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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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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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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사라 2000-05-31




나는 깜짝 놀랐다.

피로와 짜증이 잔뜩 묻은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나온 런닝셔츠 차림의 그 사내.

우람한 골격에 불룩 솟은 배하며 오른쪽 팔뚝에는 선연한 문신 자욱.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을 연상시키는 섬뜩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순간 보았다.

움찔 놀랐으면서도 애써 태연을 가장하는 동구선생의 불쌍한 제스츄어를.

---어떤 새끼가 남 잠도 못자게 떠들구 지랄이야!

사내는 대뜸 소리를 질렀다.

소란함에 어느새 하나둘 몰려든 동네사람들은 모두 모골이 송연해진 표정으로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 흥미진진한 상황에서 동구선생이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지 정말 궁금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나는 동구선생의 표정과 몸짓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동구선생은 끝까지 자신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해가며 짐짓 만용을 부리기 시작했다.

---젊은 놈이 말하는 싸가지가 그게 뭔가? 니놈은 애미 애비도 없냐!

그때였다. 사내는 코뿔소처럼 씩씩 콧김을 내뿜으며 갑자기 우당탕탕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잠시후 여자의 비명과 동시에 사내는 식칼을 하나 들고 단숨에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에이 씨펄 이 개새끼, 확 죽여버릴꺼야. 이거놔!

아내는 그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며 애원을 하고 있었고,

너무나 당황한 동네사람들은 동구선생을 잡아 끌 듯이 집안으로 밀어넣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이 아연한 상황에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너희들이 이렇게 잡아끄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끝까지 위선의 제스츄어를 취하던 동구선생의 피날레는 더더욱 가관이었다.

그 사내의 식칼사건 이후로,

동네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던 동구선생은 자취를 감춘 채 칩거했다.

항간에는 앓아 누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등줄기에 식은땀 닦으며 아직도 그날의 일만 생각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동구선생의 얼굴이 생생히 떠올랐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의 위엄이 곤두박질 친 것만큼은 기정사실이라는 점이다.

나는, 때론 폭력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에 부딪혔으며,

그리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악성루머의 실체를 그날 분명히 확인했다.

동네는 새로운 권력자의 정권교체와 함께 또다시 깊은 평화 속으로 침잠했다.


* 그러나, 그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도 칼보다 강한 것은 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