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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장미정 200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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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피로에 지친 채,
창문 너머 비치는 햇살마저도 귀찮은듯
난 침대에서 오전내내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나...잠시후,핸드폰이 울린다.

"네......"
"미현이니?"
"누구세요?"
"나....애란이 엄마여.."

난 순간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쳐 앉았다.

"어쩐 일이세요?"
"진석이 부모님이 진석이랑 지금 우리집에
오는 중이란다.
그래두...재네들 사이를 제일 잘 아는건 너잖냐..
귀찮겠지만...잠시만 와줄수 있것냐?"
"그래요...어머니...지금 갈께요.
지금 은비랑 애란이는 어딨어요?"
"작은 자취방 얻어 사는데...
조만간...집으로 들어 올것이여...
그동안은 진석이가 찾아올까봐
안 들어 올려고 했더만,
맴이 바꿨는지 이사 할란다 혀네..."
"당연히 그래야죠..
어머니, 저..지금 출발해요."
"그래..괜히 미안혀다.
귀찮게 하는것 같기도 혀구.."
"아니에요...
그런말 마세요..."

대충 씻고, 가볍게 화장 한 뒤,
난 집을 나와야만 했다.
휴일이라 간만에 푹 잠이나 잘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지만,
애란의 일이 좋게 마무리 된다면
다행일거라는 생각으로 투정은 잠시였다.



내가 애란의 집에 도착한 시각은
모두가 와 계신 후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석의 아버지 고함소리가 요란했다.

"내말 안 듣더니,
이게 무슨 지랄들이야!"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시끄러! 일년만에 새끼 끼고 나타나
어쩌자는 거야!
누구 망신살 보고 싶어 그래!"

진석의 아버지는 삿대질을 해대며,
흥분을 감추지 못?다.
애란이와 어머니는 아무말도 않은채,
그저 듣고만 있었다.

진석이는 나의 눈치를 보듯
"아버지...그만 좀 하세요..남의 집에서...."
"이 개놈의 자식!
무슨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해.
네가 그렇게 돌머리야!"

그러면서, 진석의 뺨을 후려쳤다.

"아니...이 사람이...애를 왜 때려요...."
진석의 어머니가 말려보지만,
아버지의 감정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이 지경까지 오게 한게
너희 두 년놈들이니....알아서 해!
만약...이상한 말만 흘려 들어오면
그땐...다 죽여 버릴줄 알아!"

그리곤,현관문을 사정없이
꽝 닫고 나가버리신다.

들어서며..겪는 순식간의 일이였다.
아무도 말이 없이 우두켜니 서 있을 뿐....
난 애란의 어머니와 애란을 앉히고,
진석의 어머님에게로 다가가
"좀 앉으세요...
그래도 해결점을 찾아야 할것 같은데..."

난 주방에서 얼음 냉수를 가져와 그들에게 주었다.
진석의 어머니는 나에게 받은
냉수를 들이키며...
"애란아...너혼자 이렇게 낳아서 나타나면
어떻하자는 거니?
난 그동안 네가 애를 지우고
그냥 잊고 지내는 줄 알았다.
저 양반..저렇게 화낼만 해..
군에도 안간 아들 놈이 애아빠가 되었는데
교수라는 자리에서 안좋은 말이
입에서 오르내리면 좋을게 없지 않겠니?
식도 올리기 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애란의 어머니는 가만 듣고만 계셨다.
난 애란의 심정을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입을 열어야만 했다.
"건방지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진석이와 애란이를 잘 알아요.
애란이도 그동안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진석이에게
피해 안줄려고 나름대로 노력 했구요.."

"그래...애란이 어머님은 이 사태를
어떻게 했음 좋으신지...."
"저야뭐....딸 둔 죄인인데..뭐라 드릴 말씀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사회적 체면도 있고 하니
그냥 덮어 둘 문제는 아닌 듯 하네요..
근데...진석이 아버지 말은 저래도
마음은 그게 아닐겁니다. 이해 하세요...."
"네....그럼요...오히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리고...애란이는 은비 데리고 낼 집에
잠시 들러라..
진석이 네가 챙겨서 데려와..알았어?"
"네...알았어요.."
"엄마 먼저 갈테니..넌 나중에 와라...
죄송합니다. 괜히 와서, 소란만 피고 가는것 같아서..."
"아닙니다..살펴 가세요."

그렇게 사건은 조금씩 정리가 되어갔다.
애란은 베란다 창빡을 쳐다보며 말이 없다.
"왜? 그러고 있어?"
"저애...진석이 말야..바보 아니니?"
"애란아...."
"나쁜자식..지가 책임도 못질 일을....
나랑 우리엄마가 뭔 죄가 있다고..
이렇게 당해야 하니..."

애란의 품에 있는 은비를 안으며
애란의 어머니는
"그런 소리 마러...너도 똑같애.
생명이야 고귀한거지만
진석이 한테나 나한테 마저도 속이고
혼자 낳고 들어와 모두 놀라게 했잖여...
핸튼...다 지난간것 가지고 시시콜콜 하지 말고
어여.....진석군은 좀...앉게.."
"네..어머니...죄송합니다.."
진석이는 무릎을 굻으며 사죄를 한다.

"아닐세..어쨌든 어머님은 사례깊게 해주시니,
일이야 잘 되지 않겠나..
그려..자넨 어떻게 할 것이여?"
"부모님께 승낙을 꼭 받아내어 방을 얻겠습니다.
그리고. 대학 다니며 일을 할겁니다.
염려 마십시요..
그리고...애란이 저때문에 학교 못 마친거
제가 고시 보게끔 돕겠습니다."
"그려..그럼 됐네.
그리고, 애란이는 뚱해 있지 말고..
진석군 말대로 혀...
안그럼 어찌 할거여?
다 사는게 그려려니 하고 사는 거여..
나야뭐..너 하나 편하게 살면
다 괜찮혀..."

말을 마친 어머님은 지친 모습이였다.
"어머니..안방에 들어가 쉬세요.
많이 놀라신것 같은데...."
난 어머님 품에 있는 은비를 안으며
어머님을 안방으로 모셨다.

거실엔 나와 애란이 그리고 진석이만이 남아
있었다.
잠시후....
안방에서 울음 소리가 나즈막히 들려온다.
애란의 어머님이 울고 있는거였다.
애란은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왜 울어? 바보같이......"
"아냐...그냥.."
"그냥이 어딨어..울지마...엄마...
엄마 하자는 대로 할께.."
"....."
"엄마..미안해, 좋은 딸이 아니어서..."
"그런 소리 마러...난 괜찮혀..."
그렇게 두 모녀는 소리 내지 못한채 울고 있었다.



"진석아...너 애란이 한테 잘해라..
어머니한테는 귀한 딸이잖아..."
"어...."
잠시 시무룩하니 있던 그가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어
쓸쓸한 모습으로 연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아마...그도 마음속으로
울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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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난리법석 속에서도
결혼날짜가 오가고,
드디오 오늘이 그들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신랑측은 아버지가 교수에다
어머님은 교회집사라서 인지
사제들과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메워주었지만,
신부측은 친구 몇명과 동네 어른들이 전부였다.

식장 측에선 너무 허전해 보이는 신부측 자리에
신랑측 손님을 보내느라...분주했다.

난...신부 대기실로 가보았다.
애란은 너무나 예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동안 말랐는지 얼굴이 갸름해져
더 예뻐진것 같았다..

"미현아...."
"그래...야아...너무 예쁘다."
"정말?"
"기집애......이렇게 할거면서...
좋지? "

그녀는 살짝 웃어 보인다.
"우리 엄마 못봤니?"
"어...아까 손님들하고 인사하시던데.."
"우리 자리..많이 비어있지?"
"신부는 그런거 신경 쓰는거 아냐...
다 잘 되어가고 있으니깐....
참...은비는?"
"어머님이 작은 어머니께 잠시 맡겨셨어.
아마..식장안에 있을텐데...."
"그래...다들 예뻐 하시지?"
"응...진석씨 닮았다고 좋아하셔.."
"그래..다행이다. 이젠 정말 잘 살아야 돼?"
"그래..고마워..
네가 늘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기집애....ㅎㅎ"

스피커 사이로 사회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식이 거행 되오니,
하객님들은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후.....
신랑이 입장하고, 신부는 친정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하는 ........
너무나 당연한 그런 광경이 아닌........

그들은 신랑 손 위에 신부가 손을
살포시 올린 채, 동시 입장을 해야만 했다.
친정 아버지가 없는 그녀의 대한
진석의 작은 배려였는지도.......

어느 누구보다
너무나 아름다운 결혼식이였다.
이어,성혼 되었음을 선포하고,
기념 사진도 찍고, 신부 부케 던지는 차례가 왔을때
그건 내 차지였다.
유일하게 내게 줄 수 있는 그녀의 선물이란다.
그들은 그렇게 무사히 신혼여행 길에 오르게 되었다.



하늘을 보았다.
너무나 맑고 깨끗한 하늘이였다.
왜...갑자기 비가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까...
모든 묵은 때를 깨끗히 씻어내듯
소낙비가 한 차례만 내렸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비온 뒤,땅은 더 굳어 진다 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역경 속에서
더 잘 견뎌준 애란이가
더 큰 용기를 내어 잘 살았음 하는 바램을 해본다.




6편에서 계속....
^^ 근데..좀 기다려 주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으로 시작한거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