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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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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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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로미 2000-06-20

죽었다는 걸 안 건,불과 몇 초 후였다.

널브러지고 깨져버린 내 육신에서 붕하고 날아 올라,아파트 꼭

대기까지 둥둥 떠 있게 되자,자 이제 내버려 두고 그년한테 가

서 달라붙어 버려야지,그래서 이유없이 아프고 쑤시고 병들게

해서 그년이 죽는 날까지 괴롭혀야지 하고,신나게 날아갔다.

엄말 찾으며 울 어린 딸보다도,영문을 모른 채 날 비난할 시집

식구들이나 어이없어 할 남편생각 보다도 그게 우선이었다.

마땅히,집에 있어서 내 널부러진 몸뚱이를 봤어야할 그년은 하

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가고 없었다.

-보여줘야 했는데,,,

귀신이 되니까 무엇보다 자유롭게 둥둥떠서 다닐 수 있어 좋구

나-그렇게 생각하며 그년을 찾아냈다. 쏜살같이 달려들어가려는

데 누군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패대기를 쳤다.

누구야!-앙칼지게 노려보며 물었다.

"참,요새는 이런 아줌마도 생기는구먼.머리채 잡아서 미안해.

급하게 말리느라고.근데 아줌마,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아줌마

는 재판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로 그냥 사라져 버렸을 꺼야.오

히려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누구에요?저승사자예요?"

"그런 고전적인 말을 쓰다니.언어 순화를 해야겠군. 난 아줌마

가 변론과 재판을 마칠 때까지 안내하고 모르는 걸 알려줄 일종
의 매니저지."

"그럼 내가 왜 죽은 지 아시겠죠? 난 저 여자한테 들어 갈꺼예

요! 천당이고 지옥이고 다 필요없어요. 여기서 떠돌다마는 귀신

이 된대도 난 저여잘 괴롭히려고 죽었단 말이예요!"

내가 열이 받쳐서 악을 쓰며 대들 듯 말하자 팔장끼고 서 있던

그 매니저는 한심하게 날 쳐다봤다.

"이게 문제야.아줌마,어디서 뭘 줏어듣고 와서 이러는 지 모르

겠는데,아줌마가 자살을 한 것도 일차적으론 그게 아줌마가 가

진 운명이야.자살한 건 뭐 남은 생이 있는 걸로 착각하는 데

건 아냐.물론 아줌마가 좀 노력했다면 가산점수를 받아서 더 살

았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아줌마,내가 아줌마가 왜 죽었는

지 어떻게 다 알겠어. 물론 우리는 맡은 사람들의 목록에서 대

강은 알지만,그러면 뭐하러 49일이나 시간을 주고 재판을 하겠

냐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려줄 게 있는데,저 여자 몸속으론 못 들어

가."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년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니.그럼 내가 왜 죽었는데? 어린 딸의 얼굴을 바

라다 보며 수 없이 갈등하면서도,내가 왜 자살을 했는데?

"안돼요.전 저 여자한테 들어가야 돼요.절 그냥 모른 척하고

내 버려 두시면 안돼요?"

"인간들이 만든 영화에서 보면 말이야,가끔 나도 보는데,넘 상

상력이 넘치지.잘 못 된건 수도 없구. 근데,아줌마, 아무나 미

워하는 인간 몸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거야. 한 번 생각을 해

봐.다들 죽어서 괴롭혀야지 하고 이갈고 죽어서는 자기가 미워

하는 사람들 속으로 다 들어가려고 하면 인간세상은 다 누가 통

제 하냐고?"

"안돼요.들어가야해요! 왜 안되는 건데요? 왜요?"

"우선,저 여잔 아줌마가 생각하는 것처럼,아줌마한테 그다지 미

움받을 짓을 한 게 아니고,어,어,그런 눈으로 노려보지마.어디

까지나 이건 저 윗분의 객관적인 시선이니까.둘째로 아줌마에

대한 두려움이 아무것도 없어,저여잔.셋째,보통 기가 세다고 하

나? 기가 약하고 맘이 여린 사람들이나 귀신한테 휘둘리지.저

여잔 어림없어."

"아니예요! 저 년은 아주 나쁜 년이에요."

"아,글쎄 그 건 아줌마 생각이고..."

"알면서 저지르는 잘못만 나쁜 건가요?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남에게 고통을 줬다면 그건 더 나쁜거예요."

"아줌마,사실 정상을 참작해서 내가 급하게 아줌마를 잡아 당긴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먼지같이 사라

져 버렸을 꺼야. 자,아무튼 억울한 게 있으면 가서 다 얘기하

고,거기서 해결하자고. 이렇게 복잡한 곳에 대낮에 돌아다니면,

우리의 기운 때문에 멀쩡한 사람들이 병이 날 수도 있으니까."

"싫어요.매니저님!제발 절 도와 주실 수는 없는 건가요?"

"아줌마,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급하게 굴어.아무튼 가

야돼.글고 이게 지금 돕는거야.알겠어? 가서 진술하고,49일 동

안은 돌아다녀도 돼. 나랑 같이 다니거나,내 허락을 받고. 그런

데 걱정돼서 알려주는 건데,그 여자한테는 접근 하지 말고,아줌

마한테 불리하니까,그리고 딸내미나 남편 또 부모는 만지려 하

지마.이유없이 병 난다고....알았어?"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가

기 싫다고 버텨도 그가 손을 대자 자석처럼 끌려서 어디론가 날

아갔다.

그래,그렇다면 가서 다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보자. 이런 쫄다구

한테 얘기해야 소용이 없을꺼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