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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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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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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백발마녀 2000-07-21

해수 : 아..선..생..님.
아직..안가셨네여..후

수연 : 어..해수야..왜..

해수 : 네..저..선생님께서 주신 문제지를 놓고 갔어요..헉헉..어이구..숨차..

수연 : 잘 한다..그래..어디까지 갔다왔냐..

해수 : 하하..선생님이 문 잠그고 가실까봐서..넘..열심히 뛰어왔어요..

수연 : 얼른 찾아 가지고 가라..늦었는데..

해수 : 넵..


수연이 칠판을 닦는 동안 해수는 책상 속에 넣어둔 시험지를 챙겼다.
어이구..팔이야..
수연이 발꿈치를 들고 칠판의 위를 닦느라 애를 쓴다.
원래는 자신의 팔이 닫는 데까지만 칠판을 사용하지만 오늘은 그 큰 희환 이가 문제를 풀었으니 꼭대기까지 닦아야한다.
저..제가..
해수의 목소리가 들리는가싶더니 어느새 등뒤에서 수연이 들고있는 칠판닦이를 가로챘다.
바싹 등뒤에 서 있는 해수 때문에 수연이 약간 몸을 틀며 해수의 가슴을 빠져 나왔다.

해수 : 저..선생님..보기보다 키가 작군요..

수연 : 뭐라고?..그래..나 키 작다..그래서 네가 내 키 작은데 뭐 보태 준거 있냐..

낄낄..


선생이 학생보다 키가 꼭 크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것이 자신을 좀 우습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해수의 말이 가시 같다.

수연 : 다 닦았으면..됐다...가라.

해수 : 선생님은 안 가시나요..

수연 : 나도 가야지..창문 닫고 책상정리도 좀 해놓고..

해수 : 제가 좀..도와 드릴께요.

수연 : 아..아냐..얼른 가..네가 이럴 시간이 어디 있니..

수연은 시간을 핑계삼지만 실은 이런 늦은 시간에 아무리 학생이라도 남자랑 단 둘이 썰렁한 교실에 남는것이 어설프다.

해수 : 저..그럼..먼저..갑니다여..수연..

수연 : 뭐?..야..너 뭐라고 했어..수연?..이 녀석이..정말..

해수 : 저도 법적으론 성인입니다..그리고 두 달만 있음..졸업이고요..

수연 : 너..자꾸 까불면..집에 전화할 꺼야..빨랑..가..

해수 : 아..알았어요...하하..
하지만..저 졸업하면..선생님과 전...남자대 여자로 ..

수연 : 너..일루와..안되겠다..전화해야지..

수연이 핸드폰을 들자 해수는 정색하는 표정으로 개구쟁이짓을 하며 나간다.
나참..녀석..


수연이 중간에 이 반에 들어왔을 때의 첫 느낌은 이랬다.
일단 아이들이 너무 어른 같다는 것이 좀 어색했고,
다른반아이들에 비해 무척 진지하고 무표정한 모습이 또한 놀라웠다.
그 중 해수는...
묘한 매력을 지닌 학생이었다.
가끔 엉뚱한 말을 하곤 했지만 밉지 않았다.
해수는 수연이 귀엽다던가 아직 젖살이 있는 볼을 만져보고싶다고해서 종종 귀를 잡히곤 했다.
그런 농담이 점점 진해진다고 느껴지면서 수연은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고 엄격하게 대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해수가 오늘 또 농담을 한 것이다.
조금 헷갈리는 심정이 된 수연이 교실정리를 끝내고 문을 나서다가 흠칫 놀란다.


수연 : 어!..너..

원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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