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394

[제6회]


BY 장미정 2000-06-17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 되었다.
애란은 시댁과 살림을 합치지 않고
따로 나와 산다고 했다.
어쩜 잘 된 일인지 모른다.

바퀴벌레 한마리를 죽이기로 마음 먹기 까지 30분이
걸린다는 그녀...
애란은 그렇게 여린 여자였는데,
어느새 자신에게 더 강해져 있는,
침묵을 깨는 여자가 되어 있었나보다.

그들에게는 서로 사랑할 시간이 부족했는지
주말마다 단거리 여행을 다니느라 연락 조차
안될 때가 많았다.

서로가 아파해 흘린 눈물 자국은 금새 마르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일상만이
존재할 뿐이였다.



-----------------------------------------------



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여행을 준비한다.
회사에서 휴가가 주어졌다.
그래....이젠 좀 쉴때도 된 듯
내 몸은 지쳐 있었다.

태민씨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잘 지냈어?"
"그렇지뭐...원고 끝나고 이제 한 숨 돌리는 중이다."
"난 다음주 휴가인데..."
"계획있어?"
"음....글쎄..잠시 여행 다녀올까해.."
"동반자는??"
"글쎄...어디 괜찮은 놈 없나?
쿡쿡.. 찾아봐야지뭐..."
"이런!
난 안되냐?"
"태민씨. 나름대로 계획 있을거 아냐?"
"없다면?"
"없어? 그럼 붙이고 다녀 볼 생각도 있지.."
"뭐! 붙이고 다녀! 짜식이~~"
"하하...어디가 좋을까?"
"충무 어때?
충무에서 배타고 가면 멋진 섬이 있는데,
아마...가보면 홀딱 반할걸?"
"그래?"
"어때? 갈래?"
"그래~...그럼 그러지뭐...ㅎㅎ"


----------------------------------------------



다음날...
약속한 장소는 예술의 전당 앞이였다.
난 배낭가방을 메고 가벼운 캐쥬얼 차림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택시를 탔다.

예술의 전당 입구 앞에서 내리며,
요금을 내는 찰라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현아!~~"
태민씨였다.
"어...벌써 와 있었네?"
"당연히 숙녀를 기다리게 하면
그게 신사의 도에서 어긋나는 일이지.."
"하하...그래?"
"자..타시죠!~ 어디든 모시리라..."

우린 그렇게 멋진 여행을 꿈꾸며 출발했다.
서울에서 충무까지 넉넉잡아 6시간 넘게
걸릴 것 같다고 한다.

휴게소에서 두 세번 쉬어간다고 한들
오후에 도착하리라..

우린 신나는 음악을 볼륨을 높이고
멋지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두 번의 휴게소를 거쳤다.

얼마쯤 흘렀을까...
오랜 시간 차속에서 지겨운 고속도로만 바라보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태민씨...나 조금만 눈 붙이면 안돼?"
"피곤하니?"
"오후가 되니...괜히 나른해지네...."
"그래..1시간 정도만 가면 도착하니
조금만 자둬라..."
"미안해..나만 자는거라.."
"그래? 정말 미안해?
그럼 나중에 서비스 잘해주라.."
"이궁...또 시작이다.
몰라 ...핸튼 지금은 잘거야..
나...잔다아~~"

난 의자를 뒤로 약간 재치고
살며시 눈을 감아 버렸다.





잠시후....태민씨가 볼을 살짝 꼬집는다.
"어이!~ 아가씨 코 그만 골구.
이제 일어나시죠?"
"아~~~휴 벌써 다왔어?"
"그래.."
"내가 코 골았어?"
"조금 쌕?z 골던데!~~후후"
"정말? 내가 피곤했나보다..키키
어머!!! 바다다!~~"
"이긍...그렇게 좋냐?"
"그럼...당근이쥐~~"
"자...이제 내리시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통영 여객선 터미널이였다.
태민씨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비진도 갈려면 배 시간 어떻게 됩니까?"
"막배가 6시에 있다 아닌교..
그거 타고 들이 가이소~"
"네...차는 못 가져가죠?"
"배에 실고 가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어지간 하면 그냥 놓고 가는게
좋다카더만..."
"그래요? 네..감사합니다."

우린 배시간이 다가오기 기다리며
캔키피를 들고 선착장 주위로 둘러보았다.
온통 바닷 짠내와 비린내가 물씬 하지만
웬지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였다.

"우리가 갈 섬이 비진도야?"
"응...친구놈들이랑 낚시 하러 몇번 온적 있지..
가보면..좋을거야.."

잠시후 매표소 입구에서 큰소리가 들린다.

"비진도 갈 분 배 왔습니데이..."

우린 배낭을 다시 메고 가까이로 다가갔다.
이른 휴가이서인지 그리 붐비는 편은 아니였다.
우린 배에 올라타 2층으로 올라갔다.

너무 멋졌다.
바다를 가르며 출발하는 배 주위엔 온통
물보라로...보는 그 자체만으로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출발 한지 20분 가량 지났나보다...
파도가 깍아 만든 바위 섬이 여러개가 보였다.
바위섬 사위로 바다 낚시꾼들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 더위를 잊을 정도 시원했다.
눈으로 바다의 생명과 운치를 구경하느라
섬엔 금방 도착할 수 잇었다.

비진도...
바깥섬과 안섬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비진도...
남해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자연적으로 파도가 깎아 만든 바위 등이
충분한 볼거리가 되었다.

우린 짐을 챙겨 민박집을 찾았다.
"민박"이라는 빨간 간판이 보이는 집으로 들어섰다.
깨끗하니, 며칠 지내는데 별무리 없어 보였다.

주인 아줌마는 이른 손님이라 그런지 유달리
반기는 기색이다.
잠시만 기다리라며 그녀는 부엌으로 향했다.
잠시후...
"이거..미싯가루라예..시원하게 드시소.."
"감사합니다.."
"어디서 왔는교?"
"서울에서요.."
"그런교...잘 왔네예..조용하니 며칠은
지낼만 할겁미더...불편한게 있음 말 하이소.."
"그럴께요.."

우린 그녀가 안내하는 방에 짐을 풀어 놓고
산책을 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고르디 고른 자갈밭이 펼쳐진 곳이였다.
난 조약돌을 하나 주었다.
"태민씨....돌이 너무 예뻐..그치?"
"그러네..저~~ 보이는 동쪽으로 가면
은모래밭과 갯돌 자갈밭이라고 있어.
바다의 성격이 완전히 틀린 곳이지..
그래서 이 비진도가 유명세를 타는거야.."
"그렇구나..
어쩜 몇 미터 차이가 아닌데..
이렇게 틀릴 수가 있지?"
"그게...바로 자연의 섭리와 신비성 아니겠어!~~"

우린 천천히 걸어가며 백사장 쪽으로 향했다.
마치...잔잔한 호수를 연상케 했다.
신발을 벗었다.
우린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마시며
맘껏 바다에 취해 있었다.

어느새 석양 빛이 물들고,
바다는 온통 붉은 빛으로 정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이제 그만 들어가자.."
"그래..근데.태민씨 저~기 봐봐!"
"어디?"

그는 나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큰 바위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학생 같은데?"
"그치?"
"그냥 바람 쐬러 왔겠지뭐...가자."

태민씨는 무심히 넘겨 버리며
나의 어깨에 손을 얹일 뿐이다.
난 괜한 관심이 쏠렸다.
우리가 바다를 벗어나 마을쪽으로 올때 까지
바위 위의 그 사람은 그렇게
꼼짝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