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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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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BY 나리 2000-08-24

달이 휘엉청 밝은 공터에는 인적이라곤 없었습니다
뒤따라오면서 뭔일이냐고 쉴 새 없이 물어 대던 남편은 막상 공터에 다다르자
입을 다물고 저를 빤히 보았지요
<내가. 당신 같은 지저분한 인간이랑 산 10년 세월이 아까워 죽겠다 고만. 아이들은 내가 맡을 테니깐 이혼하자 알겠나?>
정색을 하고 말하는데 남편이 허공에다 대고 픽.웃슴을 날렸습니다

<내가 기도 안찬다. 도대체 뭔 이야길 주워듣고 카는데, 응? 어디서 헛 소릴 듣고 와서는 하루 종일 일하고 온 사람을 밥도 안 주고 이런데루 데불고 와서 뭐 이혼? 그래 이혼하자 해?>
< 그래 이혼하자 근데 그 여자하고 언제 부텀 그런사이가 됐는지 궁금하니께 말하란 말이다 거짓말하들 말고!

오늘 내가 그 여자 집에 가서 다 듣고 왔다카이?>
갑자기 씽___하고 남편이 달려갔습니다
<니 거기 꼼짝 말고 있어래이.내가 가서 그여잔지 뭔지 불러올테니까>
화가 잔뜩 묻은 남편의 말과 행동에 저는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10여년 간 겪어본 바로는 그것은 100% 정직하고 자신있을 때 그리고 견딜 수 없을 만치 화가 났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연히 그 여자의 말만 믿고 남편을 의심했구나!

제 마음이 이렇게 가닥을 잡고 있었습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화나면 좀체 안 풀어지는 성질인데 어쩌나 싶고 남의 여자 말만 믿고 남편 말은 그리도 못 믿냐고 따지면 할말도 없겠고.......
차라리 집에서 지나가는 말로

그여자가 그런 소릴 하던데 어찌된거야? 정도로 했더라면 좋았을걸 .
후회하고 걱정하는새 남편이 그여자와 왔습니다
그녀는 머뭇 머뭇 거리며 남편 뒤를 따라왔고 남편은 두어 발치 옆에 서 있는 그녀 앞에 나를 당겨 밀어 가까이 세우고는
<니가 직접 들어봐래이. 그리고 니는 이제 집에 들어오지 마라 알겠나?>

그리고 돌아서 가버리는 겁니다
뭐라고 대꾸 할 말을 찾지 못해 남편의 뒷 모습을 어, 어, 하며 쳐다 보는데 그녀가 흘리듯이 말하였습니다
< 농담 한 마디 한 걸 갖고..>

그말은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꽃혔고 그러잖아도 꿈틀거리던 울분에 소금을 끼얹어 일제히
머리를 쳐들게 하고 말았지요
순식간에 내 손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고 그녀는 어아!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모든 분노가 손아귀에 몰린 듯 했습니다 야무지게 감아쥔 머리체는 그녀의 몸부림과 발악에도 빠져 나올 줄 몰랐고 그녀는 악을 쓰면서 내 허리를 마구 때렸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30여분 한쪽에선 머리체를 쥔체 발로 마구 걷어차고 한 쪽에선 머리체를 잡힌체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맥을 탁 놓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엉어엉...... 그녀의 통곡소리가 울렸고 손을 놓은체 이리끌면 이리, 저리 끌면 저리 끌리는
그녀의 꺽인 몸둥아리 였습니다

저도 손을 놓았습니다 제게도 더 이상 그녀를 폭행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똑 같이 땅 바닥에 주저 앉아 그녀는 울고 저는 가쁜 숨을 정리하고 있는데 기차가.온다고 딸랑딸랑 저만큼 떨어진 건널 목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기차가 지나갔습니다
밤이어서 일까요? 늘 보이던 육손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그기 육손이라는 학생 집이죠? 수학여행 갔다구요? 아, 아는데 ...여기
경준데요..그학생이 달리는 기차에 뛰어 들었에요.. 국민학교 6학년 짜리가 어찌 그런 간 큰 짓을.....>...
머리를 감다 받은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이 말을 들은 이후 어디서나 기차만 보면 덩달아 보이던 육손이 였는데요

그아이 일기장엔 아주 간단히 죽음의 이야기가 씌어 있었지요
(나는 여섯 개의 손가락을 날려 버리련다
나를 놀리던 너희들 앞에서.... )
언젠간 먹고 살 걱정만 들면 수술 해 주마고 했던 아버지는 .....
육손이 주검 앞에 왼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지요 엄마에겐 붙여줄 파스라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나마 위안의 줄을 잡았을 지도 모르는데 육손이에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서 넋이 나간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지요 ..
기차를 보내고 일어서는데 그녀가 눈물을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내는 정신 병자니께 상대 안하면 되구마. 알콩 달콩 사는 아줌마네가 부러웠심더
사람좋고 성실한 아저씨를 볼때마다 부러웠는기라요 그래서 저 사람의 여자로 단 하루만 살고 싶다고 수없이 생각했지예.. 우리 집에 온 아줌마를 보고 부끄럽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년 팔자는 와 이런가 싶고 화가 나서 그냥 한번 성깔을 부린거라예
거짓말을 해 놓고 후회 많이 했심더...미안합니더..>

저는 아직 까지 내 손에 들어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읍니다
.뽑혀서 소리 없이 손바닥에 누운 한웅큼의 머리 카락들이 눈물처럼 내 손에서 빠져 나갔습니다
<괜찮습니꺼?>
내 말에 그녀가 가슴을 쓰다듬었습니다
<몸 아픈거야 며칠이면 낳지예 .마음이 아픈게 무섭네예 이렇게 형편없이 부서지는 나를 보는 내 마음이 더 못 견디게 아플까봐....무섭심더 그라면 나를 내가 못 지킬꺼같거든예...>

그녀는 옷에 묻었을 흙도 털지 않고 일어나 걸어갔습니다
휘청이며 집으로 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왠지 낯에 익어서 콧등이 시큰해져 왔습니다
<아줌마 보면 우리 엄마 생각이나예 아무 것도 포기하면 안 됩니더 절대로...>
딸랑 딸랑 ... 건널목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가 내말을 짤랐습니다

그녀는 건널목 쪽으로 가다 말고 바꾸어 공터와 철길을 가로 막은 철 책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곤 놀이터에서 건널목 보다 빨리 철길을 건너게끔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개구멍 만한 구멍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더니 쑥 빠져나가서는 철로위에 가만히 서 있는것이었습니다
어둠 속이지만 그것은 지름길로 건너가려는 몸짓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줌마!>
소리치며 달려가는 나보다 100배도 빠르게 기차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제 사정으로 서둘러 마칩니다
그동안 재미없는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