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26

[제3회]


BY 로미 2000-06-21

엄마는 날 위해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먼저 가버린 딸

이 그래도 좋은 곳에 가기 바라는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

면서 난 마음이 약해질까봐 두려웠다.

"당신 어머니,정말 안됐군.당신은 정말 잘못을 저지른거야. 만

약에 당신이 좀 더 현명했다면 이런 슬픔을 안겨주진 않았을 텐

데. 당신 죄는 사실 엄청나지만,어둠 속으로 바로 끌려 들어가

지 않고 이렇게 봐 주는 건 당신이 선한 사람이기도 하고,환자

이기 때문이지.그리고 아직 알아야 할 게 남아 있기 때문이기

도 하고"

"그게 뭔데요?"

"당신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으니까"

"말도 안돼요! 엉뚱한 곳이라뇨?"

"날 다시 데려다 줘요.가서 자세히 다 말해야 겠어요"

"가고 싶으면 그냥 마음으로 생각하면 가게 되는 거야.여기서

는"

"근데 아직 다른 사람이 덜 끝난 거 같으니까 잠깐 당신 남편

을 보고 가겠어?"

"싫어요!"

"당신 남편,지금 몹시 괴로워하고 있어"

"괴로워 한다고요?"

"그래.아마 앞으로도 한 10년은 당신 때문에 재혼하기도 어려

울 꺼야.상처가 크니까"

"재혼이요?"

"그래,설마 남편이 당신 때문에 평생 혼자 살꺼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흥! 그렇지만 아마 경현이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끝내지 않는 한

은 절대로 잘 살 수 없을 껄요."

난 자신 있게 말했다.

"아줌마,미안한 말인데 당신 남편이 재혼할 여잔 경현이 그 여

자랑 잘 지낼꺼야"

"뭐라고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다 당신 같은 건 아니니까."

"절대로 그렇게 될 수는 없어요. 그렇게 내 버려 두진 않을 꺼

예요.!"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

"지금 바로 가서 얘기 하고 싶어요. 말도 안돼요 이건."


다시 가서 자세히 보니 그 곳은 언젠가 본 외국 영화에 나오는

정신과 병원 같은 모습이었다.

"누구나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대로의 모습으로 보이지요"

예의 그 부드럽고 위엄있는 목소리는 내게 말을 건넸다.

"제 얘길 마저 다 들어 주실 수 있죠?"

"그럼요. 편히 해보세요"


- 그 여자가 제주에 살고 있을 땐 일년에 몇 번 모임에서 얼

굴을 마주치는 정도였으니까 그냥 참을 수 있었어요. 문제는요,

그 여자 남편이 서울로 전근을 오게 되면서 하필이면 제가 사는

동네로 오게 되었다는 거죠. 남편까지 나서서 집을 알아봐주더

니만 정말 재수 없게도 일층에 집이 나왔지 뭐예요.

이사 하던 날은 남편과 나까지 거들어 줬어요. 할 수 없잖아요.

제 아래층에 사는 윤진이 엄마는 제 친구가 이사 온 줄 알았다

고 하더군요. 제 친구가 아니라 남편이 여자친구라니까 눈이 뚱

그레져서 쳐다 보더군요. 묘하게 웃으면서 저한테 이러는 거예

요.

"어머,자기 신경 좀 쓰이겠다."

" 왜?"

"남녀간에 친구는 무슨 친구야,조심해"

그녀는 아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긴 듯 밉살맞게 빙글거렸지

만 전 너무나 기분이 안 좋았어요. 아파트란 데 아시죠,얼마나

소문이 빠른데요.쓸데 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생겼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죠.

아닌 척 해도 전 기분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내색하는 건 자존

심이 상해서 말도 못 꺼냈구요.되도록 아는 척 안하고 싶었는

데,경현이 그 여잔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남편과의 관계를 무

슨 자랑처럼 떠들고 다니더군요. 그러니 사람들이 절 보면 또

그렇게 호기심에 차서 보는 거예요. 기분이 어떠냐는 둥 하면서

요. 전 그런 천박한 호기심 일절 모른 척 했어요.

그런데 그여잔 정말 지능적으로 절 괴롭혔어요. 휴일엔 지들

끼리 놀러 가고 싶으면 갈 일이지 꼭 우리까지 같이 가자고 해

서 같이 가보면 지 남편이나 챙기지 내 남편까지 챙기려 들고 나

보다 더 내 남편을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알 수 없는 건 경현이 그여자 남편이예요. 그 사람은 벨도 없

는 인간인지 지 마누라가 그러는 데도 아무렇지 않아 하더군

요. 만약 그 남편이 그렇지만 않았어도 제가 이렇게 까진 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알 수 없는 인간이예요.


"경현씨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내를 존

중하지요. 아내의 친구도 그만큼 인정하고,믿고 있는 거지요"


-그럼 전 뭐 남편을 의심한다는 말씀이세요? 그건 아니예요. 두

사람이 무슨 불륜을 저지를 까봐 그런게 아니라고요. 난 단지

그 여자가 하는 짓이 정말 싫었어요. 내 남편을 나보다 더 잘아

는 여자, 누가 기분이 좋을 수 있겠어요. 제가 그 여자 때문에

얼마나 곤란하고 자존심 상한 일이 많았는지 아세요?

한 번은 반상회에 갔을 때예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저녁 반

찬 얘기가 나왔죠.제가 저녁에 오이냉국이나 해 먹을까 - 이?O

더니만 그 여자가 이러는 거예요. 어머,병섭씬 오이 안 먹는데?

라고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거예요. 하지만 내색 않고

말했죠. 아니,잘 먹는데요...그?O더니 이 여자 하는 말이,그럼

마누라가 무서워서거나,식성이 변했나보지,그러면서 깔깔거리

는 거예요. 같이 모여 있던 사람들이 어머,혜진이 엄마가 리나

아빠 진짜 잘 아는 친군가 보네,어쩌구 하면서 웃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 뿐이 아니었어요. 옷을 하나 입어도 그건

싫어하는 거네 좋아하는 거네,어울린다 아니다,안 좋아하는 색

깔이다..등등..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건지 전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경현씨는 그저 아는 표시를,친근감의 표시를 그렇게 한 거에

불과해요.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인 거죠."

-지나치다고요?제가요?

"경현씨는 남편에게 털어놓고 얘길 했어야 했어요"

-얘기했었죠. 알고 계시지 않나요. 기분 나빠 참을 수가 없어

서 자존심을 누르고 제가 이살 가고 싶다고 말했었어요.그?O더

니 어이없다는 듯이 남편이 제게 말했었죠.내가 만약 니 친구한

테 그런다면 넌 어떻겠느냐면서,차라리 혜진이 아빠가 자기 친

구라고 생각하고 혜진이 엄마를 친구 와이프라고 여기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남편은 당신이 그렇게 날카롭게 반응하는 지 알지 못했었구,지

금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이 죽은 건 단지 자신이 잘 돌보지 못

한 탓이라고 괴로워하고 있지요. 경현씨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

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지요."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알려주겠다니까요

"소진씨,당신은 사실 그 때문에 죽은 건 아니지요,단지 그 이유

때문이 아니었잖아요?"

-어머니 말씀이로군요.맞아요,하지만 그것도 다 그 여자 때문이

었어요.

"글쎄요."

-잘 모르시나본데요,어머니가 저희 집에 오시던 날이었지요.

전 어머니랑 그 여자가 아는 사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류장

에서 부터 어머니가 가져오신 보따리를 끙끙대며 들고 막 경비실

앞을 지나는데 그 여자가 나오더군요. 어머니는 그 여잘 마주

친 순간 너무나 반가와하시는 거예요. 사실 전 어머니가 그렇

게 탐탁하게 여긴 며는린 아니어서 항상 조심스러웠는데 그렇게

반가운 얼굴로 그 여잘 얼싸안으시는걸 보니 눈에서 불이 확 나

더군요. 어떻게 된 일이냐며 얼싸안고 둘이서 엘레베이터 쪽으

로 가는 동안,전 하녀처럼 짐을 든 채로 뒤따라 걸었죠. 짐을

든 손이 덜덜 떨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