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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장미정 2000-07-06


나흘 만의 귀가.....
주어진 만큼의 자유는 적어도 조금의 평온을
가져다 주었다.
돌아 온 집엔, 전화벨만이 끈질기게 울었다.
태민씨의 확인 전화일게 분명 했다...

"여보세요......"

라는 조금은 기운을 낸,
그리고, 활발한 용기를 낸 목소리였다.

"왔구나?"
당연히 반가운 기색이다.
"응......."

일찍 가겠노라 하는 그의 마지막 목소리는
안도의 기쁨인지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듯
개운한 맘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는듯 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애란의 전화가 왔다.
말도 없이 어딜 갔냐는 둥
한참의 잔소리를 해대고서야 애란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놀러 오란다.

낮시간이라 한가하다는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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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 상가의 지하.
간판이 보이기에
계단을 타고 내려간 그 곳은
진한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오른쪽엔 칵테일바가 있어, 유리로
장식 되어 있었고, 왼쪽 넓은 공간은
여러개의 테이블과 요란하리 만큼의 고급스로운
소파가 쭈욱 깔려 있었다.

애란은 바에서 맑은 유리잔을 닦으며,
나오더니 날 반겨준다.
"왔어?"

"응...분위기가 참 괜찮네.."

"그렇지? 좀...앉아"

애란은 좀 진한 듯한 화장끼에 목덜미가
확 트인 U자형 연보라색 망사티와
하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관능적인데다가, 섹시함이 물씬 풍겼다.

아래 위로 슬쩍 훑어 본 나의 시선을
의식한듯, 그녀는 옷맵시를 매만지며...

"이상하니?"

"후후..아니~ 멋진데뭐.."

"내가 여기와서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는거
아니니...후후
이런 차림으로 아파트 내를 활보하긴 그렇잖아?"

그녀는 며칠 사이에 너무나 당당해진 모습이였다.
앉아 있는 동안 점심시간을 이용해
차 한잔 마시는 정도의 남자 손님들을 맞이하고
계산하느라 결코 한가롭지 못한 그녀였다.


상냥하니 웃음을 보이는 그녀는 여전히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손님을 보내고 그녀는 바에서 작은 술병을 가져왔다

"한 잔 할래?"

"뭐야?"

"포도주 인데 주인 언니랑 마시던 거야...
한 잔씩만 하자..."

"대낮부터?"

"얘는......촌스럽게...후후..."


살짝으로 입으로 갖다 댄 잔 사이로
흘러 내리는 포도주는
어느새 입속에서 은밀히 맴돌고 있었다.
감미로운 맛과 향으로 충분히 매도할 수 있는 듯한.....


그녀가 나에게 술을 권할 만한 이유를
난 잠시후 그녀의 섹시한 입술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동안, 살아온 일탈을 벗어 던지며
광기를 보이는 그녀의 눈빛.

참을 수 없는 느낌을 그녀는 토해내고
또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쾌활 하리 만큼의 밝은 눈빛이 어느새
우수에 젖은 듯한 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너.....사랑이 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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