖 먹는다며? 그 까짓 외제 젖병 아무리 좋대도

난 엄마 젖하고 안 바꿔. 너,니네 엄마 젖 빨아나 봤냐?

전 자는 척 했어요. 부러워서 목이 다 메이더라고요.

할머니,

저도 이제 진짜 자야겠어요.

내일 집에 돌아가거든요.

우리 집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요.

참 ,우리 엄마 너무 미인이 더라구요

그거 아시죠?

그리고 감사해요,,,저 아빠랑 똑같이 생겼대요.

고맙습니다 할머니,제 부탁 들어주셔서요.

집에 가서 다시 소식 전할께요.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