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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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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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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로미 2000-06-20

거기 도착해 보니 작은 방 같았다. 아무도 없는 좁은 방에 긴

의자 하나만 놓여있었다.모니터 화면 같은 게 탁자위에 놓여있

는 게 보였다. 창 하나 없는데도 답답하지 않고,밝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방이었다.

"저기 앉아요,이소진씨"

아까처럼,아줌마라고 빈정거리며 얘기하는게 아니라, 아주 정중

한 태도로 그는 앉을 것을 권했다.

"앉아서 얘기해도 괜찮고,누워서 얘기해도 되는겁니다..물으시

면 답하시고 편히 얘기하십시오. 저는 문 밖에 나가 있겠습니

다."

미처,뭐라고 묻기도 전에 그는 나가버렸다.

좀 긴장이 되었는데, 어차피 죽은 건데 뭐,라고 생각을 바꿨다.


"오기까지 힘들었군요.편히 앉아요. 죽은 이유가...뭐라고 생각

합니까.소진씨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이 중성적인 느낌이었지만,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전,그 여자 때문에,견딜 수가 없었어요.."

차마,그년 어쩌고 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얘길 꺼내려니까 목

소리가 떨렸다.

"소진씨는 그 여자 때문이라지만,소진씨가 죽은 이유는 피해망

상에다 우울증이군요."

"어떻게 그렇게 말씀 하실 수가 있어요? 그럼 그 여잔 죄가 없

나요? 전 이렇게 고통받고 죽었는데요?"

"자신이 선택한 거죠. 그 여자가 저지른 죄가 있다면 나중에

그 여자한테 내가 묻는 거지,소진씨가 이렇게 따질 게 아닙니

다."

"아까 들으니까,자살도 이미 정해진 거라든데, 그럼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소진씨,소진씨에게 정해진 일정한 시간이 다 되었다는거지,죽

는 방법을 말한 게 아닙니다. 만약,자살이 아니었다면 병이거

나,사고였겠죠. 그리고 조금 가산점도 있을 수 있었는데,아무

튼 그건 소진씨가 선택한 겁니다."

"전,제 얘길 들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천당이고 지옥이고 다 싫

어요. 저 지상에서 그냥 떠돌이 귀신이 되어도 좋아요.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도 버리고 죽었는데요..."

아이,아이 생각을 하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주 질 나쁜 친구가 있는 데 들으면 좋아하겠군.하지만,당신

은 환자라서 내가 먼저 데리고 온 거요. 정 원하면 떠돌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미워하는 임경현,그 여자힌테

는 안 됩니다. 들어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할꺼요.

그런데 그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요. 당신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

고,귀신 들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는 전 너무 억울해요."

"다 얘기 해봐요. 정상이 참작 된다면 당신이 아기를 버리고,자

실한 죄를 감해 줄 수도 있어요."

"자살한 죄라구요?"

"나에 대한 모독이지 그건"

갑자기 목소리가 약간 경직되는 걸 느꼈지만 분노같지는 않았

다.

"지금,벌써 당신 장례식이군. 한 번 보시지요"

탁자위에 모니터를 보니,마치TV처럼 화면에 내 장례식 모습이

보였다. 남편은 아무 말없이 서있고,울 엄마는 보이진 않았지

만,집 모습도 내가 엄말 보고 싶어하자 채널이 돌아가듯 보여졌

다. 엄마는 거의 실신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엄마....'

아기는,하필이면 경현이 그 년이 안고 있었다. 아니 내 딸을?

하필이면 내 장례식에도 따라와서 검은 옷을 입고 울면서 내 딸

를 달래고 있다니...너무나 기가 막혔다.


"이제 그만 보고 싶어요!"

히스테릭하게 내가 외치자 화면이 정지 되었다.

"아무리 말해도 소진씨 당신은 안 믿겠지만,저 여잔 당신을 진

심으로 가엾게 여기고 있소. 당신의 피해망상이지요"

"아니에요.아니라구요. 정말 제 얘길 다 들으시면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거예요."

"그래요.그렇게 하죠. 그럼 천천히 얘길 해봐요. 난 다 들을테

니까.그리고 소진씨도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요."


-결혼 전에 전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어요. 아시겠죠? 그 정도는

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아니 그 여잘 만나기 전까지는요,정

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남편과 결혼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땐 사랑에 눈이 멀었었

구,남편이 날 사랑한다고 믿었을 때니까, 그 여자 얘길 남편이

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어?퓽?적부터 대학 때 까지 친구

였다는게 맘에 걸렸지만,사랑한 사이는 아니라니까,조금 질투

가 났었지만요. 그 여잔 벌써 결혼도 했고,아이도 있고,남편하

고 사이도 좋다니까 신경을 안썼죠.

신혼 여행 때요,멀리 외국에 가고 싶었지만,그 때 아시죠,하필

이면 나라가 뒤숭숭해져서,외국에 나갈 수가 없었죠. 그녀가 제

주도에 산다면서 병섭씨가 제주도에 가면 한 번 만나자고 했을

때도 기분은 조금 안좋았지만 내색은 안했어요.왜냐고요? 세상

에 신혼여행가서 여자친구집에 가겠다는데 좋을 여자가 있겠어

요? 둘이서만 보내고 싶었는데요...하지만 전 내색 않고 따라갔

어요. 도착한 지 둘째날 가지고 하는 걸 마지막 날로 미루었

죠. 비행기 시간을 몇시간 앞두고 그녀에 집에 갔었어요.

첨에 그녀는 그러니까 경현이란 그 여자는 아기를 안고 우리를

집 앞까지 마중나왔더군요. 전 사실 안심했죠. 그리고 너그럽

게 대하리라 마음 먹었구요.

인상도 뭐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구요,저한테도 호의적이었어

요. 남편이 내리자 너무 반가와하면서 저에게도 인사를 건네더

군요. 남편한테 너 이렇게 이쁜 마누라를 얻다니 복도 많다고

은근히 절 추켜 세워 주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둘이서 어쩌

고 저쩌고 수다를 떨더군요. 전소외감을 느꼈지만 오랜만에 만

나는 친구들이니까 하고 너그러운 척 했어요.

조금 있자니 그녀 남편이란 사람이 오더군요. 전 사실 아직도

그 남자를 이해 못하겠어요. 어째서 마누라의 남자친구에게 그

다지 관대한 거죠? 그 남자가 그렇지만 않았어도 어쩜 제가 이

렇게 되진 않았을 꺼예요. 정말 이상한 남자예요. 남편에게 반

갑다면서,우리에게 회를 저녁으로 대접하겠다더군요. 전 비행

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야한다고 말했지만,남편이 호

의를 거절할 수 없다면서,비행기 시간을 조정하더군요. 하필이

면 좌석도 있었어요.


회가 무슨 맛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둘이서 그러니까 병섭씨랑

그 여자가 수다 떠는 동안에,그 여자의 남편이란 인간은 친구들

끼리 오랜 만에 얘기하라면서 애기를 봐주더군요. 전,꿔다논 보

리자루처럼 앉아서 꾸역꾸역 회만 먹었죠.

경현이란 여잔 나랑 동갑은 아니었지만 친구를 하자면서,여대

를 나온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잘 이해 못하죠? 이러더군요.

아니예요,친군데요 다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했지만 전 너무

나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피곤하고 짜증스러웠지만 참았죠.

어차피 오늘 마주치면 다시 보기도 어려운데,참아야지 하고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러고 보면 다 정

해져 놓은 일 아니셨나요?

말하다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묻자 가만히 듣고 있는 듯 하

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말했다.

"길은 만들어 진거지만, 어떤 식으로 가느냐는 당신한테 달린

문제였죠."


그 때 문 밖에 나가 있겠다던 그가 들어왔다.

"다음 차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진씨,가서 뭘 좀 먹고 오지 그래요. 좀 쉬고."

거역할 수 없는 그 말에 일어섰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죠"

문 밖을 나서니 매니저란 사람이 물었다.

"당신 어머니가 당신 좋은 데로 가라고 절에서 기도하고 계시던

데 가봐요"

"싫어요"

"부르는데 가 보쇼,아줌마"

마음이 약해 질까봐 가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엄마가 있는 곳으

로 내려갔다. 스님들이 날 불러 내려고 한참 애쓰는게 안쓰럽기

도 하고 엄마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