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84

[제2회]


BY 장미정 2000-05-30


"진석아...너 수업 다 마쳤니?"
"응...근데 애란이랑 같이 안왔어?"
"그래..나 혼자 왔어.
우리 잠시 어디가서 얘기 좀 하자"

그는 갸우뚱 하며 나와 근처에 있는 커피?痔막?향했다.
우린 쥬스를 주문하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근데...궁금함을 참지 못한 진석이가 말을 걸었다.

"나한테 할 말 있니?"
"........"
"왜? 괜히 심각하게...."
"괜히? 넌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를 정말 모르니?"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알아...나 시간 없어
빨리 말해..."
"야!~~ 어쩜 그럴수가 있어.
애란이 같이 순진한 애를 그렇게 만들 수 있냐고?"
"너...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여튼...너희들이 저지른 일이니깐. 너희둘이 해결해.
병원을 가든...애를 낳든..."
"뭐????? 애기?"
"그래...이 멍청한 놈아!"
"애란이 임신 했어?"
"미친놈! 네가 한 짓을 왜 나한테 물어"

흥분한 나를 잠시 멍하니 보든 진석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더니...
교복 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갑작스런 말이였는지...허공을 향해 담배연기만 쳐다본다.
그리고는.......
마음의 정리라도 한듯
"애란이는 뭐라고 그래?"
"애란이가 우선이 아니라...네가 먼저 어떻게
해야 하는것 아냐?"
"그래두...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것 같아서..."
"나참.....
애란이는 나보고 병원에 같이 가달래.."
"그랬구나...."
"너....남의 얘기 하는것 처럼 말하지마...
애란이는 우울해 하며 심각해!"
"알았어...내가 알아서 할께.."
"빨리 해결 해야 할거야..
아님..점점 배가 불러 오잖아..."

나의 말에 그는 말없이 일어선다.
하지만, 그냥 보내기엔 내가 너무 화가 났다.

"야! 진석아....
너...만약...만약인데
애란이 저 상태로 가만 내버려둔다면..
내가 가만 안 있어! 알았어?"

그는 알았다는 시늉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힘없이
문을 열고 나선다.

참......괴로운 일이다.
어쩜..애란이의 운명은 여기서 부터 꼬이기 시작 한지
모른다.
갸련한 그녀의 인생은 이렇게.........




그렇게...한달이 지났다.
진석이는 애란이 사건을 자기 집에서 말을 했단다.
도저히 자기가 어떻게 해볼 자신이 없었는지....
그런데...그의 부모가 애란이를 보고 싶어 했단다.
그리고......
애란은 지석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진석의 집을 방문 하기로
했다.

진석의 아버지는 모 대학 교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주부로써 교회를 다니며
사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라 했다.

그는 배경이 좋은 가정에서 자랐고,
애란은 그와 반대였다.
일가 친적도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늘 자신감도 없고, 소극적인 면이 많았다.

난...애란이가 진석이 부모님을 만날때 잘 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진석과 애란은 나란히 현관문을 들어서기 시작했다.
초인종을 누르기 전...진석이는 애란을 쳐다보며...
"애란아......"
"왜?"
"그냥..우리 부모님이 하자는 대로 할래?"
"........"
"아냐...그냥...들어가보자..
할말이 있으시다 하니...."

벨을 누르니, 차분히 가라 앉은 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세요?"
"엄마....저에요."
"어...그래"

순간 문을 열리고,
들어 서는 순간 잔디가 깔려진 마당 사이로
돌 계단이 눈에 확 들어왔다.
3층 건물에 돌담으로 지어진 집은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럽게 다가왔다.
안집 현관문으로 진석이 어머님이 나오신다.

애란은 어머님을 본 순간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하세..요"
"어..그래. 어서 와..
오느라 힘들었지?
들어가자 꾸나.."

그들은 집으로 들어섰다.
넓은 거실에 아이보리 빛깔의 소파에 진석의 아버지가
근엄하게 앉아 계셨다.

"여보...애들 왔어요."
"그래..여기들 앉거라.."

애란은 소파에 앉기 전에
진석의 아버지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넷이 나란히 앉은 가운데
진석의 아버지는
"오애란 이라고 했는가?"
"네..."
"그래..집에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

말없는 애란을 보고..진석이가
"몰라요..아직..."
"너 한테 안 물었다.
이 학생은 입이 없냐? 네가 대변하게..."

진석은 뚱한 얼굴로 애란을 쳐다본다.

"아직...말씀을 못 드려서....모르십니다."
"그래..언제 말할텐가?"
"......"
또, 그녀의 말문을 막히는걸로 보구선
진석의 아버지는 헛기침을 한다.

"사실......진석이 형도 군에 제대하자 마자 장가를 갔네
그리고, 이 막내 녀석마저 이렇게 애를 먹일지는
더더욱 몰랐구......
난...사실 아직 둘째 며느리를 맞을 준비도 안 된 상태고,
더 더욱다나 손주라..........나참..할말이 없군..
아직..너희들은 공부할 나이고,
애기를 지금 낳아 키운다는것도 말이 안돼고,
병원에 가서...수술을 하자.."

그의 단호한 말에 셋은 동시에 아버지를 쳐다 봤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게 현실이야.....
아님...어떻게 할거야?
좋은 방법이 있냐고?
없잖아...그러니 그럴수 밖에 없어!
나 체면도 있고,..."

"여보....그래도, 낙태는.....
성서에서도 살인은 하지 말라 했는데....."
"지금 당신 또 예수쟁이 타령이야!
그만 좀 못해!
낙태가 안된다면?
생긴대로 다 낳자는 거야!
여하튼 그렇게 알고 돌아들 가..."

그는 할 말 다 했다는 식으로 끝을 내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거실엔 적막감 마저 들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누가 말을 해주길 기다리는 듯......